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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통일 공약을 위한 ‘지공주의 공유도시론’과 ‘평화도시’<기고> 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통일북한센터장
조성찬  |  landjustic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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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4  08: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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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찬 / 토지+자유연구소 통일북한센터장


1. 문재인 정부의 시장통합 및 점진적 통일 공약

새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평화통일 관련 6개 공약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 세 번째가 “남북한 시장을 하나로 통합하고 점진적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다. 세부 공약에서 밝힌 구체적인 시장통합 방법론은 “북한의 시장 확산 촉진과 남북 경제통합(경제통일)”이다. 다음으로 점진적 통일을 위한 방법론은 “시장통합을 바탕으로 하는 생활공동체 형성과 북한 이탈주민 정착지원”이다. 시장통합은 두 번째 공약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행’과도 연결되며, 점진적 통일은 네 번째 공약인 ‘남북기본협정 체결’과도 연결된다.

남북한 시장통합이라는 접근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우선 시장이 ‘네트워크의 확산’이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시장 ‘통합’이 아닌 글로벌 시대에 경제 네트워크로서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마침 파라그 카나의 책 『커넥토그래피 혁명: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있는가?』(사회평론, 2017)는 커넥토그래피(Connectography: 연결 + 지리의 합성어)라는 개념을 사용하여 지리적 조건이나 국경, 군사력으로 구획되는 주권국가 시대는 끝나고 고속도로·철도·파이프라인 등 에너지와 물품·인재 수송로, 정보·지식과 금융·기술이 광속도로 흘러가는 인터넷·통신망 등 기능적 사회기반시설들의 초국적 연결 시대가 됐다고 전망했다. 여기서 연결 주체는 정부나 국가가 아니라 개인과 기업, 광역 도시들이다. 그리고 지역연방이 다양한 개체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감당한다. 이 책은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적 양안관계의 발전 사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가 상업 및 기반시설 통합을 통해 기능적 연방국가로 통합된 사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소개한 기사(한겨레, 2017.6.16.)는 카나의 주장을 기초로, 남과 북 역시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결망을 형성하는 느슨한 형태의 연방이나 국가연합형 연방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통합 방식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러한 점에서 남북한 시장통합과 점진적 통일의 공통된 핵심 키워드는 바로 ‘연결’이다. 통합을 서로 다른 두 시스템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포섭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스템의 연결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을 문자 그래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시장통합은 단순히 물건이 서로 오가는 무역을 넘어서는 일이다. 무엇보다 금융 자본주의 DNA를 담고 있는 ‘자본’이 오가기 때문에 시장통합에 따른 부작용까지 고민해야 한다. 어떤 방식의 시장통합이냐에 따라 점진적인 통일을 ‘촉진’할 수도 ‘방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일연구원 부원장인 조민(2015)은 현실을 고려한 시장 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통일이 개발논리에 휩싸인 소수 대자본의 향연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인식에서 그는 가령 북한 농지를 협동농장의 공동소유 및 공동생산 방식에 기초한 공동의 이익과 가치 창출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조민, 2015: 37). 이러한 접근은 시장통합의 방향성 설정에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그런데 현재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시장통합 관련 세부 공약은 방법론으로서 부족한 느낌이 든다. 북한 내에 시장이 확산된다고 해서 곧바로 남북 경제통합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북한의 시장 확산이 남북 경제통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더 나아가 이러한 시장통합을 바탕으로 생활공동체가 형성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경제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실험공간’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도 여섯 번째 공약으로 접경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해 ‘통일경제 특구법’을 제정하겠다고 했으니 이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본 글은 시장통합의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토지(가치)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지공주의 공유도시론을 초보적으로 정립하고, 새로운 실험공간으로서 지공주의 공유도시론에 기초하는 ‘평화도시’를 제안하고자 한다.

