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주 농민 김정숙씨가 26일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사드반대 투쟁을 담은 '파란나비효과' 초대권을 보내며, 다가올 한미정상회담 등에서 용감한 외교를 펼쳐달라는 내용의 공개편지를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순방 일정을 앞두고 사드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주민 및 관련단체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성주ㆍ김천 주민과 원불교는 2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영부인 김정숙 여사에게 사드반대 투쟁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효과' 초대권과 성주 참외를 전달하면서 주민들의 뜻을 담은 공개편지도 함께 보냈다.

스무살에 성주로 시집가서 30년째 참외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김정숙씨는 지난해 7월 13일부터 지금까지 촛불들고 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왔는데 그러다보니 영화에도 출연하게 됐다며, 같은 이름의 김정숙 여사와 문재인 대통령이 이 영화를 꼭 보아달라고 당부했다. 

김씨는 "성주에 사는 국민이 지난 1년을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오늘을 살아가는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며,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라는 것을 깨닫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저희가 더 크게 소리 내겠다. 든든한 국민 빽 믿고, 용감한 외교 부탁드린다"는 격려도 덧붙였다.

이날 원불교 김인정 교무는 성주 성산리에 거주하는 김수상 시인이 지은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리다'라는 제목의 시를 낭송, 최근 소성리를 백색테러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극우단체들의 난동과 이를 방조하는 듯한 경찰의 태도를 꾸짖었다.(아래 전문)

김 시인은 "소성리 길가에 성조기를 흔들며/서북청년단이 나타났다//마을 어른들에게 삿대질을 해대며/거침없이 “빨갱이 새끼!”라고 했고//길바닥에서 늦은 저녁을 드시는 할매들을 보고/“놀고 자빠졌네!”라고 했다//정말 서북쪽에서 왔는지/아니면 어느 정신없는 우주에서 왔는지 모를//그들의 한심한 사과를 결국 받아내긴 했지만/말은 화살처럼 우리들의 가슴에 박혔다//"라고 이들 극우단체들의 소성리 난입과 난동을 고발했다.

극우단체 소성리 난입.난동 강력 처벌해야

▲ 대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5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26일 오전 경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소성리에 난입해 무법천지를 만든 서북청년단 등 극우단체의 집회를 불허할 것을 촉구했다. [사진제공-대구경북인권여성시민사회단체]

서북청년단 등 극우단체는 지난 15일 성주군청과 소성리 보건소 앞에서 '사드찬성' 집회를 열더니 18일에는 20여명 규모의 집회를 , 22일에는 버스 8대를 동원해 서울, 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500여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를 연일 진행했다.

문제는 이들 극우단체들이 주민들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해 담벼락에 오줌을 누고,  어르신들에게 ‘놀고 자빠졌네’, ‘전부 좌빨 빨갱이들’이라며 야유하는 것은 물론, 이장 색출 난동과 농사짓는 할머니 옆에서 소변을 휘갈기는 만행을 서슴치 않았으며, 마을 입구와 원불교 성지의 사드반대 현수막과 깃발 등을 훼손하고, 하천과 논밭에 아무렇게나 버려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등 무법천지를 만들고 있다는 것.

이들은 지난 24일에는 경북 칠곡군 왜관 캠프캐럴에서 '사드 추가 배치 촉구' 집회를 열었으며, 오는 27일 소성리에서 다시 대규모 집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구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를 비롯해 대구.경북지역 5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경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27일 서북청년단이 소성리 마을회관 건너편 도로 갓길 100m에 신고한 집회·행진에 대해 '집단적인 폭행ㆍ협박ㆍ손괴ㆍ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는 금지시킬 수 있다는 '집시법' 관련 규정에 근거해 이들 극우단체의 집회를 전면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또 주민들을 모욕하고 위해를 가한 자들은 물론 이들의 테러와 난동을 묵인한 경찰 관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 극우단체들에 의해 훼손된 소성리 사드배치 철회 촉구 현수막. [사진제공-소성리종합상황실]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자신의 정당한 권리와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국민들을 ‘종북몰이’하는 백색테러 집단은 이제 이 땅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민주주의의 다양한 가치와 사상의 자유는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권과 인권, 존엄성이 존중 받는 선에서만 가능하다"며, "무고한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잔학하게 짓밟고 살상했던 무리들이 다시 이 땅에서 활개 치는 모습은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성주 참외농사 짓는 김정숙 여사가 영부인 김정숙 여사를 영화 파란나비효과에 초대합니다>(전문)

김정숙 여사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사드가 배치된 지역 경북 성주에 사는 김정숙입니다. 스무 살 때 성주로 시집와 참외 농사를 지으며, 평범한 주부로 아내로 엄마로 살아온 지 올해로 30년이 되었습니다.

도시에 살던 제가 꿈꾸었던 농촌은 내 집 앞마당이 다 내 땅이고, 내가 농사짓는 논이 다 내 땅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당연히 아니었죠. 30년을 뜨거운 하우스 안에서 참외 농사를 지으며 이제 쯤 두 자식 반듯하게 키우고 내 삶을 살겠구나 싶을 때 사드라는 괴물이 찾아왔습니다.

