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24일 공식 해산을 선언하고 곧 촛불대개혁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촛불과 함께 한 모든 날이 행복했습니다. 세상을 바꿀 촛불은 계속됩니다.”

1,700만 명에 달하는 국민과 함께 6개월에 걸쳐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 촛불을 밝혀 온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24일 공식적으로 해산 선언을 했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재단에서 진행된 퇴진행동 해산 선언 및 촛불대개혁 호소 기자회견에는 최종진·박석운·정강자·권태선·박래군 공동대표를 비롯해 각 단체 대표 및 활동가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각계 2,400여 단체가 망라된 사상 최대 규모의 범국민 운동조직인 퇴진행동이 자기의 목표를 온전히 실현한 후 국민들 앞에 당당하게 해산을 선언한 것은 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퇴진행동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퇴진행동은 해산하지만 세상을 바꿀 촛불은 언제든 타오를 것”이라며, “불의한 권력을 단죄했듯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촛불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은 포기되거나 타협해서는 안될 촛불의 명령이고 요구”라며, “퇴진행동에 함께 했던 모든 일꾼들과 단체들은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와 노동의 권리가 파괴되는 삶의 현장에서 언제나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겠다”고 밝혔다.

▲ 왼쪽부터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1987년 노동자 대투쟁에서 시작한 노동운동 1세대로서 30년간 지금처럼 행복한 때는 없었다. 자긍심을 느낀다”면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9월 25일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 정권이 보여준 파렴치한 부검 시도에 맞서 민주노총이 상주라는 각오로 한 달간 병원을 지켰던 일이 아닐까 싶다”고 회고했다.

또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퇴진행동은 정치권이 명예로운 퇴진 운운하며 흔들릴 때마다 항상 실천과 투쟁으로 중심을 잡아가며 제 역할을 분명히 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새로 들어선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열망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최저임금보장, 비정규직 철폐 등 민주노총이 노동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이기적’인 것으로, 또 이 정부에 반대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 공동대표는 “대학에 입학한 것이 유신독재가 시작되었던 1973년인데, 아마도 이렇게 승리로 기록된 이런 과정은 40여년 만에 처음”이라고 감회를 피력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 퇴진에는 성공한 국민항쟁이었으며, 거대한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적폐세력이 아직 남아있고 사회대개혁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퇴진행동은 오늘 해산하지만 이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촛불항쟁 시즌2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또 “새 정부 스스로 ‘피플 파워로 탄생한 정부’라고 정의하고 있으니 그에 걸맞게 담대한 개혁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면서, “오늘 퇴진행동은 해산하지만 일련의 개혁조치에 저항하고 방해에 나설 적폐세력의 준동을 심판하며, 새 정부의 개혁 추진을 적극 추동·견인하는 한편 비틀거리고 잘못할 때는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6월 국회에서는 그동안 대선 핑계대고 미뤄 두었던 6대 당면현안, 30대 개혁과제, 100대 과제에 대한 의미있는 진척을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더불어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개헌논의는 권력구조 변경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기득권 집단의 개헌놀음이 아니라 국민주권을 오롯이 실현할 수 있는 국민 참여형 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여전히 남아있는 과제인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시민들과 사회운동의 협력작업과 연대운동을 위해 새로운 모색이 진행 중이며, 곧 가시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지난해 10월 29일 첫 범국민행동에서 내세웠던 구호가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였다”며, “솔직히 고백하자면 5.18묘소 앞에서 많이 울었다. 광장에 모였던 많은 시민들이 생각나서 울었고, 그전에 스러져간 청년·학도와 노동자를 호명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서 눈물이 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예상보다 너무 잘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많고 저도 그 중의 한 사람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박수치고 웃고 기뻐하며 가끔은 눈물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주권이 회복되고 민주주의가 제자리를 바로 찾는 그런 나라가 되어 가는지, 끊임없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 듣고 달려가서 만나보고, 잘못될 경우에는 비판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을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다짐했다.

