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이스턴 켄터키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트럼프 행정부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첫 동북아 순방에 올라 일본, 한국, 중국 순서로 3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행정부의 신 대북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마지막 손질하는 기회가 되었다. 엑슨-모빌 기업회장 출신으로 외교수장이 된 틸러슨 국무장관의 첫 동북아 순방은 외교적 결례와 함께 초강경 대북정책의 수사로 초지일관 하였다.

동경과 서울에서 틸러슨 국무장관은 강력한 톤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옹호하였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강조하였으며, 보다 강경한 대북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베이징에서는 왕이 외교부장과 틸러슨 국무장관 간의 북핵 해법에서 이견이 있은 듯하다. 사드 문제는시진핑 주석과 틸러슨 국무장관 간에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틸러슨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에서 한반도 문제와 관련하여 주요한 사안을 간략히 검토하고자 한다.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기조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1)한반도 비핵화 실현, 2)한반도 평화와 안정화 유지, 3)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 등이다. 중국은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합의를 존중하고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써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저지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방안으로 중국의 입장을 재정리하여 새로운 구상을 내 놓았다. 중국의 북핵문제 해결 구상은 필자가 제안해온 북핵 해법의 3단계 방안[통일뉴스(2016.11.10) 게재, 제목:“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핵 해법의 새로운 돌파구 모색하길]과 공통점이 있어 참조해 주시고 여기에 간략하게 중국의 구상을 소개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쌍중단’과 ‘쌍궤사로’를 제출한 중국의 구상에 북.미 간 혹은 미.중.남북한 4자간 합의가 필요하며, 특히 미.중 간 갈등구조는 북핵 문제와 한반도 문제 해결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있어 필자는 미.중 간 공조체제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필요충분조건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중국은 일관성 있게 미.중.러.일, 남북한 6자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합의한 9.19공동성명과 6자회담 틀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효한 틀이라고 주장해 왔다. 옳은 지적이고 공감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3월 8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세를 완화하고 비핵화 실현과 평화.안정 수호를 위해 ‘쌍중단’과 ‘쌍궤사로’ 중국의 구상을 공개했다.

‘쌍중단’은 한반도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동결하고 한. 미가 연합군사 연습을 중단하자는 방안이고, ‘쌍궤사로’는 6자회담 틀을 통한 비핵화 협상과 북.미 또는 4자회담을 통한 평화협정 회담을 병행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중국의 구상에는 구체적 로드맵이 결여되어 있어 미.중.남북한 4자간 한반도 평화포럼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중국의 이러한 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현실적으로 한 번 시도해 볼만한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한다.

미국은 왕이-틸러슨 간 베이징 회동에서도 이미 중국의 구상을 거절하였으며 북한도 부정적인 태도이기에 먼저 중국이 해야 할 일은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미.중 간 이견조율은 오는 4월 6일 플로리다 마라라고에서트럼프-시진핑 간 첫 미.중 정상회담에서 논의하여 합의되길 기대해 본다. 이런 구상은 미국의 조야에서도 설득력 있게 받아 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하고 있다는 새로운 접근법이 오리무중이지만 이와 비슷한 내용이길 기대한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미.중 간 북핵 해법과 사드갈등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으리라고 믿으며 양국간 시각 차이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강경일변도로 진전될지는 미지수이다. 틸러슨 장관의 강경기조 속에서도 미국은 대북대화와 제재를 병행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도 보이고 있다. 베이징에서 왕이-틸러슨 간 공동회견(3.18)에서 틸러슨 장관이 “충돌 방지를 위해 모든 것을 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고,  “상호존중” 하고 윈-윈하는 미.중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자는 중국 측의 신형대국관계를 받아들인 점이 대단히 의미 심장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상호존중’이라는 단어가 핵심이라며, “중국에서는 한쪽이 다른 쪽의 ‘핵심이익’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 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구상인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 제안과 관련 북한이 중국의 입장을 수용한다면 미국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음은, 제4차 북핵실험 이전에 북미 간 뉴욕접촉에서 얻은 경험이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접근법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할 날이 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미국을 설득할 것인지를 중국지도부가 고민해야 한다. 일단 북한이 중국의 구상을 수용하면 미국을 설득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지만 이런 절차가 내달 초에 시진핑-트럼프 단독회담에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사드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새로운 한국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한반도에서는 키리졸브-독수리 한미연합군사연습이 사상 최대 규모로 방어작전의 개념에서 이젠 공격작전 연습이 진행중에 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하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로 핵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가까운 장래에 제6차 핵 실험이나 새로운 개발에 성공한 대출력 발동기로 인공위성 발사도 실시할 것으로 예견된다.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라고 밝힌 바 있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날에 맞춰 북한이 3월18일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출력 로켓 엔진 연소시험’이 성공했다. 북한은 “우리 식으로 새롭게 연구제작하고 첫 시험에서 단번에 성공”했다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새형의 대출력 발동기가 개발 완성됨으로써 우주개발 분야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위성운반능력과 당당히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과학기술적 토대가 더욱 튼튼히 마련되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제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시간문제이고 ICBM 시험발사는  궁극적으로 동북아 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킬 것이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앞으로는 외교적 결례를 반복하는 일이 없길 기대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일동맹과 한미동맹 관계를 놓고 인식의 차이점을 노정하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미.일 3국 순방 중에 한 인디펜던트 저널 리뷰(IJR)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일본을 최고동맹국이라 칭송하고 한국도 같은 동맹국인데도 불구하고 주요 파트너라고 명칭해 물의를 일으킨 것은 미국의 큰 외교적 결례임이 틀림없다. 물론 미국의 이익에 한국보다 일본이 더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음이 알려지게 되었다. 과거 미 정부도 한국보다 일본이 미국의 핵심이익을 지키는데 더 주요함을 감추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틸러슨 국무장관이 만찬대접을 받지 못했다고 불만을 표시한 것도 대한민국 외무부가 외교상의 큰 결례를 범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이러한 사건들이 지금 대선과 전연 관련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새 정부는 이런 외교적 결례를 조속히 치유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중이 군사적 안보문제에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을 기세이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만난 미.중 외교장관들은 북핵문제 해법에 엇박자만 크게 냈다. 미.중 간 패권주의 경쟁보다 상호협력과 상생원칙에 따라 공조체제를 유지하여 “힘의 나눔”(power sharing)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상호존중” 하고 윈-윈하는 미.중 관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자는 중국 측의 신형대국관계를 받아들인 점을 기본 바탕으로, 미.중의 핵심이익을 상호존중 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조약 체결을 동시에 병행추진 할 것을 촉구한다. 이런 미.중 공조 체제로 한반도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기대해 본다.

 

곽태환 박사 (미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 미국 클라크(Clark) 대학교 석사, 미국 클레어먼트(Clarement) 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이스턴켄터키(Eastern Kentucky)대 국제정치학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통일연구원 원장 역임.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통일전략연구협의회(Los Angeles) 회장.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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