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 함부르크 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 방문 시 베를린 쾨르버 재단 초청연설에서 한반도 평화구상(2017.7.6)을 발표하였다.  그 내용과 향후 대한민국(ROK)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해야 할 일을 간단히 논의하고자 한다.

문 대통령의 베를린 평화구상은 한마디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대북 화해와 협력의 신 포용정책(neo-engagement policy of national reconciliation and cooperation toward North Korea)으로, 지난 9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질적으로 다른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대북정책의 5대 원칙과 4개 대북제안을 담고 있어 문 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향후 평화로운 한반도 만들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베를린 평화구상의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자. 문 대통령의 새 대북정책 5대 원칙과 기조는 (1) 한반도 평화 만들기, (2)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 (3)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평화체제 구축, (4) 한반도 신 경제 지도 구상, (5) 정치군사문제와 남북교류협력사업 분리 등을 제시하면서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관련국들과 다자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제안하였다.

그는 또 한반도 평화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북한에 먼저 4개 상호이익이 되는 사업을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즉, (1) 당장 남북 간에 추진할 현안으로 10ㆍ4 정상선언 10주년이자 추석에 맞춰 이산가족 상봉 및 성묘 방문, (2)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3) 군사 분계선에서의 적대행위 상호 중단, (4) 남북대화 재개 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남북정상회담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핵 문제와 평화협정을 포함해 남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할 수 있다”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단을 촉구 했다.

문 정부의 새 대북정책 5대원칙을 바탕으로 4개 대북 제안을 받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의 선택(best choice)을 위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문 정부가 김정은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고 그의 피 포위 강박 증(siege mentality)에서 해방시켜 준다는 원칙을 확인하고 있어 이 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핵.미사일 동결을 하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을 할 것인가? 아니면 핵.미사일 시험을 계속하여 핵 억제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한 핵보유국가로 진입할 지에 관해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에서 보아도 북한이 원하는 것을 문 대통령의 신 베를린 한반도 평화 구상에서 대부분을 제시하고 있어 베를린 대북제안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그가 문 정부의 제안을 받아드리는 것이 베스트 선택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고도화와 핵보유국이 되기 위한 근본원인이 그들이 주장하는 북한 체제의 생존 때문이라고 강변해 왔다. 그렇다면 한미 양국이 이미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통해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해 주겠다고 선언하고 이 보장을 위해 대화와 협상으로 전환하여 핵.미사일을 소유하는 것보다 북한인민의 복지생활과 경제발전을 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미,  중, 남북한 4국 정상이 서명하는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통해 북한 체제의 생존과 안전을 보장 받은 것이 그들의 국익임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칼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새로운 해법을 모색한다", 통일뉴스 (2016.3.29)]

그러나 북한의 대남, 대미 불신의 골이 깊어 현 시점에서 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드릴 것인가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젠  더 이상 고민을 접고 적어도 이산가족 상봉과 DMZ에서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는 남북대화 제의를 수락할 것을 촉구한다.

한편, 현 시점에서 한.미 당국은 이미 제안한 여러 가지 조치보다 더 창조적인 방안은 없는가에 대한 연구도 필요로 한다. 만약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북한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를 연구해보고 일방적 조치를 하여도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하는 방안도 모색해 보길 바란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이 풀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한반도 주변 미.중.러.일 4강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가 제시한 북핵, 미사일-한미 군사훈련 동시 동결 하자는 ‘쌍 잠정’ 제안을 미국이 반대하고 있어 문재인 신 베를린 평화구상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어 안타깝다. 문외교력을 총동원하여 미국이 쌍 잠정 제안을 수용하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것이 문 정부의 몫이다.

위기는 기회란 말이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그가 핵과 미사일만 갖고 있으면 체제 안정이 보장될 것이라는 환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기 바란다. "우리가 갖춘 능력 중 하나가 막강한 군사력"이라면서 "그것을 사용해야만 한다면 사용할 것"이라고 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의 경고를 무시하면 안 된다.

문 대통령도 "만약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지적한 뒤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으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구상을 받아들이는 것이 체제를 보장받는 길임을 직시하기 바란다. 필자는 이미 핵.미사일 동결과 한.미 합동군사훈련 일시 중단(쌍 잠정)을 위한 3자 대화/협상을 제안한 바 있다. [필자의 칼럼  참조, 통일뉴스 (2017. 6.3)   “한. 미. 북 3자 대화가 북핵 해법의 지름길”]

그리고 현시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최상의 선택은 중국이 (제한적인) 대북 원유공급 중단 결정하기 전에 남북.미 3자 회담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필자가 칼럼에서 지적한 바 있다. [필자의 칼럼 참조, LA 중앙일보(2017.7.12.), “북한원유공급 중단의 방정식”]

마지막으로 트럼프 미행정부가 언제까지 대북제재와 압박정책을 추진할 것인가? 김정은 위원장이 언제까지 마이웨이(my way)로 나갈 것인지? 북한체제의 안정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로 진입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와 결단이 그의 생존의 길이 아닌가?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평화구상은 북한체제의 생존을 위한 지름길임을 인식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하면서 기대해본다.

 
한국외국어대학사, 미국Clark대학원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국제관계학박사. 미국Eastern Kentucky대학교국제정치학교수; 전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소장/교수; 전통일연구원원장. 현재미국이스턴켄터키대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글로벌평화재단이수여하는혁신학술연구분야평화상수상(2012). 31권의저서,공저및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속의한반도: 평화와통일 구상』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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