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평화명상기도

오르락 내리락 하던 비구름이 품었던 비를 뿌린다.
아침 8시, 국방부 시누크 헬기 5대가 엊그제 주민들에 의해 반려되었던 지질조사용 장비를 수송했다는 뉴스다. 의외로 담담하다.
지난해 7월부터 본격화한 사드배치에 대해 시작부터 현재까지 거짓과 불법으로 일관했던 국방부이고 보니, 국방부는 숨쉬는 것조차도 불법이지 싶다.

마음 다잡는 데는 절 명상이 최고다.
“내가 먼저 평화의 바람이 되어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게 하여 주심에 감사하며 첫 번째 절을 올립니다.” 100배 평화명상 멘트에 맞춰 50배 절을 올리자 빗방울이 굵어진다. 기운은 연한다고 했던가? 서울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같은 시간에 올리는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등 5대 종단 종교인들이 올리는 기도빨(?)의 합체 덕인지 가슴이 뜨겁다.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를 지키며 오늘도 사드 반대에 앞장서고 계신 소성리 할매・할배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을 담아 서른 번째 절을 올립니다.” 30배 멘트에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세월호가 목포항에 입항하는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던 날, 3계절을 하루같이 사드반대 촛불을 들었던 성주・김천 주민들, 그리고 4개월 동안 광장을 달구었던 1,600만 촛불의 위엄이 파노라마로 흐른다. 한껏 몸을 낮춘다.

북핵도 못 막고, 군사적 효용이란 ‘중국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미국과 일본에게나 있을 뿐’인 고물사드 전개(배치를 위한 전단계)는 마치 적군이 쳐들어오는 양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통령은 탄핵을 넘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한 달 후면 차기정부가 출범하는데 박근혜정부가 추진했던 사드가 온갖 불법과 편법, 몰상식을 동원해가며 모질게 소성리로 쳐들어오는 중이다. 왜? 이시기에 누구에 의한 사드배치란 말인가? 70배에 이르러 목덜미에 흐르는 빗발에 잠바를 여민다.

어제 소성리를 방문한 포천 노드리게스 사격장 대책위원회 분들의 말씀이 생생하다.
“도비탄, 오발탄들이 동네로 날아들어 우리 동네 할배, 할매들은 마음 놓고 돌아다닐 수가 없어요.” 북한과 직선거리 10km에 위치한 노드리게스 사격장 인근 마을사람들은 연간 290일이 넘게 야간사격까지 해대는 통에, 소음으로 인한 난청환자가 많고, 전자파 등의 영향으로 암과 각종 질병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동양최대 규모인 노드리게스 사격장은 한국군과 미군뿐만 아니라 다국적 군대가 이용하면서 늘어난 유흥업소 만큼이나 미군범죄도 늘어 젊은 사람들은 거의 떠나고 노인들만 사는 마을이 되었단다.

“포천 노르리게스 사격장 주소가 어딘지 아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말하는 이의 입만 쳐다본다.
“포천 노드리게스 사격장 주소는 캘리포니아주입니다.”
아! 주한미군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이곳 소성리에도 사드포대가 설치되고 주한미군이 주둔하면 캘리포니아 또는 미국 51개주 중 어느 주의 주소를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의 마음에 항상 평화가 가득하길,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에 하루빨리 평화가 꽃피어나길 염원하며 마지막 절을 올립니다.”
포천 주민들의 안전과 이땅의 평화를 기원하며 마지막 절에 온전한 마음을 모은다.
‘평화를 원하거든 내가 먼저 평화가 되라’는 스승님의 말씀을 단단히 단전주에 밀어 넣는다.
어느새 봄비가 멈추어 섰다.

눈물이 주르르, 주책이다

YMCA 전국대회를 위해 소성리에 오신 개신교 성직자들과 신도들이 진밭다리 천막교당에 들러 인사를 한다는 소식에 천막교당도 손님맞이로 부산하다.
덩달아 부산해진 경찰은 경찰들로 10줄 차단벽을 만든다. 집회신고 지점에 쳐놓은 폴리스라인으로 성이 안차는지 경찰로 인의장벽을 친다. 천막안의 교무님들은 꼼짝없이 포위된 형국이다.

