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윤동주) |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 에밀리 디킨슨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허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 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첫 기억은 ‘자아’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나의 첫 기억은 서너 살 때 시골에서 살다가 읍내로 이사를 간 기억이다.
이사 간 집의 큰 마루 밑에 들어가 바깥을 내다본 풍경이 선명하다.
사람들이 오가고 이삿짐들이 쌓여있다.
그 때의 막막한 느낌이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져있다.
시골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남의 집으로 셋방을 얻어 이사 간 것을 어린 나는 어렴풋이 알았을 것이다.
나는 자라면서 항상 어딜 가도 외로움을 느꼈다.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가 학교 선생님, 교우들과 잘 지낼 리가 없었다.
물 위에 동동 뜬 기름처럼 겉도는 성장기였다.
하지만 나는 참으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쉽게 직장도 구하고 결혼도 잘했다.
하지만 외로움은 나를 천형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다 외로움이 너무 깊었는지 ‘화병’도 앓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30대 중반이 되며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세상에 던졌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인문학을 공부했다.
어느 깊은 밤 한강 고수부지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전율을 느꼈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그거면 충분해,’
비로소 나는 ‘나의 외로움의 감옥’에서 벗어나 나와 세상을 본 것이다.
‘허지만 그 사랑을 우린/자기 그릇 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나는 ‘나의 운명’을 본 것이다.
그 뒤 나는 나의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나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나의 길’은 계속 찾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