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정치학박사/‘수령국가’저자/전, 민주공원 관장/사)청춘멘토 이사

 

  몇 년 전 베스트셀러였던 『정의란 무엇인가』가 떠오른다. 정의(正義)의 핵심 가치가 '올바름'에 있다는 것을 안내했던 책이다. 동양적으로는 공자에 의해 작명된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르게 하는 것과도 일맥상통 한다 하겠고, 의역적으로는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하고, 정치인은 정치인다워야 한다는 의미와도 그 맥이 같다 하겠다.

  반면 그렇지 못한 세상은 곧 '난세'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을 텐데,  바로 그 한 난세가 끝나가고 있다. 2017년 3월 31일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과 함께 찾아온 역사의 광명과 함께 말이다. 

  그렇지만 한 국민으로서의 마음은 정말 착잡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하지는 않았지만,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로부터 지지받으면서 통일시대를 개척해 나가는 멋진 대통령이자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원해서 더더욱 그러하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꿈은 이제 산산조각이 났다. 마음으로는 전직 대통령을 굳이 구속 수사할 필요까지야 있느냐고 맥박 쳐대지만, 이성은 이미 법 정의와 옳은 사회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그 인내를 감내해내어야만 한다고 (심장이) 박동한다. 그래야만 한 시대-유신시대(박정희)와 신(新)유신시대(박근혜)를 마감하고 ‘새로운’대한민국, 즉 국민주권시대가 열어지기 때문에 그 고통과 안쓰러움을 이겨내어야만 한다는 목소리가 귀담아 지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이제 그런 감정은 조금 뒤로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까지 이르게 한 촛불시민혁명을 찬찬히 복기해 보자. 이는 차기 대통령을 위해서도, 국민주권시대를 열기위해서도 꼭 필요한 검증작업이기도 하여 더더욱 그러하여야 한다.

  복기 하나(1), 비록 한 사회와 국가의 최고 권력자라 하더라도 그 통치행위가 헌법의 권한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이제까지 관행적으로 무한대(∞)로 수용되어왔던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즉, 인치(人治)에 의한 통치행위의 결과보다 프로페스(process)와 시스템의 의사결정구조가 중요해졌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복기 둘(2),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의 몰락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제도적 결함과의 상관성에 관한 문제이다. 결론은 상관성이 (전혀 없지는 않으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선국면이라는 시기적 특수성과 맞물리면서 그 정치적 증폭을 정치인이 키워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어느 특정 인물의 당선을 막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을 제왕적 대통령제 제도 그 자체의 결함으로 오독하여 교묘히 정치적으로 이용해 가고 있음이 이를 반증한다 하겠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은 현행 헌법이 갖고 있는 잘못-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헌법을 무시하고 그 헌법위에 군림하려 했던 최고 권력자의 욕망과 무지가 빚어낸 참사인데도 말이다. 그럼으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제도적 결함이 있다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헌법 개정은 다른 차원에서의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 되는 것이다.

  복기 셋(3), 적폐청산의 범위와 내용을 어떻게 잘 설정하느냐의 문제이다. 우선은 인적청산의 문제인데, 이를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불복하려는 기득권세력의 저항을 넘어서야 한다. 인적청산은 정치보복과도 상관없고, 더군다나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분열정치의 상징도 아니다. 오히려 제대로 된 인적청산만이 ‘반민특위’의 좌초로 인해 한국사회에 잘못되게 만연된 ‘성공만 하면 모든 치부가 감춰진다’는 세속적인 논리가 극복되고 건강한 국민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낼 것이라는 사실이 망각되어져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는 제도적 청산인데, 이는 이제까지 국가의 이익이라는 미명하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사대와 종속, 기득권세력에 유리하게 작용했던 법적·제도적 적폐를 말끔히 청산해내어야 하는 정언명령과도 같다. 이를 위한 범국민적 국가기구가 필요할 것이다.

  복기 넷(4), 촛불시민혁명에서의 확인은 시민참여와 국민주권시대를 열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시민참여를 제도적으로 정치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을 현실화하고, 정치권의 정치독점 현상도 끝장내어야 한다. 그러한 방법의 중심에 광장문화의 합법화와 제도적 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즉, 정치인 주민소환제도와 민의를 비례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결선투표제 도입, 신(新)신문고 제도 및 국민발안제, 국민청원제, 국민배심원제의 확대, 그리고 종국적으로는 이 모든 것들이 국민 기본권 확대와 그 맥을 맞닿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기 다섯째(5), 헬조선, ‘이게 나라냐’등에서의 확인은 국민의 건강한 삶과 행복을 외면하는 국가안전 불감증과 재벌체제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국가의 존립목적을 국민행복으로 분명히 하였고, 그 결론의 최전방에서 방해하고 있는 재벌체제 중심과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이윤극대화만 쫓는 사회에 경종이 울려졌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럼으로 차기 정부는 이를 반드시 넘어서는 국가체제와 운영기조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몰락은 이렇게 5가지 교훈으로 반면교사가 된다 하겠다. 연동해서 차기정부와 대통령의 국정운영기조는 이 5가지 교훈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설정하여야 할 것이고, 비례해서 이번 19대 대선은 이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박근혜 정부의 실패경험이) 극복된 국정운영기조를 분명히 하면서도 정책적 내용을 통해 대국민적 동의를 얻어내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겠다.