“천막교당에서 24시간 철야기도를 하고 있는 원불교 교무님들이 범죄자입니까? YMCA목사님들과 신도이 범죄자입니까?” 마치 예비범죄자들을 체포하는 듯한 과잉공권력을 당장 물리라고 한바탕 입씨름, 몸씨름을 하고나서야 일부 병력을 뒤로 빼고 길을 틀수 있었다.
군 헬기를 동원해 불법장비를 이동하는 하늘을 막고, 국방부의 불법사드를 막아야할 경찰은 ‘평화’에는 사사건건 훼방을 놓는다.

종교간 뜨거운 평화연대가 일상처럼 일어나고 있는 소성리 진밭다리.
“평화자리를 24시간 지켜주시는 원불교 교무님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는 목사님 말씀도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겠습니다. 힘내세요, 고맙습니다”는 이웃종교인들의 외침도 내겐 그저 감동이다.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시도때도 없이 흐르는 뭉클함과 눈물, 주책이다.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잦은 것을 보니, 대선이 코앞!

군헬기가 소성리 진밭교를 날던 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진밭다리 천막교당을 찾았다. 민주당에서 사드반대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는 몇 안 되는 의원 중 하나이다.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총괄본부장의 무게를 갖는 송영길 의원의 입에 소성리 진밭사람들의 눈과 귀가 모인다.

송 의원은 군사무기로써의 가치도 상실한 사드배치를 부당하게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부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단다. 차기정부가 구성되면 바로 외교특사를 꾸려 사드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밭다리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진다. 문재인후보의 사드에 대한 입장을 밝혀 달라. 기자들은 수첩을 꺼내들고 사진기자들이 분주해진다.

문재인 후보의 사드에 대한 입장은 “첫째, 차기정부로 넘겨라. 둘째, 원점에서 재검토. 셋째, 국회비준동의. 넷째, 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복안을 갖고 있다”라고 송 의원은 전한다. 사드에 대한 이런 입장은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으니 믿음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한다.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지만 동영상으로 증거를 남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나중에 딴소리 못하게 하는 수 밖에...

이재명 후보처럼 사드반대를 명확히 하면 성주, 김천주민들과 소성리를 지키는 우리들의 수고로움도 좀 덜 수 있으련만 아쉬운 방문이다.

이어지는 문재인 후보 선거캠프 선거대책위원장 장영달 의원, 더불어민주당 사드특위 김영호, 노웅래 의원 등 국회의원들의 진밭다리 천막교당 방문이 이어진다. 대선주자들의 사드해법이 리더쉽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소성리 진밭다리를 찾는 정치인들이 줄을 이을 것이다. 부디 많이 오시라. 이 나라의 평화를 책임져야할 정치인들이라면 마땅히 평화가 피어나는 소성리 공동체 현장을 보고, 듣고, 느껴야 한다.

4대 종단대표 진밭다리에 오르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11글자를 듣기위해 지난 4개월을 추운광장에서 지냈던 1,600만 촛불시민들은 ‘박근혜 탄핵인용’ 발표에 기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다음날인 3월 11일 원불교성주성지비상대책위원회 김선명 교무는 롯데CC골프장 입구를 막고 있는 경찰에게 원불교 성지인 구도길을 터줄 것을 요구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24시간 철야기도를 시작했다.

아직 찬서리가 내리던 음력2월초 찬 기온을 맞으면 시작한 철야기도는 4월 1일, 22일째이다.
참외와 포도의 고장, 성주・김천은 알아도 원불교 2대종법사 정산 송규 정사가 나고 자란 탄생가이며 구도터라는 사실은 원불교인들 외에는 모르던 이곳 소성리 진밭다리가 평화의 기도터가 되었다.

일주일간 산중턱 추위와 서리를 맞아가며 성주, 김천, 전국의 평화지킴이들이 지켜낸 평화기도터인 이곳에 지난 3월 18일 전국에서 모여든 5천여명의 평화시민들이 천막을 세워주었다.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첫 번째 천막이 부셔지고, 수명의 부상자와 1명의 시민이 구급차에 실려 가는 등 두 번의 격렬한 시도 끝에 3평짜리 천막이 탄생했다.

