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필자는 국제정치학자로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반세기 넘어 학술연구와 정책대안 모색을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아직도 수많은 변수들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어 한반도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 국제정치의 난제임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한다. 

국제정치 이론, 즉 현실주의론, 신자유주의 제도주의론, 구성주의론 등 모든 이론을 총동원해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한반도 문제인 것 같아 답답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은 한반도 문제 해결은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도움을 받지만 남과 북이 주도권을 쥐고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1992)를 포함한 남북합의문을 재확인하고 남과 북이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길이 바른 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이달 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문재인-트럼프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가장 핵심 중에 하나인 사드배치에 관련하여 분명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와 양해를 받아야 할 핵심사안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문재인 신정부의 출범과 함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인 사드의 한국배치 결정과정에서 절차문제가 “뜨거운 감자(hot potato)”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점에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국회청문회를 통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재평가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과연 사드 방어무기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우리 국민을 방어용 무기로 그 기능을 다할 것인지에 대해 재평가가 필요하다. KF-X 차세대전투기 사업을 감사 중인 것과 관련하여 김관진 전 안보실장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 과정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드의 4개 발사대 도입보고 누락사건과 관련하여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드배치는 원래 미군기지와 미국시민들을 북한의 핵위협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의 비용으로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한다고 발표하였는데 그 후 사드 한국배치의 정당성이 배치과정에서 절차문제와 함께 언젠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바뀌었고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비용인 10억불을 한국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트럼프의 비용요청이 미의회 지도자들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니 조용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하고 있지만, 미국정부가 정식으로 사드 한국배치 비용을 부담하라고 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는 알 수 없지만 필자의 소견은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문재인 새정부는 사드의 주한미군배치가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정도로 긴급한 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 5일 주한미군의 사드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경위와 국방부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와 책임주체를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현명한 결정에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그러나 사드의 한국배치가 배치과정에 있어 문제를 제기한 현 정부의 결정에 한미간 “뜨거운 감자”로 등장하게 되었다.

문 정부의 외교•안보팀이 트럼프 행정부에 당당하게 할 말은 해야 하고 미국이 불쾌감을 드러낸다고 해서 정부가 해명하려는 자세를 번복해서는 안 된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6월 9일 사드배치 논란과 관련해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한 것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환경영향평가로 한반도 사드배치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전한다. 트럼프가 격노했다고 해서 우리 국익을 먼저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사드배치로 우리 국익이 손상되고 있으면 우리가 그냥 좌시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한미동맹관계를 고려하여 추가환경 영향평가를 실시하더라도 이미 배치된 사드발사대 2기와 X-밴드레이더를 철회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하였다. 또 사드발사대 4기 추가배치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드배치를 결정한 국방부가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한 의혹을 포함해 사드배치를 서두르게 된 정책결정 과정 전반을 재조사하겠다는 감사원의 고강도 직무감찰이 이뤄질 전망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보고 누락에 관한 조사는 끝났지만 사드배치 전 정책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있어 감사원에 직무감찰을 의뢰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전 정부외교안보 라인이 감사원 조사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이런 청와대 결정은 사드 추가배치를 더는 진행시킬 수 없는 상황이기에 사실상 사드배치 유예를 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사드배치의 정책결정 과정에 있어 절차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아직도 석연치 못한 다음 5가지 핵심사안들(issues)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 핵심사안들을 잘 정리하여 문재인-트럼프 정상회담(6.29-30)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논의되길 바란다.

첫째, 사드의 한반도 배치의 안보논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여 국방안보는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사드가 방어용 무기체제로서 가장 나쁜 상황(worst case scenario)에 대비하여 우리 국민의 안보를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준다면 한국배치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나쁜 시나리오로 북한이 한반도에서 핵.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이 이판사판식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면 핵전쟁을 하게 된다. 이런 핵전쟁이 오면 한 번도 실전 테스트 한 적이 없는 사드방어체계가 과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경우에 사드 한반도 배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런 사드배치를 왜 해야 하는지가 의심스럽다.

