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나비효과 포스터. [사진제공-인디플러스]

이름부터 만만치 않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대한민국 국민은 이제 없을 것이다.

성주주민들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란나비효과’가 오는 22일 극장 개봉한다.

카메라는 지난해 7월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산리 공군 방공기지인 성산포대를 사드배치 부지로 확정 발표하는 순간 성주로 들어갔지만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가열찬’ 투쟁의 전모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다만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 그 뜨거운 여름을 지내면서 부조리한 세상에 눈을 뜨고 스스로 일어서 서로를 의지하는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생동하게 보여준다.

아이들이 사드 전자파에 당할 피해를 걱정하던 모성의 엄마들은 싸움이 깊어질수록 전쟁의 위협이 눈앞에 닥쳐 있음을 직감하고 더욱 똘똘 뭉쳤다.

TK의 보수성을 마치 혈액형인 줄로만 알고 있던 많은 주민들은 그동안 외면했던 광주와 밀양, 팽목항을 다니면서 동변상련의 굵은 눈물을 흘리고 그렇게 바뀌어 갔다.

주민들이 평화와 민주의 시민으로, 개·돼지가 아닌 생각하는 자주적 인간으로 변해가는 그 여름에 대통령과 국방부, 군수와 국회의원 등 TK는 슬쩍 기술을 부렸다.

성주 중심을 가로지르는 성산포대에서 성주 외곽 소성리 롯데골프장으로 소위 ‘제3부지’안을 내놓고 주민들을 기만했으나, 각성한 주민들에게 사드는 이미 이 땅 어느 곳에도 들어와서는 안 되는 평화파괴의 무기였다.

직접 만든 옷과 과자, 음료, 떡볶이를 갖고 나와 프리마켓을 열어 서로 나누며 진짜 이웃이 되어가는 이들은 영화에서 “사드가 좋은 점도 있네. 군수 새끼 고맙다”며 통쾌한 웃음을 준다.

지난 1일 밤 명동 CGV에서 시사회가 있었다. 영화를 만든 박두칠 감독은 “지난 여름부터 성주에서 있었던 사드반대 투쟁을 다룬 영화이다. 최근 상황은 담지 못했지만 작년의 주요한 일들을 다루고 있다. 뉴스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 밑바닥에 깔려있는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들까지 담아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뉴스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생활 속의 모습들, 그 안에서 사드 반대 투쟁이라는 것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눈여겨 보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렇다. 사람 사는 일상이 언제나 비장하고 심각하기만 할 수는 없지 않나.

영화는 뜻밖에 재미있기도 하다.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싶어 당황스러울 정도로.

“웃기는 장면이 있으면 같이 웃고 보기 싫은 얼굴이 나오면 같이 화도 내고 하면 더 재밌게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감독의 말이 아니더라도 극장 안에는 여러 번의 폭소와 몇 번의 야유가 터졌다.

▲ [사진제공-인디플러스]
▲ [사진제공-인디플러스]

영화 이후,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드 반대의 촛불은 소성리와 김천에서 계속 타올랐고 성주 성지를 지키려는 원불교가 합세했으며, 광화문과 전국으로 옮겨 붙어 결국엔 사드 도입을 결정한 그 정권을 심판했다.

사드배치를 주도한 전직 대통령은 감옥에 가 있고 청와대 지하벙커에서 회의를 주도하던 김관진 전 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반입이 있었던 사실을 고의로 보고에서 누락해 조사를 받고 있다.

불가역적인 사드배치와 운영을 호언하던 그들은 갔지만 이미 들어온 사드는 소성리 달마산 꼭대기에 아직 남아있다.

박 감독은 “각자 속해있는 공동체에서 상영 또는 관람 권유를 해 준다면 영화 제목 그대로 나비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했다. 상영시간은 93분.

6월 14일 언론배급 시사회와 그날 밤 특별시사회 일정이 준비되어 있다. 극장 단체관람 문의는 070-7019-0372, 공동체 상영신청은 http://naver.me/GVsrlRiw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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