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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들과 공주<연재> 정해랑의 ‘공주타령’ (12-마지막회)
정해랑  |  hr96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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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7  00: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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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랑 /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

공주타령 연재를 마치며 

병신년이 지나고 정유년의 새봄이 되면서 우리가 조롱하고 노여워하는 권력이 드디어 구중궁궐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그가 간 곳은 의금부가 아니라 사가였다. 사가에 꼭꼭 숨어서 여전히 자신을 향해 꾸짖는 만백성을 능멸하고 우롱하고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제로 돌아갈 것을 은연중 꿈꾸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몸부림이 허사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이리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바이다. 아울러 우리가 조롱하고 노여워해야 할 권력은 단지 무능하기 이를 데 없으면서도 사악하기만 한 특정 지배자만이 아니라, 이 땅에 수십 년 어쩌면 그 이상 쌓여온 쓰레기라는 것을 우리는 지난 겨울에 뼈저리게 느꼈다. 이제 상상이 현실을 넘어서기 어려울 만큼 격동적인 봄을 맞이하며 공주타령의 연재를 마치려고 한다. 이어지는 내용은 우리의 광장에서 진달래꽃 만발한 우리의 봄과 함께 현실로 우리 앞에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주)

 

    도둑들과 공주

  공주가 육조 앞 뜨락에 다시 나온 건 어느 맑은 날 한낮
  궁궐 뒷산과 그 밑의 대궐문을 바라보며 공주가 섰것다
  궁궐 뜨락에서 바라보던 저 산 이제는 멀리서
  좀더 크게 바라보게 되었구나
  그 동안 지난 세월이 꿈만 같다.
  꿈 많던 소녀 시절 그 분을 만나
  여왕이 될 거라며 쓰다듬어 주실 때
  황홀한 마음에 그 날이 오리라 여겼더니
  이 뜨락에서 왕이 되어 즉위식을 하였건만
  이 뜨락에서 개 돼지들이 촛불 들고 난리를 치더니
  임금 자리에서 파면된 뒤 사가로 쫓겨나고
  드디어는 의금부에 하옥되었더라
  화무십일홍이요 권불십년이라더니
  이건 뭐 권불오년도 안 되는구나
  앞에는 재판관들이 앉아 있고
  왼쪽에는 검찰관들이 죽 않아있는데
  오른쪽에 앉아 있는 변호인들은 서로 싸우기 바쁘구나
  네가 몸통이다 아니다 내가 깃털이다 한다던데
  오늘은 마지막 국문이 있는 날이란다
  순살이 불려 나갔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다
  이름을 물으니 순살이라 하고
  직업은 브이아이피 도우미란다
  그리고는 묻지도 않는 말을 한다
  이건 민주주의 재판이 아니란다
  재판관도 검찰관도 변호인들까지도 모두 웃는다
  공주마저 웃음이 나왔다
  순살이 민주주의 어쩌구 하다니
  재판관이 물었다
  그래 피고인은 민주주의가 뭐라고 생각하시오
  자기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검찰이 큰소리로 꾸짖듯 말했다
  자기 마음대로 해서 나랏돈 빼돌리고
  공갈 협박해서 기업 돈 뜯어 먹었어요
  그러자 변호인이 이의 있습니다
  피고인은 자기만 잘 살자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공주를 위해서 그리 한 것이지요
  이번에는 공주 변호인이 나섰다
  순살은 범죄자입니다. 공주와 연관시키지 마세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이어서 3대 거부가 불려 나왔다
  연신 머리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만 한다
  왜 그 많은 돈을 주고 말을 사주었냐고 물으니
  강제로 달라고 하니 안 줄 수 없었다 한다
  그 대가로 많은 이득을 챙기지 않았냐고
  피고인의 병원이 돌림병 근원지인데 전혀 처벌 받지 않았고
  아버지 재산 고스란히 물려받게 해주려고
  국민연금도 손해 보게 했고
  이것저것 말하자 앞으로는 잘하겠단다
  그런 것 다 보고받지 못했다고
  도대체 아는 것이 무엇이냐 재판관이 호통을 쳤다
  당신네 회사에서 백혈병으로 죽은 사람 목숨값보다
  무려 8백 배나 되는 돈을 뇌물로 주었다
  산업재해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에게는 인색하고
  권력 있는 자에게는 후하니 이게 어디 되겠냐하고
  검찰관이 엄하게 꾸짖어도 그저 앞으로 잘 하겠단다
  병든 소 승지가 나왔다
  아직도 피고인을 존경하냐고 하니 그렇단다
  뭘 그리 존경하냐고 물으니
  자기 이익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고집 한 번 부리면 누가 뭐래도 끝까지 가고
  그런 것을 존경한단다
  공주 이 말을 듣고
  좋은 말인지 나쁜 말인지 헷갈리고 있는데
  검찰관이 묻는다 증거인멸을 사주하지 않았냐고
  병든 소 승지는 아니란다
  문서 파쇄기를 대거 구입한 것도
  압수수색을 거부하라는 것도
  대면 조사를 회피하라는 것도
  공범들 입을 맞추라는 것도
  모두 당신 머리에서 나온 것 아닌가
  병든 소 승지 눈을 똥그랗게 뜨며
  자기는 의금부에 나가서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단다
