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김천 주민들이 손꼽아 기다립니다

“따따따따”소리에 하염없이 하늘을 쳐다본다. 소성리 하늘에 수도 없이 뜨던 헬리콥터가 청와대를 향해 난다. 물론 기름인지, 철조망인지 도대체 무엇인지 모를 것들을 날라대는 소성리 미군헬기는 아니지만 소리만으로도 반(反)헬기 감정이 인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 8주기 추모식을 마치고 청와대로 귀환하는 문재인 대통령 헬기인 듯 하다며 그가 탄식한다. “내 깃발 들고 있으모 여기 사드 반대하는 성주, 김천, 원불교가 있다는 것을 알낀데...” 지난해 사드배치 제3부지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함께 한 ‘사드반대’ 대형 깃발을 오전에 경찰에게 빼앗긴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문재인 대통령님, 성주와 김천 주민들이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가 들고 있는 피켓은 의외로 감성어린 호소문이다.

지난 4월 26일 사드 알박기 작전 당일 8,000명의 병력에 온몸으로 맞서던 그가 마이크를 잡고 울부짖었다. “여서 물러 서모 우린 다 죽심더, 죽더라도 막아야 합니다”라며 경찰 속으로 몸을 날렸다.

바로 연행되었던 그는 이틀 후 다시 소성리에 환히 웃으며 나타났다. 사드반대 대형 깃발과 사드결사반대 조끼를 입고서 말이다. “원불교랑 성주, 김천주민들 덕분에 빨리 나왔어요. 전 괜찮아요”라며 걱정 말라던 그는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박희주씨. 김천 시의원이다.

“우리 김천, 성주, 소성리 촛불들, 지치지 말라고 제가 청와대로 올라왔어요. 사드가 소성리 달마산에서 되돌아 나갈 때까지 우리는 포기 안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대답 나올 때까지 몇 달이고 이 자리 지킬 끼라예”.

소성리 어르신들에게 인사 못 드리고 올라온 것이 내내 걸린다는 그는 인왕산자락으로 눈길을 던진다.

소성리도 성주다

“할매들 내말 쫌 들어보이소. 우리가 평화지킴이들 밥만 해 줄라꼬 그동안 투쟁했어예? 우리땅 지키고, 우리 자식들이랑 손주들 이땅에 살게 하자고 투쟁했잖아요. 오늘은 우리가 앞장 서입시더. 소성리 사람들은 성주군민으로 생각지도 않는가 본데, 소성리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 성주 군수한테 따지러 가입시더, 우리가 앞장 설 테니 지킴이들은 뒤에 서고, 생명축제인지 뭣인지 가 보입시더. 사람 죽이는 사드 여다 퍼 놓고 우찌 생명을 살릴 낀지 보러 가입시더.”

소성리 부녀회장님 말에 “그래, 그래” 하며 할매들이 따라나선다. 성주, 김천과 전국에서 평화지킴이를 자처한 이들이 그 뒤를 따른다. 저 멀리 군수와 국회의원이 눈에 띄자 가슴이 벌렁거리고 거친 숨이 쉬어지지만 그래도 행사를 망쳤다는 원망은 듣지 말아야 겠기에 화를 목구멍으로 참아 넘기며 앞자리로 가서 펼침막을 조용히 들었다. 그러니 공무원과 용역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부녀회장 팔을 꺽고, 할매들을 밀쳐낸다.

갈등을 치유하고 화합을 위한 생명문화축제라더니 소성리는 성주가 아니던가? 소성리 주민들은 성주군민이 아니던가? 꺽이고 밀쳐진 상처보다 성주사람 취급 못 받은 서러움에 부들부들 가슴이 떨린다.

사드를 소성리로 들여놓고 얼굴한번 보이지 않는 군수와 국회의원은 줄행랑 쳤고, 할매들과 소성리 지킴이들은 다시 펼침막을 들고 “소성리에도 사람이 산다”고 온몸으로 말한다. 소성리 할매들이 생명이고, 평화다. 아, 정의롭기까지한 이 할매들만 보면 눈물이 난다.

