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세의 전환이 빠르다. 4월 6일 미‧중 양국의 정상회담 이후의 흐름이 더욱 그러하다. 미국의 ‘금융 베이스 세계화’와 중국의 ‘공간 베이스 세계화’가 국제개발 및 원조라는 이름으로 충돌하더니 이제는 그 흐름의 향방도 공개되지 않은 채 미국과 중국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보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2017년 4월 6~7일 양일 간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미국 플로리다 마라라고(Mar-a-Lago)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미중 양국의 정상회담은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이목의 집중을 받았다. 국제사회의 질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신흥 경제대국으로 굴기한 중국의 정상회담은 국제사회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그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트럼프는 역대 가장 예측불가능한 미 대통령이다. 그의 기자회견은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들렸고 ‘딜에 능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로 국제정세를 이끌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민간의 언론보다 관영 언론의 여론이 강한 국가이다. 결국, 4월 6~7일의 미‧중 정상회담조차도 엄청난 진전(tremendous progress)이 있었고 많은 잠재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lots of very potentially bad problems will be going away)이라는 말로 공동성명 없이 마무리 되었다.

4월 6일 트럼프와 시진핑의 만찬자리에서 미국은 시리아에 5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명분이었지만 타국 영토 내의 공격에 미 의회와 이해당사국들과의 대화는 생략되었다. 미국의 주류 여론의 시선은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리아 문제로 집중 포인트가 전환되었고, 중국의 여론은 미‧중 정상회담에 보다 집중된 상태였다.

미‧중 정상회담 내 진행된 내용은 오히려 중국 쪽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중국 국제뉴스 관련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미‧중 정상회담에 4개의 고위급 대화협력기제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4개 영역의 고위급 대화란, 1) 외교안보대화, 2) 전면적인 경제대화, 3) 법 집행 및 인터넷 안보 대화, 4) 사회 및 인문 대화 등이다.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국가이익을 위해 마련한 대화기제로 태평양 양안(兩岸)에 위치한 양국이 대화와 정보교류를 통해 불확실성을 줄이고 양국의 국가이익을 확대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미‧중 양국은 모두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에 만족한다고 그랬고 양국의 관계 발전이 실현되었다고 만족했다. 트럼프는 특히 중국 측이 경제무역 분야 ‘100일 플랜’을 수용해 무역불균형 문제 개선을 약속했다고 만족했고, 시진핑은 미국이 일대일로 틀 내에 협력을 강화하자는 말로 중국 주도의 ‘공간의 세계화’에 미국의 협력을 타진했다.

문제는 한반도 문제이다. 미중 양국은 분명 한반도 문제에 대한 대화가 있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 역시 정보의 패권이다.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한국 역시 객관적인 정보를 접할 수 없다. 한국은 사드(THAAD) 배치가 진행되면서 중국과의 경제무역·군사분야의 갈등에 직면해있다. 한중 양국의 갈등은 양측 국민 감정 갈등으로 심해지고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 양국 대화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불명확하다.

트럼프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중국 측에 사드 보복과 북핵에 대해 이야기를 잘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왕이 외교부 부장(장관)은 중국이 미국에 사드 반대를 강조했으며 북핵 문제 해결과 평화협정을 투트랙으로 진행하자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미‧중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이 부재하면서 미‧중 양국의 상이한 목소리가 여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중 양국이 초래한 정치 분야의 ‘정보의 비대칭’은 대선 기간에 있는 한국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칼빈슨 항공모함을 포함한 항공모함 전대가 한반도로 배치되었고, 압록강과 두만강에는 대규모 중국 군대가 배치되어 있다. 대통령 탄핵 이후 장기 국정공백이 지속되며 대선국면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중‧러와는 사드문제, 일본과는 ‘위안부’ 협정 문제, 북한과는 북핵문제를 두고 갈등관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이런 동북아 정세 속에 미‧중 양국의 공동성명 없는 정상회담은 한국에게는 또 다른 위기이다.

뿌리 깊은 나무는 거친 태풍에도 뽑히지 않는다.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주변국과의 신뢰 회복, 균형외교, 평화적인 동북아 연계성 전략이다. 박근혜 정권 시기, 한국 정부는 국가전략을 이행함에 있어 국민, 국회, 주변국들과의 대화가 생략되었다. 민주주의 방식이 아닌 정책 결정, 그리고 이행방식으로 갈등이 노정되었다.

다음 정권에서는 세계 강대국들과 동북아 각 당사국들과 다양한 양자, 다자, 지역협력체 등의 대화 플랫폼을 구축해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당사국들의 오해를 풀고 특정 영역에서 협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한국은 일본과의 ‘위안부’ 협정 문제를 중국과의 역사문제 공동협력으로, 중국과의 대북정책에 대한 레버리지는 미국과 일본과의 안보협력 등의 분야로 균형외교를 진행할 수 있다.

북방경제의 개척과 동북아 공간 네트워크 개발(연계성)은 환황해경제권과 환동해경제권이 한반도로 집중되도록 하여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협력지점으로서의 한반도 공간 네트워크를 설계할 수 있다. 북핵문제는 한국의 주도로 남북대화와 국제 대화 플랫폼을 재건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둘러싼 합의를 도출하고 이행과정 확보를 위한 정교한 국제레짐 설계가 필요하다.

다음 한국 정권의 성격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한반도 문제는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 한국이 남북문제와 국제정세를 하나로 묶어 평화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미‧중 정상회담의 ‘정보 비대칭’도 한국의 대외, 대북 전략이 확고하다면 위기에서 기회로 전환이 가능할 것이다. 한국이 동북아 대화 플랫폼을 재건하고자 한다면 외교로부터의 경제재앙 역시도 차츰 걷히게 될 것이다.

 

 

상하이 푸단대(复旦大学) 외교전공 박사수료

변방이 중심이 되는 동북아 신 네트워크 저자

APOCC 국제기획위원

남북물류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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