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되어 계시는 고(故) 윤이상(1917~1995) 선생님에 대해 세계 음악계는 “뿌리와 과정이 다른 두 세계의 문화 사이에서 창조의 고뇌를 끌어안은 세계적인 현대 음악가”로 평가한다.

선생님은 이런 공로로 독일연방공화국 대공로훈장(1988), 함부르크 자유예술원 공로상(1992) 등을 받았다. 독일 자어브뤼켄 방송은 1995년 윤이상 선생님을 ‘20세기 가장 중요한 작곡가 30인’에 선정한바 있다.

선생님께서는 1967년 박정희 정권이 조작(대법원 판결로 추후 확인됨)한 ‘동베를린(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억울하게 엮이셔서 사형 선고를 받은바 있다.

독일 유학생 시절 북한에 있는 강서고분의 ‘사신도’를 직접 보겠다며 방북한 것이 빌미였다. 박 정권은 윤이상 선생님을 독일에서 국내로 납치해와 고문을 자행하여 간첩죄를 덮어 씌워 사형선고를 해 교도소에 감금했다.

20세기 최고의 지휘자로 꼽히는 카라얀과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슈토크하우젠 등 세계적 음악가 200명이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세계적 비난 여론이 들끓자 마지못해 2년여 만에 석방했다.

풀려난 뒤 독일로 돌아간 윤이상 선생님은 1995년 베를린에서 영면할 때까지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박정희 정권 이후에도 역대 정권이 이념을 정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해 온 때문이었는데 박근혜 정권은 ‘윤이상평화재단’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은 바 있다.

윤이상평화재단은 “윤이상은 이념을 뛰어넘은 민족주의자”라며 “그는 일제강점기 때 무장 독립운동을 하고 해방 직후 일본에서 돌아온 고아들을 위해 고아원을 만드는 등 사회를 외면하지 않고 자기 몸을 던져 시대와 호흡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윤이상 선생님의 이러한 행적은 백범 김구 주석님과 너무나 흡사하시기에 나는 오늘 선생님 함자 앞에 백범맨(Baigbumman)이라는 칭호를 헌정(獻呈)드리고자 한다.

항일 독립운동가이신 백범 선생님께서 고아들을 위한 노년을 보내셨으며, 안두희의 흉탄에 암살되시던 날 책상위에 놓여 있던 봉투도 고아들을 위한 장학금과 편지였음을 아는 국민들이 많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5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있는 윤이상 선생님의 묘소를 가장 먼저 찾아 참배하면서 다시 조명받게 되었다.

영부인께서는 “윤이상 선생이 생전 일본에서 배를 타고 통영 앞바다까지 오셨는데 정작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울었다”며 “조국 독립과 민주화를 염원하던 선생을 위해 고향의 동백을 가져오게 됐다”며 동백나무를 묘지에 심었다 한다.

동백(冬柏)나무를? 깜짝 놀라며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수년 전 교보문고가 화제의 신간으로 선정해 준 나의 졸저 <영웅백범> 관련 저자 인텨뷰에서 “백범 선생님의 삶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꽃은 동백꽃”임을 밝힌바 있다.

나는 그날 이미자 선생님의 ‘동백아가씨’를 일부 개사하여 부른 뒤 동백꽃이 갖는 함축적 의미를 설명하고 “통일한국의 국화로 동백꽃을 남북한 동포들께 추천”한바 있다. 내가 지향하는 삶이 동백꽃 같은 삶임은 물론이다.

백범 선생님의 인생역정과 너무나 흡사하신 이타적 삶을 살다 가신 고 윤이상 선생님 탄생 100주년인 올해 대통령 영부인께서 동백나무를 윤이상 선생님 묘소에 심어주심에 감사드린다.

더불어 백범 선생님과 항일독립운동가 등 백범맨(Baigbumman) 의 묘역에도 대통령님 내외분이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동백나무를 헌수(獻樹)해 주셨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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