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차기 정부 결정, 국회 동의’를 주장해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됨으로써 사드 문제는 이제 자신이 결정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그런데 기류가 심상치 않다.

한국을 방문한 매튜 포틴저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16일 오전, “사드는 우리 동맹의 기본적 운영과 관계된 일로 이미 정해진 사안”이라면서 사드 배치가 되돌릴 수 없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강조하면서 사드 배치 문제를 기정사실화하지 않는 상황에서 차관보급 미국 당국자가 처음으로 문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 이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은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 없는 고압적인 태도이다.

포틴저 보좌관을 만난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TF 단장은 “사드 배치 절차에 있어 일부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며 “국회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사드 배치의 본질에 대한 언급 없이 절차 문제만 제기한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이 날 오후, 사드 배치의 주범인 한민구 국방장관 역시 국회 답변에서 "(사드 배치 관련) 군 입장이 바뀐 것은 없고 국방정책도 바뀐 것이 없다"면서 "사드가 우리 안보에 큰 기여를 하는 무기체계인 만큼 (현 정부에서) 그런 결정을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사드 대못박기에 나섰다. 국민을 속여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사드 장비를 기습적으로 반입한 자의 후안무치한 태도다.

한‧미 당국자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한 날에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새 정부에서 이에 대한 입장이 나올 법도 한데 아무런 얘기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대미 특사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은 17일 출국 전 사드 배치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때 발언과 대통령에 당선 된 뒤 입장에는 조금의 차이가 있을 것"이라면서 "(사드 관련) 대통령의 발언을 제가 이해하기로는 미국과의 어떤 생각의 차이라기보다는 국내에서의 절차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사드 배치에 대한 생각이 사드 배치는 수용하되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라면 국익에 배치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고, 대통령의 생각과 달리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자가 미국 특사로 간다고 해도 대통령의 입장을 잘못 전달하여 일을 그르칠 것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다.

그래서 다음 달 말 워싱턴에서 열기로 했다는 한‧미 정상회담이 걱정이다. 이 때 틀림없이 사드 배치 문제가 논의될 텐데 과연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 트럼프가 사드 배치는 이미 결정된 일이라거나, 선심 쓰듯 ‘사드 비용은 우리가 낼 테니 사드 배치 재론은 하지 말자’고 하기라도 하면 문 대통령은 어떻게 답변할까.

이와 관련하여 문 대통령은 5개국에 파견될 특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새 정부가 ‘피플파워’를 통해 출범한 정부라는 점을 강조해 주시기 바란다”며 “이제는 정치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굉장히 중요하게 된 것도 역설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는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적 공론화 등의 절차를 거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한국 배치를 재확인하는 최악의 사태는 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소성리 마을에는 헬기의 굉음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한‧미 당국은 사드 공사 장비와 유류, 인력의 육로 이동이 주민과 지킴이들에 의해 저지되자 헬기를 이용해 사드 배치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미 정상회담 시점에는 사드 배치가 거의 완료될 수도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사업을 중단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적당히 절차적 정당성의 구색을 갖춰 사드 배치를 용인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철회 입장을 정리하고 그 방향으로 일을 진행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사드 배치는 되돌리기 어려워져 버스 지나간 뒤 손드는 결과가 올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은 사드 철회의 골든 타임이다.

또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사드 배치의 주범인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안보실장은 여전히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 사드 배치를 지휘하고 있다. 이 자들을 당장 쫓아내고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사드 배치의 모든 과정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여 관련자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안보 공백을 핑계 댈 일이 아니다. 그들이 오히려 안보 위협의 주범이 아닌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선거과정에서 보여준 애매모호한 입장을 계속하여 사드 배치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상태가 되지 않게 하려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소성리 지킴이활동을 꾸준히 전개하여 한‧미 당국의 사드 배치사업을 실질적으로 저지 또는 지연시키면서 주민과 지킴이들이 지속적이고 완강하게 사드를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미 당국에 보여줘야 한다. 평택 미군기지 저지투쟁이나 강정 해군기지 저지투쟁 등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현장투쟁이 시들해지면 그 싸움은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이와 함께 압도적인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을 형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국민의 절반 이상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고무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한겨레 2017. 5. 17 기사 참조) 이에 따르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6.1%가 ‘배치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배치결정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39.9%에 그쳤다.

지난 5월1~2일 한겨레-리서치플러스 조사에서 사드가 배치된 것에 대해 ‘잘한 일이다’ 28.4%, ‘필요하지만 이렇게 서두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36.8%, ‘잘못된 일이므로 차기 정부에서 다시 검토’ 28.9%였던 것과 비교하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검토 의견이 급상승했다.

사드 배치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그 이유로 ‘국민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34.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북한 핵문제 등 안보에 도움이 안되므로’(19.9%), ‘비용 분담 문제 등 새로운 논란 거리가 발생했으므로’(17.5%),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므로’(16.6%), ‘중국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므로’(8.5%) 차례였다.

배치 결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응답한 이들 가운데서는 그 이유로 ‘북한 핵무기에 대비하는 등 안보 차원에서’(66.8%)를 꼽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국과의 외교갈등 등을 고려해서’(10.8%), ‘중국의 압력에 끌려가서는 안되므로’(10.7%), ‘이미 배치를 하여 현실적으로 돌이킬 수 없으므로’(9.9%) 등이 뒤를 이었다.

사드 반대 여론 형성의 핵심은 사드 배치 찬성의 압도적 근거인 ‘북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비’라는 허구적인 논리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즉, 사드로 북핵 미사일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홍보활동이 활발히 전개되어야 한다.

이 같은 활동은 문 대통령이 미국과 국내 친미사대주의의 압력을 극복하고 사드 배치 철회를 결정할 가장 유력한 근거가 될 것이다.

여기에 각종 정치적, 법적 대응을 결합하여 문재인 정부가 실질적으로 사드 배치를 중단시키고 철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압박해야 할 것이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대전충청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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