  그런데도 불행하게 이번 대선은 그러한 기대와는 정반대의 길로 가려  하고 있다. 다름 아닌 대선출마자들의 인식정도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적 요구로 대선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묻지마식 대선구도로 흘러가고 있어서 그렇다.

  정책은 없고, 굳이 있다면 반문이냐 비문이냐, 대연정이냐 소연정이냐, 개헌이냐 호헌이냐, 통합이냐 비통합이냐 등 자신들만의 정치적 야망이 투영된 정치공학만 난무하고,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구사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번 대선을 촛불시민혁명이 박근혜의 구속수사로 끝날 수 있는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 중요한 현재진행형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그 중심에 온전한 적폐청산이 이뤄질 때 까지 주권자로서의 권리의식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사실. 즉, 적폐청산요구(안)을 촛불시민들이 직접 발안하고, 이를 수용하게끔 대선주자들을 압박하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관찰자와 투표행위자로만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내가 대통령을 뽑는 주권자다’라는 주체자로서의 실천행위가 발현되고 있다.
 
  바로 이 전제하에 다음과 같이 유추한다면 보수집단과 언론들은 촛불시민혁명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라는 초유의 결과를 내온만큼, 이제는 국민 모두가 태극기와 촛불의 이분법, 적폐청산의 늪에서 빠져나와 국민 모두가 하나로 되는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는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의 소유자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프레임으로 19대 대선구도를 몰아가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연장은 비문 단일화로 비문진영을 압박하고,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비문진영의 김종인, 정운찬, 홍석현, 홍준표, 유승민 등은 안철수를 압박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 안철수는 계속 비문연대에 정책이 아닌 묻지마식 비문연대는 없다는 워딩을 내보내겠지만, 결국에는 어느 시점에 가서 못 이긴 척 국민통합과 통합정부를 위해 살신성인하겠다며 호응하려 할 것이다.

  이는 안철수 후보의 당선욕망이 크면 클수록 안철수 후보는 그 유혹의 덫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과 맞닿아 있다.

  결과적으로도 이렇게 문재인 대 안철수라는 1대 1구도가 형성되면 그야말로 51: 49%의 싸움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오직 이판사판의 올 오아 낫씽 (all or nothing) 게임으로만 존재하는 대선선거가 되고 진흙탕과 같은 퇴행성만 반복되게 될 것이다. 

  그럼으로 문재인과 안철수 후보에 당부 드린다. 특히, 안철수 후보에 당부 드린다. 지금까지 이번 선거가 본인 대 문재인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본인의 일관된 메시지가 여러 후보는 나오겠지만, 내용적으로는 본인과 문재인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즉 형식논리의 결과가 된 묻지마식 비문진영의 단일후보로서의 안철수 대 문재인의 싸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안철수 본인의 본심이라 한다는 것이 선의적으로 해석되어지는 것이 맞다면 안철수는 그러한 유혹에 절대 넘어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본인의 정치적 신념과도 배치되고, 승자가 결정된다 하더라도 승자는 상처뿐인 영광일 뿐이고, 패자는 (49%로 졌기 때문에) 억울해 할 것이고 정치는 다시 퇴행성으로 그 항로를 항해하는 적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선 위와 같은 선거가 국민들이 원하는 방식이 아님을 절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위와 같은 선거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있다. 또 위와 같은 선거로는 대한민국에서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토양임을 정치권 스스로가 인정하는 어리석음의 결과와도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위와 같은 선거가 국민보다 못한 대통령리더십을 만들어 낼 것이고, 그 결과는 또 다른 불행한 사태로 이어진다는 교훈의 망각에 있다.

  하여, 이번 19대 대선은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기는가가 매우 중요한 선거임을 정치인 정치인답게 이해하고, 국민은 국민답게 이해하여 그 조합을 현명하게 짜 맞춰야 한다.

  먼저 정치인은 대한민국에서 정당정치가 제대로 작동되는 토양과 질서를 구축해내는데 집중하여야 한다. 상대를 이기기만 하는 이합집산, 합종연횡을 끝장내어야 한다. 각각의 정당과 후보들은 자신들의 정책과 노선으로 정정당당하게 심판받고, 5년 뒤(현행대로라면) 다시 정직한 방식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기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그런 정치문화가 형성되도록 해주어야 함이다. 즉, 권력을 잡았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소속된 정당과 세력의 정책과 노선으로 국민적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중요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음으로 국민들은 그러한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을 과감히 거부할 줄 알아야 한다. ‘더’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촛불을 들었다면 ‘더’나은 대한민국으로 항해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방향설정과 과정에 부합하는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와 정당을 지지, 후원해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정치권과 대선주자들은 그러한 유혹에 휩쓸리지 않는다. 비례해서 그 결과가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방향, 즉  정치의 진정은 주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임을 모순적인 방식으로가 아니라 정직하게 증명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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