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은 17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제75차 전문가포럼을 개최했다. 김형기 원장이 여는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을 억지하고 있는 것은 일부 사람들이 ‘전쟁은 절대 안 된다’ 목소리를 높여서 전쟁을 억제하고 있는 게 아니라, 북한이 3월 6일날 쏘아올린 4발의 미사일 때문에, 그게 오히려 한반도의 전쟁을 억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 이후 긴박한 한반도 정세를 진단하는 전문가들의 토론회에서 한반도의 위기를 억지하고 있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합리적 선택과 전장의 확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국가정보원 간부 출신의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은 17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평화재단 평화연구원이 주최한 전문가포럼에서 발표에 나서 “트럼프의 고립주의는 잘못된 평가”라며 “경제민족주의”라 규정했다. “군사력을 활용한 구체적 이익을 챙기려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어 “지금 트럼프 핵심 참모들인 매티스 국방장관과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은 미국 내에서 한 세대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한 전쟁 전문가들이다. 강경파들이다”며 “북‧미간 충돌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 발표를 맡은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과 도용승 굿파머스연구소 소장, 이혜정 중앙대학교 교수.(왼족부터)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그러나 “북한은 자기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난 3월 6일 4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적시해 “일본까지 타격하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은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매티스, 맥매스터 이 사람들이 경우에 따라 한반도를 전쟁무대로 상정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까지 전쟁무대가 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그야말로 세계 전체적인 충격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구 이사장은 “G2시대를 넘어서서 다극시대로 가고 있다. 다극시대의 핵심 배경은 민족주의”라고 짚고 “과거 냉전시기 한미동맹 가지고는 생존할 수 없다”며 “새로운 민족주의 시대에 조응하는 새로운 한미동맹 전략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평가가 왜곡됐다며 북한 김정은 정권이 “전혀 비이성적이지 않고 상당히 안정적이며, 오히려 냉정하기까지 하다”며 5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북한은 봉건왕조이며 김정은은 절대 권력을 보유, △핵무력 고도화와 식량문제 해결, △군사적 대응 범위를 미군 태평양사령부에 대응하는 동북아로 확장, △김정남 피살 사건 처리 능력,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 문제 의제화 성공 등이다.

▲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동용승 소장은 북한이 먼저 자신들의 계획대로 가고, 두 번째로 대미관계를 고려하고, 세 번째로 남북관계를 고려한다고 정식화하고 “김정은 정권은 2012-2015년 박근혜 정부에 끝없이 구애했다. 핵실험을 안 했다”고 상기시켰다. 남북관계가 무산되자 2016년 두 차례 핵실험 이후 대미관계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동 소장은 “지금 북한이 무모한 선택을 할 시점인가? 나는 아니라고 본다”고 진단하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과시할 수는 있지만 실험 단계는 아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레드라인 아니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우선 김정은 정권은 비이성적이지 않다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면서 대화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북한 문제를 놓고 주변, 또는 한국의 정치세력들이 북한 문제를 이용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경빈 평화연구원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3명의 발표자와 3명의 토론자가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이혜정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외교진영은 미국이 제일 엉망이다. 대통령이 시진핑한테 10분 설명듣고 ‘북한문제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했다”고 비판하고 “위기라고는 확실하게 생각하는데 미국이 제대로 된 계획을 갖고 (북한을) 다루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가 있다. 트럼프팀이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본다”고 혹평했다.

특히 “4월 위기 넘기면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있기 때문에 위기가 또 올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한국은 상시적인 안보위기 속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한미동맹 재조정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경빈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형기 평화연구원장이 여는말을 했고, 이문기 세종대 교수와 이정철 숭실대 교수,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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