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연재 순서

분단과 혐북: 또 하나의 적폐 – 변학문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⓶ ‘혐북’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우리가 보지 못한 북한의 변화 – 강호제 평화연구센터 소장
⓸ 북미 핵과 미사일 공방, 어디까지 왔는가 – 장창준 평화연구센터 상임연구위원
⓹ 대선 이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제언 - 평화연구센터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에서 시작된 1차 여정이 종착지에 도착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일 뿐이다. 그 목적지는 평화로운 한반도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구세력이 여전히 만만치 않음을 대선 결과는 보여주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시기 한반도를 좌지우지했다. ‘4월 위기’는 트럼프가 만든 것이었다. 대선 후보를 포함한 정치권은 우왕좌왕했다.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대선 후보들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트럼프는 거칠 것이 없었다. 10억 달러에 달하는 ‘사드 청구서’는 당연한 귀결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상 초유의 조기 대선’ 시기에서 대한민국은 트럼프에 놀아난 것이다.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평화를 회복하고 주권을 회복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선 시기 도둑처럼 배치되었던 사드는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했고, 대한민국의 주권을 침해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었지만 한국 정부는 정보도 부족했고 대응 능력을 보여주지도 못했다. 평화와 주권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당당한 대한민국, 상식이 통하는 나라는 요원하다.

‘코리아 퍼스트’ 외교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행사해야

문재인 정부에게 있어서 사드는 동맹의 늪이다. 이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사드 배치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방위비분담금 인상, 국방비 증액, 한미 FTA 재협상 등 줄줄이 이어지는 한미 동맹 이슈에서 한국의 이익과 주도권은 실종된다. 그로 인한 모든 피해와 고통은 국민에게 전가된다. 국민이 받게 될 피해와 고통은 경제, 민생, 인권, 외교, 평화 등 전방위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를 중단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주민 동의, 환경 영향 평가 등의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추진되었다. 사드 부지에 대한 공사도 완료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배치되었다. 외국군의 주둔에 대한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명시하고 있는 헌법적 절차(헌법 60조) 역시 무시되었다.
 
사드 배치가 중단되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사드 배치의 명분은 ‘북핵 위협’이었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북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외교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사드 배치 중단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북핵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높이는 지렛대가 될 것이다.
 
6월에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한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배치 잠정 중단’, ‘사드 원점 재검토’라는 명확한 입장을 갖고 트럼프와 담판에 나서야 한다. 한국 정부가 사드 문제에 대해 이 같은 명확한 입장을 갖고 정상회담에 임했을 때 ‘사드 청구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한미 FTA 등 이후 대미 협상에서도 높은 협상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한편 중장기적으로 한미 동맹의 재조정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는 기존의 동맹 정책에서의 이탈을 의미한다. 동맹국인 한국의 이익보다는 미국의 이익을 더 우선하겠다는 것을 명시적으로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의 외교 정책에 대응하여 ‘코리아 퍼스트’ 외교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코리아 퍼스트’ 외교는 한국의 주권을 회복하는 자주 외교이다. ‘코리아 퍼스트’ 외교는 한반도의 전쟁 불가를 천명하는 평화 외교이다. ‘코리아 퍼스트’ 외교를 포기하고 기존의 ‘동맹 외교’를 지속한다면 한국의 외교는 트럼프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외교에 종속되어 한국의 주권과 한반도의 평화를 트럼프의 통제 내맡기는 최악의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동북아시아 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동북아시아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외교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핵문제 해결의 토대 구축,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 사드 문제 해결을 가장 중요한 외교적 과제로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배치 잠정 중단과 원점 재검토’를 시작으로 하여 ‘코리아 퍼스트’ 외교를 전방위적으로 구사했을 때, 취임사에 밝힌 핵문제 해결의 토대 구축,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 사드 문제 해결에서 한국의 외교적 주도권이 행사될 수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빠를수록 좋다

문재인 대통령도, 서훈 국정원장 내정자도 남북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한국 정부가 한반도 평화를 주도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 남북 관계 개선에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입장이다.
 
우리는  ‘4월 위기’를 통해 트럼프가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과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조속한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의해 그리고 트럼프 정부에 의해 잘못 위치한 한반도를 되돌려 놓는 데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도 이미 신년사에서 ‘조국 통일의 대통로’를 언급함으로써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 역시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남북 정상회담은 한미 정상회담 못지 않게 중요한 과제이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은 한반도 평화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의 선순환 구조는 ‘남북 관계 정상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가 동시에 추진되었을 때 가능하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미 공조’와 ‘남북 공조’를 병행 추진해야 한다.
 
한가지 걱정스러운 측면이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시기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당선된 후에도 ‘여건 조성’을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의 여건’이 남북 정상회담의 전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남북 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밝힌 것처럼 ‘북핵 문제 해결의 토대 마련’,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 마련’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북 관계 개선과 남북 정상회담은 그 어떤 전제조건 없이 빠르게 추진되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 주권외교로 한반도 평화의 새 길 열어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는 2017년의 한반도와 동북아시아는 가장 높은 불확실성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비록 대화의 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지만 북미 핵공방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언제 다시 긴장이 격화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여전히 강력하며 일본의 우경화 경향 역시 강력하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새로운 정책에서 출발하며, 한반도 평화를 지향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새로운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외교 안보 정책의 일대 전환이 요구된다. 이명박-박근혜 시대에 대한민국은 냉전적 안보 담론이 지배했다. 냉전적 안보 담론은 대화보다는 대결을 지향한다. 그 결과 북한은 ‘적’의 위치에 놓였고, 대화의 대상이 아닌 대결의 대상으로 고정되었다. 이제 냉전적 안보 담론에서 벗어나 평화 담론을 추구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 놓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환영하는 이유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그리고 한미관계는 한반도 평화의 삼대 축이다. 남북관계는 북한의 존재를 인정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했을 때 가능하다. 남북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반도 핵공방과 북미관계 개선에서 한국의 발언권이 향상된다. 한국의 주권과 한반도의 평화를 최우선에 놓았을 때 한미 동맹 역시 평화적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여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