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식 / 전 대동무역 대표

 

지금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중국과 협의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임자의 “전략적 인내정책”은 끝났고 실패한 전략적 인내정책 이외 모든 방안(전쟁까지 포함한)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트럼프는 그의 새로운 대북정책에 군사적 공격까지를 포함하는 온갖 옵션들을 슬쩍 노출시키고 있지만 한국 국민의 입장은 고려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트럼프는 지난 4월 7일 부랴부랴 중국의 시진핑을 불러들여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압박하여 중국으로 하여금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협조하도록 중국압박을 통한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을 실행하는 소위 “중국역할론”을 주창하면서 중국이 대북압박에 호응하지 않으면 미국이 “직접 행동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는 우리 민족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임에도 우리는 미국의 입과 눈만 쳐다보면서 이웃집 불구경하듯 완전히 소외되어 있는 것 같다. 한미동맹을 맹신하면서 마치 미국이 우리의 미래와 한반도의 파멸여부가 달린 중차대한 문제를 해결해 줄 듯이 수수방관해야 되는 것이 한미동맹이라면 이런 한미동맹은 우리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이고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왜 미국과 중국에 우리의 운명을 맡겨야 하나? 그들은 우리의 후견인들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미국의 대외정책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제국주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 가쯔라-테프트 밀약으로 힘 없는 조선을 일제의 식민지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였으며 1960년대 월남전 패전을 만회해 보려고 우리 국군의 월남전 참전을 독려해 놓고서는 전세가 불리하게 전개되어 남부월남이 패망하게 되자 우리 정부는 명분 없는 월남전에 참전하여 수많은 피를 흘렸으면서도 월남에 사과하는 수모를 겪게 해 주었다.

미국이 중동의 이라크, 리비아, 아프카니스탄, 시리아 등등의 핵을 보유하지 못한 힘없는 나라에 대해서는 유엔을 등에 업고 패권국 지위 유지를 위해 멋대로 침략전쟁을 일으켜 첨단무기로 무차별적 응징을 가하고 있지만 60여년 간 정전체제로 대치상태에 있는 오직 북한에 대해서만은 미국이 힘을 뽐낼 수 없었다. 만약 힘이 약한 중동의 반미국가에서 푸에블로호 사건, EC-121기 사건, 판문점 도끼사건들이 발생하였다면 미국이 과연 군사적 응징을 하지 않고 있었을까?를 상상해 본다. 과연 북한의 군사력이 약하였더라면 미국이 이와 같은 굴욕적인 상황에서도 군사력으로 응징하여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구해우 미래전략 연구원 이사장의 발언이 연상된다. 국가정보원 간부출신인 그는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이 4월 17일 주최한 전문가 포럼에서 발표하기를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고 있는 것은 일부 사람들이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여서 전쟁을 억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3월 6일 쏘아 올린 4발의 미사일 때문에 한반도의 전쟁을 억지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핵무장력 때문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억지되고 있다는 그의 주장이 역설적이게도 설득력을 얻게 된다.

국정원 간부출신이라는 그가 북한 핵이 한반도 평화유지에 기여하고 있다는 주장이 놀랍기도 하지만 현금의 상황에서는 냉철한 판단이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는 “G2시대를 넘어서서 다극시대로 가고 있다. 다극시대의 핵심배경은 민족주의”라고 짚고 “과거 냉전시기 한미동맹 갖고는 생존할 수 없다”고 하면서 “새로운 민족주의 시대에 조응하는 새로운 한미동맹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몰락해 가는 패권국 유지를 위해 북핵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 상황인데 중국을 통한 우선해결 방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 그 “직접 행동”이 군사적 공격일 수도 있고 북한과 직접 담판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일 수도 있겠는데 하여튼 트럼프는 우리 국민의 처지는 아랑 곳 없고 우리의 주권은 무시한 채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에 입각하여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가?

8천만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결정적 문제에 우리는 소외당하고 미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이 결정하는 것은 우리 국민을 너무나 모독하는 제국주의적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고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미동맹이 이와 같은 예속적 동맹관계라면 하루 빨리 파기되어야 하고 우리의 주권을 회복해야 할 것이다.

우리 한반도 문제는 직접당사자인 우리의 의지가 반영되는 방향에서 우리가 주체가 되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지 미국의 이익을 위한 미국이 해결할 수는 없다고 믿으며 더구나 미국과 중국이라는 열강이 좌지우지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미국은 지금까지 온갖 정책수단을 다 하고도 자기 힘만으로는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엄연한 현실을 자인하고 이를 교훈삼아 한반도 문제에 더 이상 관여하려 하지 말고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대국다운 행보를 보여 주어야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의 존경을 받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