2016년 7월 13일부터 한동안 저는 30년을 일궈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는 것 같은 생각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들었고, 그날부터 매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촛불을 들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촛불을 드는 것 밖에 없다 생각했고, 광화문에서 성주에서 열심히 촛불을 들다보니 김정숙 여사님은 영부인이 되셨고, 저 김정숙은 영화배우가 되었네요.

어설프게 카메라를 들고 다니던 사람이 인터뷰를 요청하여 사드 반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인터뷰를 해주었지요. 몇 번을 보면서도 뭘 하기라도 할까 하는 마음에도 열심히 뛰어 다니시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이라는 말에 참 놀랐습니다. 그랬던 우리 감독님이 일을 내셔서 영화로 제작이 되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상까지 타고 난리가 났습니다.

우리가 투쟁해온 날들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져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더군요. 그 영화가 6월 22일 전국으로 개봉을 하였습니다. “파란나비효과”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문재인 대통령님과 여사님이 알고자 하는 국민의 삶이 담겨져 있습니다. 성주에 사는 국민이 지난 1년을 어떻게 투쟁해 왔는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고 오늘을 살아가는지 공감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영화 꼭 보시고, 국민의 삶에서 함께 하는, 국민을 위한 정치 해주십시오. 대한민국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라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더 크게 소리 내겠습니다. 든든한 국민 빽 믿고, 용감한 외교 부탁드립니다. 늘 건강하세요.

 

우리가 맞고 너희는 틀리다(전문)

김수상

이장님은 마을 방송으로 말했다
“경찰들은 들어라, 소성리는 사드가 들어온 4월 26일 이후로는 법이 없어진 동네다”
맞는 말이다
시원한 말이다
법을 지키고 국민을 보호해야할 국가가 무력경찰을 동원해
소성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양들을 보호해야할 양치기 개가 양들을 뜯어먹고 있다
그런 개는 이제 필요 없다

할매들이 말했다
마을회관 앞 도로의 탁자 하나를 지키려고
유월 땡볕에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
할매들이 말했다
“이제는 밥 차도 들여보내지 말거라!”
나만 보면 맨날 밥 먹고 가라던 금연 할매가
얼마나 속이 상했으면 저놈들에게는 밥도 주지마라고 할까
탁자 하나가 도로교통법을 위반했다면
국가는 21만평에 이르는 금쪽같은 우리 땅을
불법으로 미국에게 양도했다
양도한 것도 모자라서 불법으로 폭력으로
사드를 기습 전개했다
누구의 죄가 더 막중한가
미군들의 군홧발에 짓밟히고 있는
롯데골프장의 잔디도 알고 있다

하루 종일을 탁자 하나 때문에 경찰들과 싸운 것도 억울한데
길바닥에서 저녁 한 끼를 때우려는데
이건 또 어디에서 나타난 미국의 개들인가
소성리 길가에 성조기를 흔들며
서북청년단이 나타났다
마을 어른들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거침없이 “빨갱이 새끼!”라고 했고
길바닥에서 늦은 저녁을 드시는 할매들을 보고
“놀고 자빠졌네!”라고 했다
정말 서북쪽에서 왔는지
아니면 어느 정신없는 우주에서 왔는지 모를
그들의 한심한 사과를 결국 받아내긴 했지만
말은 화살처럼 우리들의 가슴에 박혔다

억울하고 억울하다
우리도 엑스밴더 레이더처럼 웅웅 울고 싶다
우리의 땅과 하늘과 바람과 별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우리의 논밭으로 가는 길을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빨갱이 새끼, 라니
놀고 자빠졌네, 라니
정권이 바뀌면 우리를 좀 안아줄 것 같았는데,
정신없는 나라를 대신해 싸워준 우리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건넬 줄 알았는데,
겨우 하는 짓이 탁자 하나 파라솔 하나를 철거하겠다고
소성리를 에워싸고
야윈 할매들을 염천의 길가로 내몰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서북청년단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성조기를 성주 땅에 흔들며 돌아다니겠다고 한다

우리는 이제 우리를 믿어야 한다
믿을 건 마을회관의 밥솥과 국밥과 컵라면이다
힘내서 우리는 우리의 빼앗긴 땅을 다시 찾아와야 한다
우리의 빼앗긴 봄을 찾아와야만 한다
할매들의 반팔 만세가 옳았고
할매들이 길가에 누워 길을 막는 자세가 옳았다
달마산 산길에 자꾸 새겨지는 우리들의 발자국이 옳았다
사드 때문에 속에 천불이 나는 날이면
달마산 꼭대기에 올라 골프장을 향해
소리라도 질러야 한다
그래야 맞다
그래야 이긴다

고철 사드의 아가리에 평화의 깃발을 꽂아주어야 한다
고철 사드의 아가리에 평등의 깃발을 꽂아주어야 한다
고철 사드의 아가리에 소성리 논둑에 핀 꽃들을 꽂아주어야 한다

우리가 골프장을 접수해서 골프공처럼 날려 보내자
저들의 거짓과
저들의 폭력과
저들의 전쟁과
저들의 야만을
우아한 평화의 자세로 태평양 건너 미국 땅까지 날려 보내자

우리가 맞고 너희는 틀리다
사드는 가고 평화여 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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