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원불교100년기념사업회 사무총장직을 수행할 때의 경험이다.

생소한 업무와 수많은 이해관계속의 갈등을 헤쳐 나가야 하는 과제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수많은 밤을 설치게 하였고 몸 안의 열 때문에 코피가 마를 날이 없었다.

그러나 소태산의 한 말씀은 다시 나를 깨웠다. “자기가 어리석은 줄을 알면,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지혜를 얻을 것이요, 자기가 지혜 있는 줄만 알고 없는 것을 발견하지 못하면, 지혜 있는 사람이라도 점점 어리석은 데로 떨어지나니라.”(요훈품6장)

아침 좌선으로 내안의 부처를 깨우고, 저녁에는 온전히 기도적공으로 일심을 양성하자로 표준을 잡았다.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저녁 기도 후에는 대문 밖 출입을 삼가며 도반들과 함께한 3년의 집중 적공기간에 일심, 알음알이, 실행공부로 진리로부터의 빛나는 선물을 받았다.

어느 날 새벽 운전하는 동안 호흡이 배꼽아래 단전까지 내려가는구나 하고 알아차릴 뿐 생각이 몸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피곤함을 모르고 단숨에 목적지인 서울에 도착하였다.

그 일심의 체험, 텅빈 충만의 기쁨은 힘겨운 와중에 새 힘을 내는 원동력이었다.

한국 불교사에서 가장 위대한 고승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고 있는 원효는 일심이 만물의 중추이며 일심에 달하는 것이 곧 열반이라는 일심사상을 설파하며 자아의 없음이 무아(無我)의 발견이며, 그 무아의 깨달음이 일심의 깨달음이라고 이야기한다.

원효는 일심의 원력으로 왕실 신앙을 중심으로 궁궐의 대사원에 살면서 귀족생활을 누리던 당시 승려들의 폐습을 버리고 파계승, 거사의 차림으로 통일(후)신라를 전후한 격동의 시대에 서민 대중과 고통 받는 하층민, 정복지역의 유민들까지 뜨겁게 껴안으며 불교의 대중화와 중생 제도를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닌 민중의 성자였다.

이러한 제도의 와중에도 방대한 저작활동에 힘써 한민족의 정신과 한국 사상사의 첫 새벽을 열어 놓은 위대한 사상가로 평가받는 원효는 일심사상, 화쟁사상 그리고 부처와 중생을 둘로 보지 않고 중생의 마음에 자유가 내재되어 있다는 무애사상을 완성시켰다.

촛불의 힘과 적폐청산의 국민적 염원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초심은 무엇인가?

비정규직 문제등 통쾌한 소식들이 있으나 여전히 사드배치의 현장인 소성리는 불안하고 어수선하다.

외교, 안보의 총체적 적폐가 사드배치의 허구를 낳았고, 사드배치과정의 주민의 재산권, 생명권, 평화권은 처참히 짓밟혔다. 나는 지난주 소성리 집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사드문제에 대한 미온적 태도를 질타했다. 선거기간에 약속했던 원점 재검토는 지금 선언되어야 한다,

내가 일심을 챙기라고 하는 것은 수많은 외교적 이해관계, 보수파들의 저항 등을 넘어서는 생명의 존중, 평화의 간절함으로 긴급발동을 내리라는 것이다.

길거리의 우리들에게 그 일심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의 원천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의 샘물이다. 또한 우리가 대동단결로 일심만 된다면 평화주권은 진리의 신비로운 선물이 될 것이다.

 

2017년 5월 16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현재 사드철회와 성주성지 수호를 위한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이며, 저서로는 『원불교와 인권(공저)』, 『마음따라 사람꽃이 피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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