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촛불정국은 끝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고 장미대선을 불러왔다. 다자구도로 치러진 대선에서 다수 유권자가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후보시절 촛불민심을 받들며 적폐를 청산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내걸었던 문 대통령이 국정교과서 폐지로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는 첫 조치를 취했다. 이어 다양한 영역의 적폐청산과 나라다운 나라세우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지난 대선과정을 복기해보면서 문재인 정부 개혁의 깊이와 폭 그리고 지속성을 진단해 봄도 좋겠다.

자주 자강 자위로 본 대선 후보들

각각의 후보는 각 정당의 정치적 지향과 당의 역사가 응축된 산물이다. 따라서 그들을 떠받치고 있는 당과 지지세력 전체를 살펴보아야겠지만 각 후보의 행보 정도만 훓어보아도 그리 부족함이 없을 듯 하다. 지난 대선에서 필자에게 비춰진 후보들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다.

안철수 후보는 선전된 이미지에 비해 별 내용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반면 문재인 후보는 투박하지만 원칙을 견지하려 했고 대과 없이 선거를 치렀고 승리했다. 홍준표 후보는 거친 언사와 종북몰이를 선동하며 흩어졌던 묻지마보수를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칭보수가 가져야 하는 가치가 빈곤하다는 것도 동시에 드러냈다. 합리적 보수를 기치로 내건 유승민 후보는 일정한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미약하나마 묻지마보수를 대치하고 합리적 보수를 한국정치지형에 끌어들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심상정 후보는 친노동의 가치를 내보임으로써 향후 진보정치세력의 대중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필자는 선거가 끝난 후 안철수 후보가 내세웠던 자강론(自强論)으로 그 과정을 재해석해보았다. 자강의 토대는 자주(自主), 자존(自尊), 자립(自立), 자애(自愛), 자위(自衛), 자조(自助)와 이어져있다. 이 개념들은 한국사회가 당면한 대내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견지해야하는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자주 자립 자강 자위의 원칙을 말없이 묵묵히 실천하지 않았나 해석해 보았다. 반면 자강론을 기치로 내걸었던 안 후보가 다섯 후보 중 자강론으로부터 가장 멀어진 후보가 아닌가 생각된다.

자강의 근거는 무엇일까. 다수의 국민이다. 다수 국민은 탄핵을 희망했고 누적된 폐해가 청산되기를 희망했다. 또 자위에 기초한 한반도 평화를 견지했다. 문재인은 이를 투박하지만 견실하게 의지했고 안철수는 흔들렸다. 근원적으로 국민에 대한 신뢰와 의지가 문재인이 더욱 견실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이 당연하다. 국민에 대한 근원적 신뢰와 자주 자강의 원칙은 “개혁이 국민의 보편적 여망과 이익에 기초해 얼마나 깊고 넓으며 지속적으로 관철될 수 있는가”를 결정한다.

한자사전은 자(自)를 스스로, 몸소, 저절로, ~로부터, 시초, 진실로, 말미암다, ~로부터 하다 등등의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스스로 몸소라는 의미도 있지만 ‘시초’, ‘근원’이라는 의미도 강하게 담겨있다.

자주 자위 자존 자강이 실현되려면 어디로부터 근거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져야 한다. 이번 선거국면에서 그 근원은 다수 국민이었고 촛불민심이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탄생근거가 압도적 다수의 국민 즉 촛불민심이라면 개혁의 진원지도 국민의 열망일 수 밖에 없다.

개혁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조건들

문 대통령은 국정교과서 폐지를 첫 조치로 적폐를 시정하기 시작했다. 격차해소, 비정규직, 청년실업, 신성장의 토대구축 등 국내문제와 더불어 개성공단 재개, 금강산관광 재개 등 막혔던 남북관계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 문 대통령이 자신의 동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추진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동북아외교의 주체적 당사자로 등장하는 가운데, 북미간 평화조약의 지원자, 남북간 긴장해소, 남북간 북가침 협정, 남북간 철도 연결, 여행자유화까지 이어진다면 한국내부는 물론 한반도 전체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이것이 개혁이자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구체적 내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근거로 이를 수행할 수 있을까. 또는 이를 밀고 가는 추진력은 무엇일까?

