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는 외국 인터넷매체 <노스코리아테크>의 웹사이트 접속차단 처분은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무분별한 국가보안법 적용 사례로 꼽혀온 이른바 ‘친북 사이트’ 차단조치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이번 소송을 지원한 ‘오픈넷’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행정법원은 4월 2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노스코리아테크’ 웹사이트의 접속차단 처분은 위법하며 이를 취소한다고 판결했다(2017. 4. 21. 선고 2016구합62993)”고 전했다.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는 영국인 기자 마틴 윌리엄스(Martyn Williams)가 운영하는 북한의 정보통신 기술 관련 이슈 전문 웹사이트로서, 여러 국내외 언론에도 다수 인용되고 있는 인터넷매체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불법 사이트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신고했고, 방심위는 지난해 3월 24일 열린 제22차 통신소위원회에서 접속차단을 결정했다. 이에 운영자 마틴 윌리엄스는 오픈넷과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팀의 법률지원을 받아 방심위를 상대로 본 처분을 취소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것.

법원은 웹사이트의 차단은 해당 웹사이트 전체를 불법정보로 평가할 수 있는 불가피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할 수 있는 것임에도 이에 대한 충분한 조사·검토를 하지 않은 채 국가보안법 위반 정보로 볼 수 없는 정보들도 상당히 존재하는 본 웹사이트 전체를 차단한 것은 ‘최소규제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노스코리아테크>가 △북한 매체들이 제공하는 동영상, 기사 등의 원문을 그대로 소개한 게시글, △<조선중앙통신>등 북한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들의 링크 정보 게시글, △앱을 통합 <조선중앙통신> 접속을 안내하는 게시글 등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8호가 정한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다른 게시글의 사례들을 들면서 “이 사건 웹사이트에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 제8호가 정한 ‘국가보안법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내용의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 또한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불가피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할 수 있는 웹사이트 전체에 대한 시정요구(접속차단)인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 바, 이 사건 처분은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4조 제1항 제1조가 정한 ‘최소규제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특히 △웹사이트의 제작 의도, △게시물 중 위법한 정보가 차지하는 비중, △게시물 중 위법한 정보만을 개별적으로 접속차단하는 방식이 가능한지(개별 게시글별 URL 차단방식 등이 가능), △개별적인 접속차단만으로는 시정요구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는 사정은 어떠한지 등에 관한 조사.검토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픈넷은 “이번 법원의 판결로 방심위의 이러한 무분별한 차단 관행에 제동을 걸고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진보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방심위는 이번 판결의 정신을 되새겨 앞으로 국가보안법 위반 등 불법정보 심의 및 사이트 차단 결정에 있어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며, 근본적으로는 방심위의 자의적인 차단을 가능케하고 있는 통신심의 제도의 폐지나 축소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2004년 11월 12일 31개의 이른바 ‘친북 사이트’의 접속을 전면 차단했고, 2005년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전향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지만 차단 해제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오히려 차단조치는 확대됐다.

그러나 실제로 기자들은 정부가 접속을 차단시킨 대표적인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 웹사이트 등을 프락시서버로 우회 접속해 기사를 작성하고 있으며, 일반인들의 경우도 단순 접속만으로는 처벌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픈넷은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무차별적 신고와 방심위의 무비판적 수용 관행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방심위가 신중한 검토 없이 만연히 심의 권한을 행사하여 대한민국의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 및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추가,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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