  공주 이 말을 듣고 저런 나쁜 놈 하면서
  외마디 소리를 지를 뻔했다
  사실 공주더러 버티라고 한 것은 병든 소 승지였다
  그리고는 이리저리 하라고 코치까지 했었다
  버티고 있으면 친공주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그러다가 파면 당해도
  사가에 가서 박혀 있으면
  친공주파들이 막아 줄 것이다
  그래서 의금부 대면 조사도
  특별 의금부의 조사도 거부했고
  궁궐을 압수수색하는 것도 못하게 했다
  파면된 뒤에는 사가로 나가
  친공주파들이 지키는 가운데 버티려 했더니
  이번에는 의금부에 나가라는 말들이 많아서
  버틸 만큼 버텼지만 더 이상 힘들어서
  나갔다가 덜컥 의금부에 갇히고 말았다
  그랬는데 이제 와서 저리 발뺌을 한다
  늙은 도승지가 나왔다
  순살을 아직도 모르냐고 하니
  모른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러더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란다
  지금 오랑캐의 침투 공작이 먹혀서
  백성 대다수가 오랑캐 편이 되었단다
  재판부도 검찰관들도 어이없어 하는데
  늙은 도승지 계속 지껄인다
  재판관이 뒷목을 잡고는
  계속 재판부를 모욕하면 법정 모독죄를 추가하겠단다
  검찰관이 다시 호통을 쳤다
  법이란 걸 알면 제대로 써야지
  법을 이용해서 수많은 사람들 세작으로 조작하고
  블랙리스트나 만드는 것 지휘하고
  순살과 공모해서 공주를 갖고 논 것 아니냐
  뭐라고 중얼중얼하는데 재판부가 말을 막아 버렸다
  이어서 검찰관이 공주의 죄를 읊기 시작하것다
  공주의 죄는 도둑질한 죄 도둑질을 열거해 보면
  첫째, 세금 도둑.
  둘째, 국민연금 도둑.
  셋째, 일자리 도둑.
  넷째, 봉급 도둑
  다섯째, 쌀값 도둑
  여섯째, 중소기업 도둑.
  일곱째, 대학 합격 도둑.
  여덟째, 대학 학점 도둑
  아홉째, 열째 하고 가는데
  더 이상 공주 귀에는 들리지도 않는구나
  장안의 거부들만 빼고는 백성이 죄다 도둑질을 당했으니
  아니 장안의 거부들도 손 비틀리고 공갈 협박당해서
  무서워 억만금씩 내었다니 이들도 피해자라
  온 국민이 당한 셈이기는 한데
  허나 장안의 거부들과는 짬짜미로 뭔가를 주었으니
  이들 역시 공범이라
  공범이 하나 둘이 아닐 터
  도둑질로 억만장자가 된 순살 일가야 말할 것도 없고
  그들과 한 통속이었다가 은근히 싸웠다가 하며
  공주를 쥐락펴락한 늙은 도승지
  이들을 도와준 육조의 벼슬아치들
  공주 죄를 알고도 모른 척하고
  그저 잘 돼간다고만 한 공주파 붕당 고관대작들
  진짜 나쁜 도둑은 도둑 잡으라고 앉혀 놨더니
  도둑질을 지켜 주는 개가 된 의금부 벼슬아치들
  그들을 장악하고 조종한 병든 소 승지라는 놈
  늙은 도승지와 함께 항간에서 법비라고 한다던데
  이렇게 보니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떼도둑인 거라
  검찰관이 열을 내어 이야기하는 동안
  공주는 그저 멍하니 뒷산만 바라보았것다
  재판관이 검찰관의 공소 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물었다
  공주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엮어도 너무 엮었소
  나는 사익을 추구한 적이 절대 없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오
  재판관들도 검찰관들도 어이없어 하는데
  둘러선 방청객에서 두런두런 소리가 나더니
  몇몇이서 큰 배를 들고 공주 쪽으로 나온다
  그러면서 외치는 것이 진실이 뭔지 니가 알아
  그리고는 노래를 부른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아아 저 노래 주말이면 들리던 노래
  궁궐 가까운 뜨락에서
  수천 수만이 모여 부르던 노래
  공주 생각에도 참 좋은 노래 같은데
  이상하게 공주는 이 노래를 들으면
  소름이 쫙 끼쳤었다.
  재판을 보러 온 모든 사람이 따라 부른다
  오늘도 역시 소름이 돋아나서 견디기 힘들다
  그때 저번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왔던 노인이
  방청석 맨 앞자리에 앉았는데 벌떡 일어나더니 
  큰소리로 외치는 것이 아닌가
  공주가 사과 한마디 했어요
  공주가 잘못 했다는 말 들어 봤어요
  결국 이젠 다른 길이 없어요
  다시는 이 땅에 임금이 없는 날이 와야 해요
  임금 없이 백성이 진짜 주인이 되는 사회
  그러자 뜨락에 가득찬 개 돼지들이 함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지난 재판에서 불렀던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나라는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나라의 모든 권력은
  백성으로부터 나온다

  똑같은 소리로 외친다
  지난 번 재판 때도 들은 적은 있는데
  아니 이것들이 이제는 박자까지 맞춰서 잘도 부르네
  이 노래야말로 오랑캐들 노래 아닌가
  권력이 백성으로부터 나오다니
  이거야말로 왕조를 부정하는 반란 아닌가
  재판관 검찰관 반란이 났소 당장 재판을 중지하시오
  재판관들도 검찰관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어느 누구도 공주 말을 들어주는 이는 없었다
  공주만 속 상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재판장이 재판 중단을 선언하고
  포졸들이 공주를 다시 묶어서 호송차에 싣는구나
  그 뒤 공주는 어찌 되었을까
  멀리 법국의 단두대처럼 망나니가 춤을 췄다고도 하고
  아직도 의금부 감옥에 들어가 앉아 있다고도 하고
  너그러운 백성들이 사가에서 나가지 말고 조용히 살라고 했지만
  전혀 개전의 정이 없어 도로 의금부로 보냈다고도 하는데
  아주 먼 옛날 먼 나라의 이야기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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