불행하게도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발생해 북한이 남쪽을 향해 100발의 핵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했을 때를 가정해 보자. 한국에 배치하는 48개의 요격미사일을 가지고 있는 사드 1개 포대가 동시에 날아오는 100발 미사일을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 한미 공동으로 북한을 선제공격 하지 않는 한, 북한이 자멸을 각오하고 핵전쟁을 할 의도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과연 북한지도자가 자멸을 각오하고 이판사판식의 핵전쟁을 먼저 도발할 수 있을까? 북한은 공격을 당하지 않으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반복하여 공식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둘째, 트럼프의 사드 한국배치 비용과 관련하여 천문학적인 고비용에 비하여 과연 사드 방어무기체계의 효용성에 관련하여 검증이 필요하다. 많은 분석가들은 한 번도 실제로 시험(test)해 본 적이 없는 이 요격무기의 실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사드제조사나 무기상들의 말만 믿고 실전테스트로 검증되지 않은 무기를 배치하여 동북아 안보지형을 불안정하게 하고 한중관계의 불안을 조성하는 요소들을 제거해야 마땅하다.

셋째, 사드 주한미군기지 배치로 미국의 글로벌 미사일방어체계(MD)가 구성된다. MD 방어능력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면서 한반도 유사시 한미 양정부가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쉽게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한미가 선제공격으로 북한의 미사일 보복 능력을 무력화한 뒤 설사 북한이 제2 타격능력으로 보복을 감행한다 해도 사드 한반도배치가 방어무기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어에 대한 자신감이 커지면 미국은 대북 선제공격의 유혹을 키운다는 점에서 사드는 방어무기라기보다 공격무기의 성격도 있다. 이는 과거냉전시대 ‘스타워즈’라고 불렸던 미국의 전략방어구상(SDI)이 방어와 공격 양면을 갖춘 전략무기였던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한미 공동으로 대북 선제공격을 하기 위한 전 단계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넷째, 한중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사드배치로 악화되었다. 중국의 기본전략은 북한(DPRK)의 붕괴를 원하지 않는다. 북한을 자신들의 전략자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유엔안보리의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에 반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미의 대북 선제공격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유발할 수 있고, 중국의 한반도정책 3대원칙(한반도비핵화,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해결, 한반도의 평화안정)과도 배치된다. 중국이 사드의 한국배치를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사드의 핵심장비인 X밴드 레이더 장치가 중국의 안보에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X밴드 레이더 장치가 중국의 안보위협이 아니라고 어떻게 설득해야 하는지가 문재인 정부 안보팀의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다섯째, 사드배치로 발생하는 전자파로 인한 환경오염문제와 관련하여 철저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영향평가와 검증 없이 성주에 사드를 배치한 것은 국회청문회를 거쳐, 철저히 국민의 건강과 행복하고 살기 좋은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핵심현안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정부가 철저히 조사를 위해 1년간이란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절차를 통해 사드배치가 대한민국의 국익인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사드배치가 바람직한지를 재검토하여야 한다. 사드배치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철저한 재평가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익이 아니라고 평가된다면 문 정부는 과감하게 미국에게 스스로 사드배치를 철회할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누구도 원하지 않는 핵전쟁이 발생한다면 남과 북은 공멸하게 되고, 사드배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고 사드배치가 핵전쟁을 예방하는 핵억제력이 아닌 오히려 핵전쟁을 부추기는 공격무기체계로 전환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한국외국어대학사, 미국Clark대학원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국제관계학박사. 미국Eastern Kentucky대학교국제정치학교수; 전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소장/교수; 전통일연구원원장. 현재미국이스턴켄터키대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글로벌평화재단이수여하는혁신학술연구분야평화상수상(2012). 31권의저서,공저및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 저서: 『국제정치속의한반도: 평화와통일 구상』 공저: 『한반도평화체제의모색』 등; 영문 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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