첫째, 정치사회적으로 깨어있는 국민, 스스로 자기 맡은바 직분을 다하며 정치사회 현안에 발언하고 소통하며 참여하는 국민이 첫 보루다.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것처럼 광범위한 국민들은 스스로의 여론매체를 조성했고 유통시키며 가짜뉴스를 방어해 왔고 국제적 차원의 전쟁분위기를 극복하는 시민적 연대의식을 구축했다. 깨어있는 국민은 문 정부 개혁의 핵심적인 진원지다. 따라서 좀 더 진화한 시민운동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둘째, 사회경제적으로 다수의 국민들이 과거의 낡은 틀 속에서는 고통스러운 삶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고도성장기는 끝났고 새로운 사회경제 체제를 구축하지 않는 한 하루하루의 삶이 어려워졌다. 고도성장기는 학생운동권과 노동운동권 사람에게도 금수저로 편입될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공멸한 단계에 이르렀다. 어쩔 수 없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국면이다.

셋째,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다. 다수 국민의 열망을 자신의 과제로 삼고 자신이 내 보인 공약을 관철하겠다는 의지와 실천이다. 필자는 당선 후 문 대통령이 보이는 모습은 내 예상보다 훨씬 깊게 준비해왔다는 인상을 준다. 치기어린 로맨티시즘도 상당히 정리된 듯 보인다.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의 과오를 곱씹고 곱씹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사회 곳곳에 움틀고 있는 언론권력 경제권력 사회권력 종교권력 등 각종 기득권권력이 호시탐탐 현 정부의 실책을 빌미로 역공해 올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개혁과 바른나라 세우기를 밀고가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집권 후 행보에 대한 필자의 일감은 상당히 기대할 만하다.

넷째, 문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더불어민주당 및 핵심지지세력이 국민의 여망과 역사적 과제에 어떻게 복무할 것인지를 함께 공유하면서 청와대와 견고한 공조, 합리적 공조를 지속하는 것이다. 또 이들 사이의 과도한 내부 권력투쟁과 권력욕 및 이권개입을 어떻게 통제하고 조정하느냐도 핵심 문제다. 이를 위해서 더 큰 목표와 역사적 이상에 철저해지는 것이 필요하다. 소탐대실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적폐 청산에 반대하고 기득권을 고수하고자 하는 정당의 핵심을 고립시키고 국민의 여망과 함께하는 언론, 국민의당, 정의당, 바른정당과 같은 제 정당과 소통을 강화하고 이해를 구함으로써 개혁과 바른나라세우기의 명분과 지지세력을 확장하고 공고히 하는 일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구축될수록 개혁은 넓어지고 깊어질 것이며 지속성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개혁과 바른나라 세우기의 암초들

개혁과 바른나라 세우기를 좌절시키는 것은 우선 다수 국민의 개혁열망이 수그러드는 것이다. 따라서 각종 형태의 시민운동, 언론운동 등을 통해 개혁과제와 목표 그리고 그 과정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집권세력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개혁의지를 접거나 피곤해하거나 도피하고 싶은 내부 충동이 생길 때, 현 정부의 정책적 실수를 정돈하지 못할 때이다. 또 집권세력 내부에 권력투쟁이 격화되어 균열이 생길 때이다. 이럴 때 반드시 일부 정당, 일부 언론, 일부 종교계 등의 기득권세력 그리고 이와 연계된 정보공작집단이 정권흔들기에 나선다. 이럴 때면 진보연하는 지식인들도 비판적으로 돌아서 개혁때리기에 말려든다. 거기에 내부개혁의 좌절로 국제정치적 이익을 확보하는 해외세력의 공작이 표면화된다.

하지만 국민의 여망인 개혁과 바른나라세우기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믿음과 결의, 이를 지지하는 광범위한 국민, 문 정부의 정책을 수행하는 핵심 이론가, 관료들의 현명하고 적절한 정책 수립 및 시행이 지속된다면 개혁에 수반되는 각종 도전을 너끈히 물리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해외세력의 공작을 제압하면서 남북간 긴장완화, 한반도 내 평화체제 수립으로 나아가는 민족사의 새로운 전환을 이뤄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대하며 전진하자.

 

※ 남경우 소통과혁신연구소 연구위원은 오랜 노동운동을 거쳐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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