2. 토지(가치) 공유에 기초하는 ‘지공주의 공유도시론’

1) 지공주의 공유도시론 초보적 정립

남과 북을 물리적으로 이어주는 대표적인 것이 토지다. 따라서 남북 시장통합 및 점진적 통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토지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 토지정책을 깊이 탐구한 김윤상은 그의 저서 『지공주의』(2009)를 통해 토지가치 공유의 정신을 담는 ‘지공주의’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지양하는 제3의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공주의는 자본의 사유와 토지의 공유를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세 가지 이유를 들어 지공주의가 통일한국의 이념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지공주의는 북한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다. 둘째, 지공주의는 현재 남북한이 취하고 있는 체제보다 우수하다. 셋째, 지공주의는 남북한의 현 토지제도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도입이 가능하다. 토지사유제를 시행하고 있는 남한에서는 지대를 조세로 환수하면 되고, 토지가 국유인 북한에서는 토지 국유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개인의 토지 사용을 확실하게 보장하고 임대료도 확실하게 징수하는 공공토지임대제를 실시하면 되기 때문이다(김윤상, 2009: 289-290). 남기업은 그의 저서 『공정국가』(개마공원, 2010)에서 한국은 물론 통일한국이 나아가야 할 국가모델로 ‘공정국가’를 제시하고, 북한이 나아갈 방향으로 공공토지임대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남기업, 2010: 236-248). 허문영·전강수·남기업도 “통일대비 북한토지제도 개편방향 연구”(통일연구원, 2009)에서 공공토지임대제를 중심축으로 하는 통일 정책을 제시했다. 필자도 『중국의 토지개혁 경험』(한울, 2011) 등에서 이론 및 중국 사례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공공토지임대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런데 기존 공공토지임대제 접근법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이, 토지 소유 주체는 국가로 설정하면서 토지사용 주체는 개별화된 개인 및 기업으로 설정했다. 즉, 토지 소유 및 이용의 중간 주체로서 지역사회 공동체를 크게 강조하지 못했던 것이다. 또한 토지재산권 접근을 강조하다 보니, 부동산이라는 건물의 공동체적 소유 및 이용에 대해 깊은 논의를 진행하지 못했다. 즉 공(公)-공(共)-사(私)의 구조에서 중간 위치인 공동체의 역할을 간과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화폐제도를 깊이 있게 다루지 못했다.

따라서 기존 연구 성과를 종합하면서 동시에 기존 정책 담론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 가능성을 필자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공유’개념에서 찾고자 한다. 고전 경제학파의 전통에 속하는 아담 스미스와 헨리 조지(Henry George) 등을 비롯한 유력한 학자들이 개인 노동의 성과는 사유하되 그 기초가 되는 자연자원은 공유해야 한다는 이론(left-libertarianism)을 피력한 바 있다. 최근에 와서 공유지의 비극을 지역공동체의 자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엘리너 오스트롬의 커먼즈(commons) 이론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커먼즈 이론은 20년 넘는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이 도심 토지 저이용 문제를 해결하려고 제시한 ‘현대총유론’과도 연결된다. 2012년에 서울시는 도시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공유도시’(Sharing City)를 선포했다. 최근 한국의 지자체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및 개인 자산을 공유자산화 하려는 전략을 모색 중에 있다. 중국은 도시재생 및 농촌 협동조합 추진에서 토지 공유(共有)와 지역 공동체의 참여를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해 보건데, 노동 생산물과 자본의 개인 소유는 격려하되 자연자원은 공유하려는 지공주의 접근법은 남북간 시장통합 및 점진적 통일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여기서 필자는, 중국 및 북한과 같은 경제체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지공주의에 기초하면서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 공공토지임대제 및 관련 제도를 추진하는 도시를 ‘지공주의 공유도시론’이라는 틀로 접근하고자 한다. 여기서 개념 및 용어 선택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유도시의 공간 범위는 도시 및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농촌지역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도농일체로 접근하는 것이다. 둘째, 지공주의 공유도시론은 서울시가 표방하는 ‘공유도시’(Sharing City) 개념과 내용에 있어서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정의하는 공유도시는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시간, 정보, 공간 등을 공유(share)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즉, 서울시가 추구하는 것은 공유도시가 아닌 ‘공용도시’이다. 이러한 개념은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재산 소유권(ownership)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조성찬, 2016).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주거 세입자 문제, 가계부채 급등 문제, 도시재생에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유휴 공간의 확산 및 방치 문제는 절대적인 사유재산권 제도에서 비롯되었다. 셋째, 이미 서울시 등이 조금은 다른 목적으로 ‘공유도시’라는 용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이 용어를 채택한 이유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및 북한의 토지제도가 도시 토지의 국가 소유(公有) 및 농촌 토지의 마을공동체 소유(共有) 구조이기 때문이다. 즉, 토지가 공유(公有) 아니면 공유(共有)이기 때문에 공유도시라는 용어는 현재의 토지소유권 구조에 가장 부합한다. 공유도시는 내용상 커먼즈 이론 및 일본의 현대총유론과 유사하지만 일반인의 입장에서 ‘공동소유’내지 ‘공유’용어가 받아들이기 훨씬 쉽다. 그리고 절대적 사유 개념을 극복할 수 있는 접근법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2) 지공주의 공유도시론의 구성 체계

