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윤동주)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 에밀리 디킨슨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허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 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첫 기억은 ‘자아’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나의 첫 기억은 서너 살 때 시골에서 살다가 읍내로 이사를 간 기억이다.

 이사 간 집의 큰 마루 밑에 들어가 바깥을 내다본 풍경이 선명하다.

 사람들이 오가고 이삿짐들이 쌓여있다.

 그 때의 막막한 느낌이 가슴에 깊이 아로새겨져있다.  

 시골에서 가난하게 살다가 남의 집으로 셋방을 얻어 이사 간 것을 어린 나는 어렴풋이 알았을 것이다. 

 나는 자라면서 항상 어딜 가도 외로움을 느꼈다.

 깊은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가 학교 선생님, 교우들과 잘 지낼 리가 없었다. 

 물 위에 동동 뜬 기름처럼 겉도는 성장기였다.

 하지만 나는 참으로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쉽게 직장도 구하고 결혼도 잘했다. 

 하지만 외로움은 나를 천형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다 외로움이 너무 깊었는지 ‘화병’도 앓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30대 중반이 되며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세상에 던졌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며 인문학을 공부했다.

 어느 깊은 밤 한강 고수부지에서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전율을 느꼈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그거면 충분해,’

 비로소 나는 ‘나의 외로움의 감옥’에서 벗어나 나와 세상을 본 것이다.

 ‘허지만 그 사랑을 우린/자기 그릇 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

 나는 ‘나의 운명’을 본 것이다.

 그 뒤 나는 나의 운명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는 ‘나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는 ‘나의 길’은 계속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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