문재인 대통령이 외교무대에 데뷔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G20회의 참여와 ‘베를린 평화구상’ 발표, 한중정상회담, 한미일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이에 대한 긍정과 부정, 찬사와 비난이 엇갈린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적 달성, 남북관계 한국 주도적 역할’ 성과

한미정상회담은 긍정과 부정이 교차한다.

한미 정상이 한반도 비핵화 과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기로 한 것은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부정하고 이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한미 정상은 이 문제를 대화와 평화적 방식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북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배제한다는 것이어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에 도움이 것이다.

북이 미국에 대해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를 일관되게 요구해왔다는 점에서 한미양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힌 점은 사실관계 여부와 관계없이 북에 대해 분명한 대화의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관련 당사국 사이의 대화가 재개될 수 있다.

문제는 아주 어렵고 많은 난관을 돌파하면서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룰 의지와 실행력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과 인도주의적 사안을 포함한 문제들에 대한 남북 간 대화를 재개하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열망을 지지한 점도 의미있는 일이다.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라는 표현은 노무현 정부의 첫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역할 지지’보다 진전된 것이어서 남북관계 회복에 대한 문재인 정부가 폭 넓은 입지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이 조속히 환수받기로 합의한 것도 긍정적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작전통제권 환수를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로 3년 넘게 연기한 데 이어 박근혜 정부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것을 되돌리는 의미를 갖는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작전통제권 환수를 공약한 바 있다는 점에서 2020년대 초반에 작전통제권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미사대주의적 군부와 수구세력들의 발목잡기에 휘둘리지 않고 뚝심있게 군사주권을 회복해야 한다.

평화 역행하는 ‘선제공격전략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합의

그러나 한미정상회담에는 위의 성과와 의미에 배치되는 내용의 합의도 있다.

상호운용 가능한 킬 체인,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등을 포함하여 북한의 핵미사일을 ‘탐지-교란-파괴-방어’(영어본) 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기로 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한국 정부가 사드나 SM-3 등 미국의 MD 무기체계를 계속 도입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오바마 정권이 제시한 ‘탐지-교란-파괴-방어’라는 선제공격전략을 계속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는 대화와 평화적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한미일 3국의 방위협력을 증진시켜 나가겠다는 합의는 곧 한미일 3국의 통합 MD 구축과 군사동맹 구축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의 핵 대결을 추구하겠다는 것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목표와 정면으로 모순된다.

뿐만 아니라 G20회의 기간 중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처음으로 대북 공동성명까지 발표하여 대북 제재 강화와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 역시 크게 우려되는 대목이다.

절차적 정당성 갖춰 사드 배치 기정사실화

사드 문제는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가 미리 굽히고 들어간 결과로 보인다. 사드 배치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환경영향평가 등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춰 배치를 추진한다는 것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

대북 방어의 군사적 효용성도 없는데다가, 주권과 평화를 위협하고 국민 경제와 국가재정에 심각한 피해와 부담을 주는 사안이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강행되고 있는데 이를 절차를 갖춰 용인하겠다는 것은 성주, 김천 주민과 원불교를 비롯한 촛불 시민의 요구에 대한 배신이다. 이는 미국과 박근혜 적폐정권의 사드 배치 대못박기가 성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환경영향평가 등에 시간이 걸리고 이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의 물꼬가 트이면 새로운 상황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점에 애써 기대를 걸어볼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와 미국도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가 필요없다고 했으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문제와 연계해서 사드 문제를 풀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드 배치를 자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진핑 주석과의 대화가 경색되는 걸 피하지는 못한 것 같다.

김대중 베를린선언 넘어서는 신 베를린선언

한편,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밝힌 평화구상은 2000년 3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베를린선언을 넘어서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북이 일관되게 요구해왔던 6.15, 10.4선언에 대한 존중을 명확히 하면서 이를 법제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 붕괴나 흡수통일, 인위적 통일 가속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천명했다. 북한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이어 10.4선언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 등을 제안하고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참가와 함께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과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대화 재개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한미정상회담과 신 베를린선언에 대한 북한의 공식적인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개인 필명으로 발표된 노동신문 논평에서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친미 사대, 대미 굴종’이라는 비난을 쏟아낸 반면, 신 베를린선언에 대해서는 “외세에 빌붙어 동족을 압살하려는 대결의 저의가 깔려”있다면서도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존중, 이행을 다짐하는 등 선임자들과는 다른 일련의 입장들이 담겨져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며 제한적 의미를 부여했다.

문재인 정부는 신 베를린선언을 구체화하기 위해 북에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동시에 제안했다. 7.27 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군사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를 상호 중단하자는 것과 이산가족 상봉 등을 협의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작 당사자인 북한의 반응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미국과 일본은 부정적 입장을, 중국은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문재인 정부의 남북 대화 제안에 대해 딴죽을 걸고 나오는 것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하기로 한 합의를 부정하고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남북의 분열과 대결을 핑계로 사드 배치와 한미일 MD 및 군사동맹을 다그쳐왔던 미국의 패권정책이 남북의 협력으로 흔들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 돌파구 열어야 평화 전망 가능

관련국들의 이 같은 민감한 반응은 남북 간의 협력이 한반도를 둘러싼 복잡한 정세를 타개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과 이것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클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의 회복에 정권과 민족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촛불시민의 힘을 믿고 미국과 일본, 국내 반북수구세력의 압력과 방해를 물리치면서 민족의 화해와 단합, 상생과 평화를 위해 힘과 지혜를 다해야 한다.

이에 실패한다면 한국을 미일 MD 및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꽁꽁 옭아매 중국 포위의 전초기지로 삼으려는 미일의 음모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북 당국은 정세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조속히 대화 재개에 나서 한반도를 둘러싼 대결적 분위기를 완화하면서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한미연합연습과 북핵.미사일 실험 동시 중단을 합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협상에 나서야 한다.

이와 함께 불법적인 사드 가동과 기지공사 중단을 선언하고 사드 배치 전면 철회에 나서야 한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대전충청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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