지공주의 공유도시론은 크게 ‘공유자원’, ‘공유자산’, ‘공유기업’으로 구성할 수 있다. 행정학에서 정의하는 공유자원은 한 국가 영토 내의 일반 대중이 공동으로 소유 및 향유하는 자원들이다. 대표적으로 토지와 지하자원 등이 있다. 이러한 공유자원은 경제발전에 따라 다양한 공유자산 형태로 분화된다. 중앙 및 지방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국공유지를 공유재(public properties)라고 부르며, 정부가 만든 기반시설은 공공재(public goods)라고 부른다. 커먼즈 이론에서 이야기하는 공동체가 소유 및 관리하는 대상은 공동재(common pool properties)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회 전체의 노력에 의해서 형성되는 재화를 필자는 새롭게 사회재(social properties)로 분류하고, 토지가치(지대), 화폐, 도시경관 등을 사회재로 분류했다. 마지막으로, 공유기업은 정부 소유의 국공유기업과, 시민 또는 지역 공동체 소유의 각종 사회적 기업이다. 이처럼 공유자원-공유자산-공유기업이 부채에 기초하지 않는 화폐를 매개로 하면서 시민이 경제활동의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하여 형성되는 경제를 사회적 경제라고 칭할 수 있겠다. 이러한 분류 및 체계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의 <표 1>과 같다.

<표 1> 지공주의 공유도시의 구성 요소

범주

핵심 개념

주체

예시

공유자원(Public Resources)

한 국가 영토 내의 일반 대중이 공동으로 향유하는 자원들

현세대 및 미래세대

토지, 바람, 물, 전파, 지하자원

공유자산

공유재

(Public Properties)

천연자원 중에서 정부가 소유하는 재산

정부

국공유지

공공재(Public Goods)

정부가 만든 인공시설들

정부

도로,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

공동재(Common Pool Properties)

천연자원 중에서 공동체가 소유하는 것. 공동자원 개념의 재산화 개념.

지역 주민

협동농장, 마을목장

사회재(Social Properties)

정부와 공동체 및 개인이 함께 만든 사회적 가치들

시민

지대, 화폐, 도시경관

공유기업(Public company)

정부 소유의 국공유기업, 시민 또는 지역 공동체 소유의 사회적 기업

기업

국영기업, 기업소, 협동조합


3) 지공주의 공유도시론으로 바라본 북한 스케치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시장 확산을 촉진하여 남북 경제통합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은 이미 밝힌 바 있다. 남한 정부가 북한의 시장 확산을 촉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지만, 남한 정부의 전략과 무관하게 북한 내에는 이미 빠른 속도로 시장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 내 최근 흐름이 이를 잘 보여준다. 북한 경제전문가인 동용승(2017)은 북측 정부가 주민들의 시장 활동을 억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포전담당제, 기업경영책임제 등으로 시장 기능을 활용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2017: 53). 그런데 이러한 시장 확산이 일정 정도 지공주의 공유도시론의 맥락에서 해석할 여지들이 많다.