비니루 민족임을 자처한 성주 청년들은 천막에 비닐을 둘러쳐주고, 김천시민들은 파레트로 바닥장판을 깔아주었다. 대구시민이 보낸 동백과 장미화분 덕에 벌과 나비가 노니는 진밭천막교당이 탄생했다.

개신교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불교 자승 총무원장, 원불교 한은숙 교정원장,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등 4대 종단 대표들이 4월 1일, 22일째 철야기도중인 진밭평화교당에 올랐다.

김희중 천주교대주교는 종단지도자를 대표해 “월남전에 참가 했을 때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전쟁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전쟁이 나면 윤리, 도덕은 아무 소용이 없고 인간성이 말소 되므로 남북상생을 위한 평화협정의 체결을 강조했다.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사드도 필요 없다. 천주교가 곧 시작한다는 평화협정운동에 전국민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낮은 구름, 비와 바람이 흐르던 진밭다리에 햇살 한점이 내리쬔다.
햇살 한줌, 평화 한줌이 절실하다.

진밭다리 사람들의 24시간

원불교는 진밭다리 24시간 철야기도를 시작하면서 전국의 원불교 성직자들이 차례대로 철야기도에 참여하도록 순서를 짰다. 오전 11시 소성리 마을입구에 위치한 ‘소성리 평화교당’에서 여는 기도를 마치면 정산 종사 탄생가와 구도터, 성주성지를 돌면 성지순례를 한다. 점심공양을 마친뒤 진밭다리에 올라 ‘진밭평화교당’에 정좌하고 기도와 수행정진을 한다.

찾아오는 연대자들과 연대꽃도 피우고 수시로 올라오는 소성리 할매・할배들과 성주・김천주민들과 수다삼매경에 빠진다. 오후2시 기도와 오후 4시 평화명상 100배를 올리고 오후 5시 기도를 마치면 교대로 저녁공양을 하고 야간활동을 준비한다.

소성, 진밭평화교당에서는 저녁조가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새벽조는 새벽 2시부터 아침 8시까지 철야기도를 이어가고 오전 10시 기도를 마치면 다음조에 인수인계를 끝으로 1박2일 일정을 마친다.

밤 10시가 넘으니 성주촛불행사를 마친 주민들로 천막이 꽉 찬다. 인사를 나누고 노래가 한순배 돈다. 1시간이 지나자 성주촛불 대표들과 대구에서 온 듀엣가수에게 자리를 넘긴다. 지난 3월 18일 집회에 참여했다가 원불교 교무님 말씀을 듣고 너무 와보고 싶었다는 가수에게 노래를 청한다.

“영산강”이 애처롭게 흐르고 나니, 밤 11시가 넘었다. 비오는 밤, 천막밖에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사과, 자두 농사를 짓는 노곡리 주민 2명이 사과 한상자를 밀어 넣는다. 전국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수정농장 사과를 아삭거리며 자두이야기, 사과이야기에 빠진다.

새벽 1시, 제주도에서 오신 교무님 뒤를 이어 새벽 2시 대구정의당 청년 2명이 천막으로 들어선다. 교대조에게 새벽평화를 맡기고 내려오는 눈꺼풀을 올려가며 숙소로 내려온다.

소성리 마을보다 4도씨 낮다는 진밭다리 천막교당엔 새로운 사람들로 또다시 노래도 흐르고 평화도 흐를 것이다.

소성리 24시간은 평화로 분주하고, 평화로 가득하다.
봄을 품은 겨울은 이렇게 어김없이 가고 평화를 품은 봄이 오고 있다.
가짜 안보 사드가 가고 평화가 오는 소성리는 봄이다.
진밭다리 사람들은 4월 8일 또다시 소성리에 평화꽃이 만개하길 기다린다.
“어서 오세요. 여기는 소성리 평화공동체입니다.”

 

 

이태옥은 핵발전소가 6기나 있는 영광지역에서 여성농민회와 여성의전화를 만들고 활동했다.

현재는 원불교환경연대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등 에너지개벽운동을 하고 있으며, 태양광발전소 협동조합인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상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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