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인류를 구원한다(괴테)


 등
 - 이도윤

 새끼들이 모두 떠난
 사람의 쭈그러진 늙은 등은 허전하여
 바라볼수록 눈물이 난다
 위대하여라 등이여
 이 땅의 모든 새끼들을 업어낸 외로움이여


 한 할머니가 ‘약장수’에게 사기를 당했단다.
 
 수 백 만원을 날렸다고 딸이 울부짖는다.
 
 “다 제 탓이에요.”

 그 딸은 몇 년 동안 아이들 교육 때문에 외국에 나가 있었다.
 
 한국에 돌아오자
 
 엄마가 매일 집으로 찾아왔단다.
 
 “엄마, 그만 좀 와.”
 
 반찬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는 엄마에게 짜증을 냈단다.
 
 “그렇게 굳건하던 엄마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엄마는 한없이 강하나 늙은 여자는 얼마나 무력한가!
 
 무력한 늙은 여자는 다시 엄마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살갑게 대하는 젊은 약장수들이 자식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알면서도 속는다고 한다.
 
 이경자 소설가는 중국의 소수민족인 모소족의 ‘모계사회’에 가서야 비로소 깊은 안식을 찾았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를 소유물로 묶지 않는 사회. 그래서 서로가 사랑과 평등으로 만날 수 있는 사회. 

 우리가 사는 가부장 사회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인간’이 될 수 없다.

 남자는 평생 처자식을 위해 일벌레가 되어야 하고.

 여자는 남편과 자식을 통해서만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남편과 자식이 다 떠난 늙은 여자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노자는 여성은 도(道)에 가깝다고 했다.

 ‘여성성’은 어둠과 빛을 함께 품은 새벽과 같다고 했다.

 ‘남성성’은 어둠과 빛을 명확히 나눈다.

 그런데 어디 세상살이가 그렇게 명확히 나눠지는가?

 그래서 남성성이 지배하는 가부장 사회는 살벌해진다. 삭막해진다.

 명확한 것들(돈, 권력, 법 등)이 지배하고 명확함을 위해 전쟁이 일상이 된다.   

 골목 여기저기에 나와 앉아 있는 할머니들.

 표정이 없으시다. 눈 속이 텅 비어 있다.

 우리 사회의 처절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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