4월 26일 사드 포대가 들어올 때 경찰 팔꿈치에 가격당한 부녀회장님은 앞니 두 대가 부러졌는데 이젠 팔까지 기부스까지 당했다. 올해 농사는 어찌 해나갈지 걱정이다.

“내 다친 기 중요한 기 아입니더. 사드 소성리로 밀어내고 나 몰라라 하는 김항곤 군수에게 꼭 책임을 물어야 합니더. 우리는 정치인들 안 믿어예. 그저 우리가 똘똘 뭉쳐야 합니다. 안 그렇습니꺼” 소성리 부녀회장님의 목소리는 더욱 높고 강고해졌다.

Dear, 도널드 트럼프

“대한민국 국민은 ‘사드’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사드시스템에 대한 효율성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도 국가대 국가의 적법한 절차까지 무시한 사드는 그 작전권까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위대한 동맹관계’라는 한미관계가 사드로 인해 평화와 주권을 심각하고 위협하고 있는 것에 분노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평화와 주권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송밴드 김미정>”

서울 미대사관 건너편에 선 김미정 씨는 자신의 피켓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사드비용으로 1조 2천억원을 내놓으라고 했다가 ‘아님 말고’ 마치 선심쓰듯 우리를 조롱하는 트럼프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엄중한 경고가 이어진다. 미대사관 앞은 경찰차벽으로 둘러쳐졌고 경찰들은 부산해졌다.

김미정 씨말고도 인천 계양동 주민, 김종훈・윤종오 국회의원도 사드반대 피켓을 들었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두시간여 ‘NO WAR, NO THAAD' 피켓을 들고 있는 청년도, ’전쟁반대, 오직평화‘ 머리띠를 장착한 중년여성도, 양복 차려입은 채 미대사관 건너편 ’사드반대‘ 깃발아래 주저앉아 독서를 하는 노신사들이 땅에 떨어진 주권을 주워 올리자고 미대사관 앞을 하루종일 채워낸다.

오후 4시면 어김없이 열리는 원불교의 ‘전쟁반대, 사드반대, 오직평화 100배 절명상’에 깃대어 잠시라도 내안의 평화를 만난다.

소성리 수요집회

“미군기지로 편지를 보내보세요. 주소가 어디로 나올까요? 캘리포니아가 한국내 미군기지 주소입니다. 미군에게 공여했다는 달마산의 주소가 어딘지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강정마을 미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다. 다치기도 하고, 투옥되기도 했던 송강호 박사가 ‘개척자들’과 소성리를 찾았다.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는 그는 소성리 수요집회 무대에 올라 세 가지 당부를 한다.

첫째, 다함께 가야합니다. 우리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먼저 앞장선 분들은 맨 뒤에 따라오는 분들을 기다려 함께 가야합니다. 그래야 오래가고 이길 수 있습니다. 돈과 이간질에 속지 말고, 이 땅을 우리함께 꼭 지켜내야 합니다.

둘째, 평화한 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경찰과 군인들에 대한 분노를 녹여내야 합니다. 그들을 품어야 진정한 평화입니다.

셋째, 길고긴 여정일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만 믿어서는 안 됩니다. 미군기지에 빼앗긴 땅을 되찾는 일은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웠던 독립운동과 다르지 않습니다. 독립운동가의 투지로 이 땅을 미군기지로 부터 지켜내야 합니다.

10여년의 강정 미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인 송 박사는 자신에게 걸린 1억원과 강정주민들에게 물린 35억원의 구상권이 있지만 두려움을 거둬내야 이길 수 있다고 간곡히 말한다.

집회를 마치고 진밭교에 올랐다. 원불교 교무님들이 75일간 철야기도를 올리는 그곳과 어울리지 않게 경찰이 길을 막아서고 있다. 진밭교에서 통행을 막고 있는 경찰에게 통행권 보장을 요구했다. 진밭교는 다시 긴장이 인다.

