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롭다(카잔차키스)


 기대지 않고
 - 이바라기 노리코

 이제
 기성의 사상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이제
 기성의 종교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이제
 기성의 학문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이제
 어떠한 권위에도 기대고 싶지 않다
 오래 살아
 속 깊이 배운 것은 이 정도
 자신의 이목
 자신의 두 다리로만 서 있다고
 뭐가 불편하단 말인가
 기대겠다면
 그것은
 의자 등에나 기댈 뿐


 우리에겐 항상 ‘아버지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사상, 종교, 학문’의 이름으로. 

 그 권위들 앞에 우리는 늘 주눅이 들어있다.

 파스칼은 말한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고요히 방 안에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긴다.”

 ‘아버지’ 없는 방은 무섭다.

 그래서 방에서 뛰쳐나온다.

 세상엔 ‘아버지들’이 수두룩하다.

 아버지의 품은 언제나 넉넉하다.

 말만 잘 들으면 된다.

 하지만 가끔 아버지가 싫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린다.

 ‘고도’(Godot)를.

 ‘말장난’을 하며.

 이 세상의 거의 모든 ‘사상, 종교, 학문’들은 사실 말장난이 아닌가?

 그것들이 없으면 견딜 수 없다.

 견딜 수 없을 때 우리는 ‘인간’을 포기한다.

 온갖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대통령이 없어도 나라가 잘 돌아가네요.”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맑다.

 ‘왕’이 없는 나라.

 비로소 우리가 ‘왕’이다.

 고요히 앉아 ‘천년의 미소’를 머금은 반가사유상.

 공원에서 의자에 앉아 쉬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낏거린다.

 조만간 우리는 ‘왕’을 뽑는다.

 아직 우리는 ‘왕이 없는 세상’을 오래 견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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