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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화해협력정책이야말로 아베 내각의 ‘정한론’ 붕괴의 토대<칼럼> 이영채 일본 도쿄게센여학원대학 교수
도쿄=이영채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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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04  18:4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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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은 일본의 헌법제정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날 아베 수상은 마침내 헌법개정의 구체적인 시기를 공개적으로 표방하였다. 2020년 도쿄올림픽과 함께 개정헌법안이 발효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2018년은 1868년의 메이지유신 1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아베 내각과 우익정치조직인 일본회의는 ‘창피한 전후시대를 탈피하고 영예로웠던 전전의 메이지시대로 복귀하겠다’는 정치목표를 내세우면서 모든 정치일정을 2018년으로 세팅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1년 남긴 2017년에는 아베 내각과 자민당의 헌법개정안이 공식적으로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어 왔으며, 헌법제정의 날 아베 수상의 헌법개정연설은 이미 예상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아베내각을 둘러싼 정치환경은 헌법개정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작년말 미국의 트럼프 정권의 등장과 2017년 들어 발생한 아베 내각의 정권비리의 영향으로 현재 아베 내각의 지지도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4월 현재 49%).

제2차 아베 내각은 엔저정책으로 새로운 대외수출무역의 활로를 찾고 그 대안을 미국과 주도한 TPP에서 찾았다. 일본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베 내각이 내각결의라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미국의 아시아 리턴 정책을 지지했던 것은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정책에 대한 높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권 등장이후 미국의 TPP 탈퇴는 아베 내각이 대미안보관계에 있어서 군사적 부담은 증가한 반면, 새로운 경제시장의 확보라는 아베노믹스의 핵심정책은 뿌리 채 뽑혀버린 것을 의미하였다.

아베 내각을 더욱 수렁으로 빠트린 것은 아베 정권내의 부패문제와 정권에 대한 불신문제이다. 안보법제 성립이후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안전보장관련법에 근거해 남수단에 자위대를 PKO(유엔 평화유지활동)로 파견하여 ‘긴급출동경호’ 임무까지 확대 부여하였다.

하지만, 이나다 토모미 방위상은 분쟁상태가 가속화되고 있는 현지의 정세보고를 왜곡하였고, 이러한 상황을 보고한 자위대의 일일정세보고 문건을 지난 3월 방위성이 폐기한 것이 발각되었다. 일본 자위대의 분쟁지 파병에 대한 중요한 근거가 되는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2월에 발생한 김정남 사건의 여론화에 묻혀서 일본 방위상 및 아베 내각의 책임문제는 여론에서 밀려났다.

한편, 동시기에 불거진 오오사카의 모리토모 학원 문제는 아베 정권의 도덕성을 뒤흔드는 정권스캔들로 확대되었다. 국회청문회에 불려나온 가고이케 이사장은 공유지를 헐값에 매입하게 된 배경에는 아베 수상과 아키에 부인이 아베 신죠 기념 초등학교를 설립하는 것에 대한 실질적인 배려를 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폭로하였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미디어를 동원하여 일관되게 꼬리자르기에 치중하였고, 국민들의 불신감을 해소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동시기에 이마무라 마사히로 부흥상이 “동북지방에서 재해가 일어나서 (도쿄에 피해가 적어서) 다행이었다”는 발언으로 사임하는 등 아베 내각의 핵심 관계자 4명이 부패 및 처신문제로 연이어 사임함으로서 내각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되었다.

집권이후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아베 내각이 4월 북한의 핵실험 준비와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제공격과 강경대응을 표방한 것에 대해서 필요이상의 과잉대응을 한 것은, 이러한 아베 내각의 정권스캔들의 확산을 차단하려는 정치적 의도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의 정권은 위기에 봉착했을 때 언제나 한반도의 위기를 이용하는 소위 ‘정한론’을 활용해 왔다. 전후에는 일본의 보수정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언제나 북풍을 이용함으로서 정권의 위기를 극복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이 북풍구조는 일본의 의도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도 이상하리만큼 적절한 시기에 핵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함으로서 일본의 보수정권을 위기에서 구해준다. 아베 내각의 4번의 선거시기가 모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도발적 행위와 겹쳐서 아베 수상의 압도적인 승리로 이어졌다는 점도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해가지 않을 만큼 필연적이다.

집권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아베 정권이 ‘한국전쟁이후 최고의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북한의 적대적 행위’‘로 위기를 극복하고, 잃어버린 헌법개정의 에너지까지 재충전한 것은 냉전구조가 낳은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끊임없이 아베 정권 반대를 외쳐 온 어느 일본의 시민운동가가 “북한은 결국 아베의 친구”다라고 푸념을 내뱉는 것은 이러한 북일보수정권의 공존관계를 잘 보여준다.

2017년 한국의 촛불의 힘으로 한국의 시민사회는 새로운 정권교체를 바라고 있다. 정권교체를 통해 한국사회내의 뿌리깊은 사회적 모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진정한 평등사회의 토대를 닦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적대적 공존을 하고 있는 동아시아의 보수정치의 안보구조를 해체하는 작업도 중요할 것이다. 한․일 양국은 상호협력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영토문제, 역사교과서 문제 등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어 진정한 협력이 어려운 관계에 처해있다. 일본은 동아시아의 안정을 위해서는 한국과의 안보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위협과 한반도의 불안을 정권안정과 보수장기집권의 토대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대일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위기의식을 근본적으로 완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북한의 화해와 협력을 통해 일본이 이용하는 북한위협론이나 공포론이 일본국내에서 힘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아베 정권의 보수화를 직접 저지하기는 어렵지만,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정책은 일본의 시민사회가 ‘평화헌법 9조’를 지키고, 개정된 안보법제 발효에도 불구하고 일본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제한하는 근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공존정책은 일본의 보수정권이 한반도의 불안을 이용하여 군국주의 길을 선택하고 한반도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뿌리깊은 정한론의 토대를 붕괴시키고, 일본 정부 스스로가 한․일협력의 장으로 자발적으로 나오게 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는 것을 한국의 신정부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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