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한 가지 변화는 미국 영향력의 가시적인 쇠퇴이다.”

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 7~8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산 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 G20 직전인 지난 4일 “미국놈들”에게 보내는 독립기념일 선물보따리라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단행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냉전 이후 한동안 지속된 미국 일극체제가 끝났다고 전세계인들에게 시위한 셈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자유무역이 주 의제인 이번 회의 내내 ‘1(미국) 대 19 구도’가 형성됐다.

미국의 내향적 변화는 2009년부터 시작됐다.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으로 기진맥진한 행정부를 넘겨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사태 개입을 꺼렸다. 2016년 11월 당선된 트럼프는 오랜 동맹에 의문을 제기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과 북미자유무역협정을 폄하했다. “이는 모든 형태의 다자주의에 대한 치명타였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미국의 쇠퇴로 생긴 빈 공간에 중국과 러시아가 치고 들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G20에 앞서 지난 3~4일 모스크바에서 회동했다. 5일에는 ‘현재 세계 정세와 중대 국제문제에 대한 중.러 연합성명’을 발표했다. 중.러가 국제문제에서 ‘평형수’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과거 소련의 영광과 세력권 부활을 꿈꾸고 있으나, 경제적 약점이 걸림돌이다. ‘중국몽’ 실현에 매진하는 중국은 “가장 빠르게 부상하는 대국”이나, 시 주석은 “중국은 개발도상국이고, 아직 글로벌 리더가 될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다른 후보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유럽연합(EU)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와 트럼프 당선의 충격파 속에서도 안정적인 리더십으로, 미국이 내다버린 자유무역과 국제주의를 수호할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하지만 <가디언>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함부르크 (G20)회의가 보여준 게 있다면, 트럼프와 시진핑, 푸틴, 메르켈이 북한, 시리아, 기후 변화, 테러리즘, 대량 이주를 비롯한 끔찍한 문제들을 어떻게 할지 모르거나 합의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8일 ‘G20 공동성명’에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려가 포함되지 않았다. 한미일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G20은 경제포럼”이라며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9일 <더 웨스트 오스트레일리언>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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