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찬경 국학연구소 연구원은 15일 서울시민청에서 열린 국학강좌에서 ‘홍산문화 건설 주체와 우리민족 고대사의 관련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홍산문화의 동산취, 우하량 유적 등에서 발견된 여신상의 자태는 책상다리 자세다. 반퇴(盤腿)라고 하는데, 이런 자세는 굉장히 특이하다.”

중국 연변대학에서 고구려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임찬경 국학연구소 연구원은 15일 국학연구소가 주최한 올해 첫 국학강좌에서 “중국의 오래되고 전형적인 앉는 자세는 꿰이쪄, 궤좌(跪坐)라고 하는 꿇어앉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홍산문화 건설 주체와 우리민족 고대사의 관련성’을 주제로 이날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동그라미방에서 열린 강좌에서 임찬경 연구원은 “홍산문화 주체 설정에서 중원의 한족들보다는 우리와 상당히 깊은 연관성이 있고 유사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홍산문화(B.C. 4500~ B.C. 3000)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우하량 유적 주전시실에 복원해 놓은 여신상은 반가부좌를 하고 양손을 아랫배에 모은 상태로 돼 있다. 조각 조각 발견된 여신상의 파편을 근거로 복원된 모양새다.

▲ 홍산문화의 대표 유적인 우하량 유적 주 전시실에 모셔진 여신상. 반가부좌를 틀고 양손을 아랫배에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 - 임찬경]
▲ 고대 중국 한족들의 전형적인 꿇어앉는 자세. 3,300여 년 전 중국 상(商)대 후기의 유적지인 안양 은허 5호묘에서 출토된 옥석조각인형이다. [사진제공 - 임찬경]

임찬경 연구원은 “중국 학자 이제(李濟)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 고대인의 일상의 모든 앉음 자세의 전형은 꿇어앉음, 궤좌였다”며 “위진시대는 물론 당의 말기까지도 꿇어앉는 자세가 중국 고대사에서 가장 널리 통용되던 보편적 자세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중국 황화문명보다 앞선 유물들이 쏟아져 나와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홍산문화에서 출토된 여신상 파편 등 당시 유적들은 이 문화의 주인공들이 반퇴(盤腿)라고 하는 반가부좌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임 연구원은 “우리가 볼 때 사실 그 앉은 자세가 우리한테 익숙한 거고, 고구려 시대 때도 그렇게 앉았다”며 “우리 민족의 고대사와 깊이 연관해서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산문화의 특징은 돌무덤인 적석총, 방형이나 원형의 제단, 주거지 주위 성곽 형태”라며 “석성, 산성, 무덤양식 이런 홍산문화 요소를 고구려가 계승하고 있다”고 짚었다.

▲ 중국 하북성 노룡현과 무령현 사이에 위치한 전국시대(B.C. 403 ~ B.C. 221) 산성 유적. 임찬경 연구원은 고구려 산성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보고 있다. [사진제공 - 임찬경]
▲ 중국 집안에 위치한 고구려 적성총 산성하고분군. 돌을 쌓아 지상에 무덤을 만들었다. [사진제공 - 임찬경]

이에 비해 중국 진시황의 무덤은 땅속 깊숙이 자리잡았고, 전국시기 산성과 성벽 모양을 보면 평지에 황토를 다져서 쌓았을 뿐만 아니라 전투시 유용한 치(雉)가 없다.

임 연구원은 이병도의 『한국고대사 연구』(1976)에 수록된 고조선 지도, 한사군 지도, 삼한지도를 제시하고 “이병도의 역사관에 따른 지도를 보면 고조선부터 고구려 모든 나라가 한반도와 압록강 중류에 다 있었다”며 “멀리에 있는 홍산문화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삼국사기』는 물론 중국 사서인 『 삼국지』와 『후한서』에도 ‘서기 49년 고구려가 후한의 우북평(右北平), 어양(漁陽), 상곡(上谷), 태원(太原)을 정벌하여 일시 점령’한 사건이 기록돼 있고, 어양은 북경 일대, 태원은 북경을 지난 서편, 상곡은 북경 북쪽에 위치해 있다.

또한 『삼국사기』와 사마천의 『사기』, 서긍의 『고려도경』에 따르면 고구려 첫 수도인 졸본 역시 요하 서쪽, 대릉하와 의무려산 쪽에 있다고 인식했다는 것. 홍산문화 유적이 발굴되고 있는 중국 내몽고자치구 적봉시 홍산지역 일대가 고대 우리 민족의 강역과 연관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 홍산문화 우하량 유적 주 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중국 시조들인 요.순.황제 등 오제(五帝)의 상. 홍산문화가 중화문명의 원류임을 강변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제공 - 임찬경]
▲ 국학연구소는 다섯 차례에 걸쳐 홍산문화를 주제로 월례 국학강좌를 진행한 뒤 8월 중순 홍산문화와 고구려 유적 답사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임찬경 연구원은 “역사적인 많은 사실들을 고찰해보면 홍산문화 건설 주체는 고대의 우리 민족과 아주 깊은 연관이 있고, 홍산문화는 우리 민족 고대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결론짓고 “그 지역의 문화적 요소들이 부여, 고구려 등을 통해서 우리 민족 고대문화 속에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학연구소는 이번 월례 국학강좌를 시작으로 7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홍산문화를 집중 연구한 뒤 8월 11~15일 ‘홍산문화와 고구려 유적 답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답사 관련 정보는 국학연구소 홈페이지(www.gukhak.org)를 참조하면 되고 문의전화는 02) 3210-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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