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2017년 6월 6일 현충일을 맞이하여 이른 아침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았다.
해마다 국수공양을 하는 원불교서울교구 봉공회원들 정이 듬뿍 담긴 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바쁘게 묘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현충일이라는 명칭은 1707년(숙종 33년) 이순신 장군의 충열을 기리기 위해 세운 '현충사'에서 유래했다. 처음 현충기념일이었으나, 1975년 12월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공식적으로 현충일로 개칭돼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현충일은 왜 6월 6일일까. 여기에는 한국전쟁으로 산화한 많은 장병을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24절기 중 '손 없는 날(악귀가 없는 날)'에 제사를 지내곤 했다. 때문에 6월의 손 없는 날인 '망종'을 현충일로 제정하게 됐다. 1956년 6월 6일, 현충일 최초로 제정됐던 그 날 역시 망종이었다. 

▲ 현충원에서 평화로 만난 님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한국전쟁 중 열반한 수많은 용사의 묘역과 월남전 참전용사 묘역, 그리고 각종 전투에서 생명을 잃은 분들을 이름으로 만나는 숙연한 자리였다. 가족의 심정으로 한 분 한 분 이름을 부르고 작은 비석 뒷면에 새겨진 열반 장소를 기억하며 해탈천도를 기원했다.

열반 장소가 새겨지지 않은 이등병의 묘역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엄마는 또 얼마나 돌아오지 못한 아들을 기다렸을까?

앉아 있으려니 군생활 시절 작전 중 사망한 동료가 떠올랐다. 장 일병 어머님과 가족들의 서글픈 통곡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듯 아프다. 

국립현충원 맨끝까지 님들을 추모하며 걸음을 재촉하고 자리를 잡았다. 5분이 지났을까? 유가족 할머님이 건네준 인절미에 아직 온기가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기념식장을 지나 정문에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님들을 향한 묵념을 올린다. 

님들의 넋은 밤에는 별이 되고 낮에는 꽃이 되어 바람 속에 살아있다오. 문재인 정부는 당신님들의 민족에 대한 애국을 이념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마운 님들의 헌신이 사회 공익의 표준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이제 나부터 당신님들의 이야기를 더 듣겠습니다. 가짜 안보꾼들에게 팔려다니는 일이 없도록 생명의 존엄함으로 기억하겠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생각이 떠올라 고마움으로 표한다.

당신님들이 혼이 되어 지킨 서울국립현충원의 푸른공원 100만 평은 서울공기의 허파랍니다.
자본의 탐욕, 개발의 효용성도 이곳에서는 멈추었지요. 또 다른 생명을 살린 님들을 푸른 평화, 맑은 평화, 생명 평화로 부르고 싶습니다.

2017년 6월 06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현재 사드철회와 성주성지 수호를 위한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며, 저서로는 『원불교와 인권(공저)』, 『마음따라 사람꽃이 피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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