농촌 협동농장 소유의 농지는 기본적으로 공동재로 볼 수 있다. 북한은 김정일 정부 이래로 협동농장을 공동경작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소수의 작업반 단위로 경작하는 포전담당제를 시행해 오고 있다. 김정은 정권은 기존 방식을 더욱 발전시켜, 자기 땅이라는 인식을 주지 못하는 윤번제 방식 대신 농가마다 담당 토지를 분배했고 생산물을 평균 30(국가) : 70(농가)으로 분배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생산물 분배 비율이 최초에는 국가가 60%였으나 30%로 크게 줄어들었다. 국가에 납부하는 30%는 북측이 ‘지대’라고 부른다. 관련 분석에 따르면, 농지마다 수년에 걸쳐 생산성을 측정하여, 각 토지 생산성에 따라 분배비율이 달라지도록 조정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자기 땅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면서 텃밭보다는 협동농장의 자기 땅을 경작하는데 주력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농민들은 농장단위 또는 작업반 단위로 종자와 비료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 농업 생산성도 올라가고 있다. 가령, 2015년 알곡 생산량이 589만 1000톤으로 2001년에 비해 142만톤이 증가했다(동용승, 2017: 55; 내일신문, 2017.6.15.). 이처럼 북한은 현재 협동농장이라는 공동재를 지공주의에서 살펴본 ‘노동생산물 사유-토지가치 공유’원리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공장기업소에도 적용하고 있다. <표 1>에 따르면 공장기업소는 공유도시 구성요소의 세 번째인 공유기업에 속한다. 특히 정부 소유의 국영기업에 해당한다. 오늘날 북한 정부가 시행하는 경영 원리는 기업경영책임제이다. 전에는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지고 임금 및 식량을 지급했다면, 이제는 각각의 기관과 공장기업소가 자체 경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식량과 생필품을 배급해 주는 방식으로 전환해 가고 있다. 기업소는 농지와 동일하게 생산액의 30%를 국가에 납부하고 있는데, 이는 기업소가 국가로부터 생산수단을 임대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용료를 지불하는 성격이다. 협동농장의 지대와 같은 성격이다. 동용승에 따르면, 현재 각 기관이나 기업소들은 성과를 더 내기 위해 외국자본을 유치하거나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김정은 정권이 이러한 시장경제 원리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2017: 55-56).

그런데 변화하는 북한의 모습에서 불안한 요소도 감지된다. 가령, 핵-민생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한 김정은 정권은 미래과학자 거리, 려명거리, 아파트 신축 등 건설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데, 이 때 해당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자재를 조달하고 건설을 책임지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당 단위들은 자재 확보를 위해서 지하자원을 수출하거나 다른 사업을 전개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시장의 돈주들에게 이권을 보장하는 식으로 주택건설 사업 등 대형 사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동용승, 2017: 53; 임을출, 2016). 현재 북한 내에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사업은 아파트 건축사업과 부동산 임대사업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주택 매매가 불법이지만 자본가들(돈주)이 정부 관료와 결탁하는 방식으로 매매를 하고 있으며, 막대한 투기적 이익을 향유하고 있다. 이는 지공주의의 핵심 문제의식인 토지가치(사회재)의 독점적 향유에 해당한다.

앞서 살펴본 북한의 모습은 최근 평양을 방문한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의 방문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내일신문, 2017.6.15). 한 마디로 말해서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여 전쟁위기설에도 불구하고 평양은 활력이 넘치고, 상품이 넘치고, 도시 건설이 팽창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국제 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라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북한이 내세우는 우리식 경제관리방식이라는 틀 안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진징이 교수는 이러한 변화를 ‘평양현상’으로 포착하고 조만간 북한 전역에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공주의 공유도시론으로 북한의 변화상을 스케치해 보니, 협동농장의 포전담당제와 공장기업소의 기업경영책임제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공유경제 내지 사회적 경제의 모습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름의 가능성과 한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가능성 측면에서 보면 ‘노동생산물 사유-토지가치 공유’라는 지공주의 원리가 확대 도입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한계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공유자산의 대상 중에서 사회재에 해당하는 두 자산인 토지가치(지대)와 화폐가 결합하여 사적 주체의 특권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향후 북한 지공주의 공유도시의 불안정성을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동할 것이다.