경찰로 둘러싸인 송 박사는 “사드 포대가 있는 저곳의 주소를 물어보기 위해 위병소를 가려는데 경찰이 왜 막는지 이유를 알려 달라”고 요구했고 경찰은 묵묵부답인 채 송 박사의 길을 막아서는 데만 안간힘을 쓴다.

할 수 없이 계곡을 돌아 뚫고 들어가자 경찰무리가 그를 따른다. 수십분이 흐른 후 경찰에 의해 사지가 들려나오는 송강호 박사가 다시 군 관계자에게 묻는다. “이곳의 주소가 어디냐고?” ·캘리포니아인지, 대한민국 땅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인지, 단지 그것이 궁금하다고 묻고 또 묻는다.

X-밴드 레이더를 쐈다고? 그럼 생체실험?

지난 5월 16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은 성주에 불법 배치된 X-밴드레이더가 북한이 쏜 ‘화성12호’미사일을 탐지했다고 당당히 말했다.

X-밴드레이더 운용에 관한 미육군 교본에 따르면 사드레이더를 운영하는 100미터 이내는 강력한 전자파로 심각한 화상과 내상을 입을 수 있는 절대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반경 3.6km이내는 출입을 제한하는 위험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성주 소성리 사드레이더가 불법배치 된 곳에서 3.6km안에는 성주 소성리, 김천 남면・노곡리・연명리・월명리 주민들이 농사지으며 살고 있다. 그런데 그곳 주민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말이 사실이라면 주민들에게 고지도 하지 않고, 주민들을 생체실험용으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북핵을 효과적으로 막는데 X-밴드 레이더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한민구 장관은 스스로 거짓말의 늪에 빠져버렸다. 주민들은 긴급토론회를 열었고,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한민구 국방장관의 처벌을 요구했다.

“우리동네 젊은 사람들 2가구가 최근에 마을을 떠났습니다. 아이들 키우기 무섭다는데 우찌 잡습니꺼, 헬기가 우리집 위를 낮게 날아서 항의를 했더니 며칠은 돌아서 날아가는 듯 하더니다시 집 위를 날아다닙니다. 헬기소리에 몬 살 일입니다.”

“문재인대통령은 사드대책을 하루라도 빨리 내놔야 합니더, 하루하루 불안함에 가슴졸이며 살고 있는 이곳에 와서 이땅을 미군에 안주고 지켜준다고 해야 합니더”

기자회견장은 마을주민들의 불안과 걱정, 서운함으로 가득했다.

평화지킴이들, 사드가고 평화오라

소성리 마을회관 앞을 통과하려면 경광등을 든 평화지킴이들을 거쳐야 한다. “불법사드 단속”중인 지킴이들은 소성리 마을입구만이 아니라 월명리, 노곡리 길목도 지킨다. 부식차량으로 위장해 기름을 나르던 차량이 적발된 뒤로는 일일이 차량을 검문한다.

교대시간에는 그들 나름의 평화교대식도 갖는다.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배분하고, 주민들과 지킴이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 주는 것도 그들의 몫이다.

매주 월, 수요일은 천주교 미사가 열리고, 일요일은 원불교 법회, 그리고 수시로 예배, 법회, 미사가 열리는 종교 종합셋트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소성리이다.

달디단 공기와 아카시아, 찔레꽃 향내 가득한 소성리 마을의 24시는 전국에서 달려온 평화지킴이들에 의해 또 하루를 넘긴다.

마을앞 난로며, 4동의 천막이 이슬을 막아주고, 산골마을의 차가운 봄밤을 지켜준다.

아직, 소성리다.
다시, 소성리다.

 

 

이태옥은 핵발전소가 6기나 있는 영광지역에서 여성농민회와 여성의전화를 만들고 활동했다.

현재는 원불교환경연대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등 에너지개벽운동을 하고 있으며, 태양광발전소 협동조합인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상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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