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선거가 뜨거워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안보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역대 선거 때마다 안보 문제는 늘 단골메뉴였다. 분단체제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안보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 이에 부응해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자신의 안보관을 피력하는 것 또한 당연지사일 것이다.

6.25 전쟁 이후 남북에는 상대방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극도의 상대방 혐오감은 상대에 대한 고무·찬양은 물론 상대방과의 대화조차도 금기시하는 문화가 생성되었다.

선거 때마다 각 후보의 안보관을 검증하는 것은 하나의 통과의례가 되었다. 북한을 두둔하거나 대화나 교류협력을 주장하는 후보는 ‘빨갱이’로 낙인찍히고 나라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 정치인으로 매도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후보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수적 안보관을 내세운다. 안보에 관한 한 국민의 대부분이 보수적인 상황에서 안보 금지선을 넘을 간 큰 후보는 드믈 것이다.

금번 대선의 안보 관련 이슈는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 문제, 북한주적 문제, 사드 배치 문제, 북핵 문제, 대북 선제타격 문제, 햇볕정책 계승 문제 등이다. 후보 누구나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강요받고 있다.

그것은 바로 보수적인 안보관이고 이에서 벗어난 후보는 안보관이 ‘북확실’한 것으로 낙인찍힌다. 한번 낙인찍히면 표가 떨어진다. 후보들은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북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세계 양대 세력인 미국과 중국이 6차 핵실험 시 대북 무력공격, 원유공급 중지 등을 천명하고 있는데 우리의 후보들이 대북 유화정책을 내세운다는 것은 선거패배를 전제하지 않고는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민족의 번영과 미래를 위해 표를 잃더라도 좀 더 용감한 후보가 있었으면 한다. 좁은 의미의 안보는 북과의 전쟁을 피하는 일이다. 북과의 대화는 필수라는 의미이다. 북을 적대시해서 안보문제가 풀린다면 백번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 반대이다. 북을 적대시하면 할수록 안보문제는 심각해진다.

안보문제는 국민은 물론 대통령의 안보관이 확고하다고 해서 풀리는 문제가 아니다. 북을 ‘주적’으로 삼고 북이 6차 핵실험을 하면 대북 선제공격까지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있다고 해도 북은 우리의 의지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그 동안 안보관이 확실한(?) 여러 명의 보수대통령이 있었지만 안보를 확고히 하지 못한 이유이다. 그만큼 우리의 안보문제는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현재 북은 자신의 주적은 미국이고 미국으로부터의 안보를 담보받지 못한다면 지속적으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탄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북은 우리를 안보의 주당사자로 여기지 않고 있다. 이러한 북을 상대로 새 대통령은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하는 임무를 안고 출발한다.

엄혹한 상황에서 새 대통령이 갖춰야할 능력은 탁월한 전략적 사고이다. 특히 북미간 관계를 풀어낼 수 있는 지략과 꾀를 가져야 한다. 심지어 중국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게는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혜가 필요하고 금번 대선은 그러한 대통령을 뽑는 행사이다.

5월 9일 누가 당선되든 새 대통령은 당장 한반도에서의 전쟁예방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대선 전에 무슨 변고가 일어날 지도 모른다. 그 경우 새 대통령은 뒷수습을 잘해야 할 것이다. 미국, 중국, 북한 등 3개국을 동시에 설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국민과 나라의 생존이 걸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국민 통합이다. 새 대통령은 최우선적으로 탕평책을 실시하여 국민통합을 이루고 그 힘을 바탕으로 사력을 다해 안보 당사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새 정부가 예방안보에 주력해야 한다. 무력증강을 통해 안보를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 정부는 안보의 직접대상인 북과의 대화를 통해 안보위협 자체를 해소하고 장차 통일을 이루어 지긋지긋한 안보논쟁을 종식시켜야 한다.

그 방법은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정전체제 하에서는 영구평화가 이루어 질 수 없다.

첨언할 것은 최소한 1987년 13대 대선 이후부터는 ‘북 변수’를 이용하여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전략은 다 실패했다는 점이다. 그것은 보수, 진보, 북한 등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다. 어느 당사자도 대선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북 변수’를 끌어들여서는 않된다. 그것은 곧 ‘북 변수의 저주’에 의한 패배의 길이 될 것이다.

 

 

1953년생으로서 전남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북한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통일연구원에서 22년간 재직한 북한전문가이다.
2006년 북한연구학회장 재직 시 북한연구의 총결산서인 ‘북한학총서’ 10권을 발간하여 호평을 받았다.

그 동안 통일부 자문위원, NSC자문위원, 민주평통 상임위원 등을 역임하였고, 고려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민화협,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도 활동하였다.
현재는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는 「김정일 리더쉽 연구」, 「김정일 정권의 통치엘리트」, 「북한 체제의 내구력 평가」, 『북한이해의 길잡이』 등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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