3. 접경지역에 실험공간으로서 ‘평화도시’제안

문재인 정부는 통일공약 6번째로 남북 접경지역 발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동관리위원회를 설치하여 접경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통일경제 특구법’을 제정하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역시 현 단계에서 구체성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징이 교수의 평양 방문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듯이, 북한은 도시 발전을 새로운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민들은 새로운 틀 내에서 자기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균형점을 찾고 있다. 남한의 도시 역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어쩌면 통일로 나아가기 위해서 먼저 도시공간에서 새로운 대안체제를 실험해야 하지 않을까?

접경지역 발전은 남북간 점진적 통일을 위한 과도기적 공간을 추진하는데 의미가 있다. 통일방안은 뒤에서 다시 논의하겠지만, [통일방안-접경지역 발전-통일경제 특구법]은 상호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런데 접경지역이라는 공간에 대한 구체적인 발전 컨셉은 제시되지 않았다. 물론 지금까지 접경지역에 평화도시를 건설하자는 안이 여러 차례 제안된 것으로 안다. 이런 맥락에서 본 글에서 기존 아이디어를 살리면서, 지공주의 공유도시론에 기초하여 새로운 도시공간을 설계 및 실험하는 방안을 제안하려는 것이다.

조금은 다른 맥락이지만, 중국은 경제체제 전환을 위해 지금까지 40년 동안 실험중이다. 이미 많이 알려져 있듯이 경제체제 전환 초기에 5대 경제특구를 연해지역에 설치하여 실험을 전개하였다. 그 이후에 실험을 통해 검증된 정책 모델들을 전국으로 확산하기 위한 단계로 다양한 개발구가 설치되었다. 개발구 유형도 경제기술개발구, 고급기술개발구, 수출가공구, 보세구, 대만기업투자구, 변경합작경제구, 국가관광휴양구 등 다양하다. 이제는 상하이 등 자유무역구를 중심으로 더욱 큰 개방과 개혁을 촉진하여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고자 도전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실험은 경제정책 차원만이 아닌 사회제도, 행정, 문화 등 다방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바로 상하이 푸동신구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급 신구와 충칭 량장신구를 중심으로 하는 종합형 개혁시험구이다. 중국은 그야말로 ‘실험의 나라’다(조성찬 외, 2017).

우리도 남측 및 북측의 관련 기관 및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하여 접경지역에 평화도시를 생태적으로 건설한 후 제3의 대안적 경제체제를 적어도 50년 정도는 실험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도 공유도시를 표방했고, 평양시도 시장원리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으니, 새로운 접점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화도시에서 지공주의 원리에 부합하는 창의적인 제도들을 실험하고, 이러한 사회적 경험을 점진적 통일의 자원으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통일경제 특구법’에 이러한 내용을 담아 중국처럼 장기간 다양한 실험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평화도시를 통해 남북 경제통합 및 생활공동체 형성을 실험할 수 있다. 좀 더 발상을 전환해서 접경지역에서 추진하기 때문에 통일경제 특구법을 남과 북이 함께 논의하여 제정하고, 통일경제헌법의 모체가 되도록 할 수도 있다. 이젠 좀 더 혁신적인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기고는 <프레시안>에도 함께 실립니다.

조성찬 (토지+자유 연구소 통일북한센터장)

   
 

중국인민대학교 공공관리학원 토지관리학과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저서로, 공저인「중국의 토지개혁 경험(부제: 북한 토지개혁의 거울)」(한울, 2011.6.),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평사리, 2012.1.) 등이 있다. 주요 논문으로, “중국 토지연조제 실험이 북한 경제특구 공공토지임대제에 주는 시사점”, 『한중사회과학연구』(KCI, 2012년 1월, 통권 22호)와 “Introducing Property Tax in China as an Alternative Financing Source”, Land Use Planning(SSCI) 38(2014) 등이 있다.

현재 토지+자유연구소 통일북한센터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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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은소나무 (qnseksrmrqhr) 2017-06-25 13:08:40
소식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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