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중앙-CSIS 포럼에서 연설하는 강경화 외교장관. [사진-외교부]

29~30일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26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쪽으로 한발 더 나갔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포럼 오찬사를 통해 “정부는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다”면서 “환경영향평가 실시는 국내적 적법 절차의 문제로서, 사드 배치 결정의 취소나 철회를 의도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된다면, 배치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더욱 강력해 질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한미 동맹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는 동맹의 결정이었고, 우리는 동맹으로서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계속 협조해나갈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의 이유에 대해 “민주적.절차적 타당성 확보”를 넘어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의 지지” 확보라고 설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리 가드너 등 미 상원의원 18명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당신과 문 대통령이 사드의 완전한 배치를 저해하는 절차적 검토 작업을 촉진할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요구한 것 등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강 장관은 지난 22일 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의 첫 통화에서는 “(환경영향평가는) 사드를 중단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절차를 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틸러슨 장관은 “민주적 절차 존중한다”고 화답한 바 있다.

강 장관은 “개성공단 재개는 우리가 추후의 단계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다루는데 진전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에만, 미국과의 매우 긴밀한 공조 하에 추진할 문제”이며,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현 단계에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인도적 지원과 교류는 제재.압박과 함께 병행하여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적 지원과 교류는 정치적 고려와는 독립적이어야 하며,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 레짐의 틀 안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께서는 오토 웜비어 군의 비극적 죽음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명하셨다”면서 “우리는 웜비어 군에 대한 북한의 비인도적이고 잔혹한 대우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금번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의 첫 만남”이라며, “양 정상간 상호 신뢰와 친밀감을 쌓는 계기”이자 “양국 간의 공통된 비전과 상호 이해를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양국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동맹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실질적으로 달성해나가기 위한 공동의 전략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정상은 “북핵.미사일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고, “이처럼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재·압박과 대화 등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올바른 여건이 조성되면 북한에 대한 관여의 문이 열려있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강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좋은 동맹에서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비롯한 양국간 2+2 회의의 제도화는 양 정상간 논의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며, “한미간 상호 협력의 범주를 안보 및 한반도 관련 이슈 너머로 확장시키는 것 또한 중요 요소”라고 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강하고 역동적인 경제 협력이 한미 동맹의 매우 중요한 기둥이라는 시각을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정상은 에너지, 인프라, 정보통신기술 등 양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보장할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 25일 미 2사단을 찾은 강경화 외교장관. [사진-외교부]

한편, 강 장관은 지난 25일 ‘한국전쟁 발발 67년’을 맞아 창설 100주년을 맞은 미 2사단을 방문했다. 이 부대는 ‘크리스마스 기적’으로 널리 알려진 ‘흥남철수작전’에 참가한 부대다. 

강 장관은 격려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님 또한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에 승선했던 1만4천명의 피난민 중 일부였다”면서 “수일 후 문 대통령께서 워싱턴을 방문하시게 될 터인데, 이 계기에 대통령께서는 흥남 철수 작전의 참전용사 분들을 초청하실 것”이라고 알렸다.

강 장관은 “오늘로부터 나흘 뒤, 한미 양국 정상은 워싱턴에서 첫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굳건한 한미동맹과 여러분들의 없어서는 안 될 기여에 대해 감사를 표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양국 정상께서는 우리의 포괄적 전략 동맹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공동의 전략에 대해 논의할 것”이고 “두 분께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다룰  최선의 방안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시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추가,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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