권태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퇴진행동의 임무를 완수하고 해산하겠다는 선언을 할 수 있으리라고 처음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 추운 겨울에 광장을 가득 메우고 자리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정말 아름다운 혁명을 만들어주신 국민들에게 그 장을 열었던 퇴진행동 대표들은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새로운 민주주의와 평화로운 한반도를 위한 과제가 남아있다. 그걸 완수하는 일이 촛불혁명 시즌2이겠는데, 이는 촛불혁명의 과정에서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자각하게 된 시민들이 함께 할 때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각자 맡은 영역에서 책무를 다하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박래군 4.16연대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고 당사자를 구속시켰지만 오늘 해산 선언을 하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며, 아쉬움과 함께 두려운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촛불혁명 과정에 여러 개혁과제를 제시했지만 하나도 통과되지 못했으며, 사드배치를 강행하는 난동을 막아내지도 못했던 것이 아쉬운 점이라면 “함께했던 시민들과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 방향이나 뭐 이런 것들을 명확히 설정하지 못한 채로 막을 내리게 됐다”는 것은 두려운 마음이 드는 이유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30년 전 6월 항쟁 이후와 같이 항쟁의 성과를 송두리째 정치권에 맡겼던 우를 범하지 않고 좀 더 민주화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촛불시민들이 바라는 바대로 적폐가 청산되고 사회대개혁이 이루어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는 또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를 무겁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퇴진행동 대표자들이 촛불국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한편, 퇴진행동은 이날 경과보고를 통해 2016년 10월 29일 1차 집회를 시작으로 2017년 4월 29일까지 총 23회의 범국민행동을 개최했으며, 탄핵심판 전인 19차까지 1,588만2,000명, 23차까지 총 인원 1,684만 8,000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현장 모금과 계좌 후원등을 통해 모인 수입은 39억8,315만7,374원 이었고 그중 32억804만 9,956원을 범국민행동 행사진행과 공연, 상황실 운영 등을 위해 지출해 7억7,510만 7,418원이 잔액으로 남았으며, 이날 해산 후 기록·기념사업과 적폐청산 6대 당면 현안 투쟁지원 등을 위해 잔액을 사용하겠다고 재정상황도 공개했다.

퇴진행동 해산선언 및 적폐청산․촛불대개혁 요구 기자회견문 (전문)

1700만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행복했습니다.

퇴진행동은 해산하지만 세상을 바꿀 촛불은 언제든 타오를 것입니다.

퇴진행동은 박근혜정권 퇴진이라는 소임과 역할을 다했기에 국민들께 해산을 선언합니다.

함께했던 지난 6개월, 가슴 벅찼던 나날들을 돌아봅니다.

 

“이게 나라냐”“박근혜는 퇴진하라”“박근혜를 구속하라”

“재벌도 공범이다”“부역자를 처벌하라”“적폐를 청산하자”

 

10월 29일, 3만으로 시작된 함성은 12월 3일 232만이 모여 탄핵안을 가결시켰습니다.

범죄를 부인하고 버티던 박근혜는 1700만 촛불 앞에 끝내 파면당하고 구속되었습니다.

분노한 민심, 정의를 열망하는 민심이 최고의 권력임을 유감없이 보여 준 역사였습니다.

23차에 이르는 범국민행동의 날까지 반납한 주말이었지만 광장을 향한 발걸음은 언제나 설렜습니다. 늦가을에 시작해 매서운 한파를 뚫고 새 봄이 올 때까지 촛불을 꺼트리지 않은 시민들이야 말로 위대한 촛불항쟁, 촛불혁명의 주인공들입니다.

돈 한 푼 없이 시작했지만 광장의 모금함은 언제나 넘쳐 났습니다.

발 디딜 틈 없이 유례없는 인파가 모여도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6개월 우리는 모두가 주인이고 모두가 하나였던 촛불의 바다를 만들어 왔습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한 세월호 가족들이 촛불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중도반단하지 않았기에 촛불은 항쟁이 되고 혁명이 되어 박근혜정권을 퇴진시켰습니다.

최순실, 김기춘, 이재용 등 주요 범죄자들과 공범들을 구속시켰으며, 역사를 되돌려온 지긋지긋한 수구세력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밀어내고 새 정부를 출범시켰습니다.

이 위대한 일을 가진 건 몸뚱이밖에 없는 국민들이 해냈습니다.

퇴진행동은 촛불시민과 함께한 모든 날이 행복했습니다.

퇴진행동의 수많은 일꾼들도 촛불의 동반자로, 안내자로 일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저희들은 이제 퇴진행동을 해소하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갑니다.

그러나 끝이 아니고 다시 시작입니다.

적폐 청산과 사회대개혁은 포기되거나 타협해서는 안 될 촛불의 명령이고 요구입니다.

퇴진행동에 함께 했던 모든 일꾼들과 단체들은 촛불이 남긴 과제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민주주의와 민생, 평화와 노동의 권리가 파괴되는 삶의 현장에서 언제나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겠습니다.

불의한 권력을 단죄했듯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촛불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박근혜정권을 퇴진시킨 촛불항쟁 만세! 촛불혁명 만세!

촛불은 계속된다! 적폐를 청산하자!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 사회대개혁 실현하자!

 

2017년 5월 24일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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