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을 발사한 이후 두드러지게 활약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러시아다.

러시아는 중국과 발을 맞춰 지난 7~8일(이하 현지시간)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북한 ICBM 발사에 대한 우려’를 포함시키려 했던 한미일을 좌절시켰다. “G20은 경제포럼”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지난 5일 유엔 안보리에서는 언론성명을 무산시켰다.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ICBM이 아니라는 독자적 분석을 근거로 제시했다.     

지난 3~4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사드 한국 배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러시아와 중국 외교부는 4일 “조선반도 문제에 대한 연합성명”을 통해 ‘공동 로드맵’을 제안했다.  

15일자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는 보다 거시적으로 미국 및 중국과의 관계 차원에서 최근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강화의 배경을 분석했다. 

첫째, 러시아가 북한 위협에 맞서기 위해 선호하는 전략은 미국의 강압외교와 뚜렷하게 대비된다. 러시아는 남북 대화 촉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을 적대하는 미국 주도의 안보 블록 참여를 중단할 것을 한국에 촉구해왔다.   

둘째, 러시아는 중국과의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북한 위기’에 대한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더 디플로맷>은 “필요한 모든 수단을 써서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는 미국과 달리, 러시아의 전략은 ‘표적 외교’를 통해 북한의 공격성을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봉쇄 전략’의 첫 번째 갈퀴는 남북 대화를 촉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푸틴 대통령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지난 5월 25일 송영길 특사를 만난 푸틴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극동 개발 관련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송 특사를 만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러시아 측의 접근방안을 담은 문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중.러 외교부의 조선반도 문제에 대한 연합성명(7.4)”과 유사한 내용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함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 문재인 대통령은 9월 6~7일 블라디보스톡에서 열리는 ‘제3차 동방경제포럼’에 참가할 것이라고 확약했다.  

분위기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지난 4월 30일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을 만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적 행동을 피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5월말 송영길 특사를 만난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특사를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봉쇄 전략’의 두 번째 갈퀴는 북한을 도발하는 미국 주도의 안보 블럭에서 한국이 발을 빼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최근 중국과의 공동성명에서, 러시아는 한.미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반대하고, 사드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문제 개입 강화를 통해, 러시아는 중국의 ‘하위 파트너(junior partner)’가 아니라 ‘독자적인 중재자(equal arbitration partner)’로 존중받기를 바란다. 나아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로부터도 냉전시기와 비슷하게 ‘균형자’ 역할을 하는 나라로 받아들여지길 희망하고 있다.

중국 정책 결정자들도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개입 강화를 반기고 있다고 <더 디플로맷>은 분석했다. 

무엇보다 중국의 저의를 공공연히 비판하는 북한을 계속 지지하는 부담을 계속 짊어져야 하는가는 좌절감이 중국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는 동해상에서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해상 군사훈련을 강화하는 데 맞서 극동 지역에 주둔 중인 러시아의 태평양함대가 균형을 잡아줄 수 있다는 점에 중국 정책 결정자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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