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 ‘수령국가’ 저자, 사)청춘멘토 이사, 전 민주공원 관장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2017년 3월 10일)”

이 짧은 4음절의 워딩, 이 워딩 하나가 한 시대가 가고,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는 역사적 전환을 알려내었다. 그 구시대가 일제와 유신세력에 의해 축적된 적폐를 상징다면, 3월 10일 이후 새 시대는 그 적폐가 청산된 반듯한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상징하고 있다 하겠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가 지켜지는 위대한 대한민국, 그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하면서 말이다.

   그 시작을 박영선 더 민주당 의원이 3월 7일 안희정 지사 대선캠프의 의원 멘토단장을 수락하면서 "언제까지 이념을 가지고 대립하고 싸울 것인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을 반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박 단장의 (이념대결 종식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마치 촛불민심과 태극기민심을 이념대결로 바라보는 그 시선에 동의하지 못한다는 취지) 논리대로라면 과거의 나치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지금도 싸우고 있는 독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즉, 나치잔재 청산이 좌·우 대립의 문제라기보다는 역사정의를 세우는 본질의 문제라고 한다면, 박 단장과 안희정 등 대부분의 후보군처럼 접근하면 ‘새로운 대한민국’건설의 문제를 이념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오류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2017년 3월 10일 이후의 새로운 대한민국 문제는 좌·우의 문제라기보다는 3월 10일 이전에 축적된 적폐를 청산해야 된다는 역사정의의 문제이고, 설령 가면된 국론분열(?)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정의를 바로세우는 문제에 동의하느냐 못하느냐의 문제로 다가가야 하는 것이 훨씬 더 촛불민심과 태극기민심을 잘 읽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겠다.

  연동하자면 촛불 명예혁명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되었고, 그 결과로 5월 9일 대통령선거가 존재하는 만큼 19대 대통령은 그 민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탄생되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촛불민심을 주권재민(主權在民)적으로 수용하면 나올 수 있는 당연한 결과이니 당연히 그러해야 하고, 정확하게는 그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정권, 그러한 정부여야 하는 것이다. 좀 더는 ‘이게 나라냐?’는 국민들의 절규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이래야만 한다!’그 청사진을 제시하고 반드시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을 수 있는 그런 권력 형태여야 한다. 즉, 민주정부의 권력 형태로 말이다.

  그래야만 혹한의 4개월여, 1700만 촛불참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광장민주주의에 대한 정치권의 화답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헌데 불행하게도 대선이 시작되자마자 벌써부터 정치권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그 항로를 달리하려 한다. 대연정이니, 국민통합이니, 분권형 권력체계로의 개헌이니 하면서 마치 자신들만 이 초대된 잔치(:대선)인양 그 발언권을 남용하고 있다. 주인공인 마냥 거만을 떨고 있다. 

  촛불민심과 태극기민심의 통합, 차기 민주정부가 직면하게 될 의회에서의 여소야대 국면,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에 대한 정치적 요구에 응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 양 그럴싸한 명분으로의 치장을 위해 발악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수준이 이것밖에 안 되는 한심한 상황의 연출이다. 외면 받는 이유가 분명 있고, 정국수습 방안들 치고 너무나 좀스럽다. 자기들만의 희망적 사고로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정치적 수사를 남발하는 것은 기본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들이댄 잣대들을 자신들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참으로 희한한 집합체들이다.

  넌센스도 이런 넌센스가 없다. ‘I am King’이 되기 위해서라면 민심을 왜곡하는 것 정도는, 정국을 자기들 마음대로 규정하는 것 정도는 마치 식은 죽 먹기라도 되는 듯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대연정, 국민통합, 개헌 등 그 모두가 자신들이 the King이 되기 위한 명분일 뿐임을 국민 모두는 다 아는데도, 자신들만 모르는 청광맹이에 다름 아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청광맹이들도 이런 청광맹이들이 없다. 아니, 반듯한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도 자신들만의 정파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한 없이 작아지는 이들의 모습 속에서 작은 연민의 정마저 들게까지 한다. 
    
  그러나 (그 연민의 정에서 깨어나) 곰곰이 한번 생각해보자. 언제 촛불민심이 단 한 번만이라도 대연정, 국민통합, 개헌. 그런 내용으로 하는 적폐청산을 요구했던 적이 있었던가? 오직(only)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건설만이 유일하였고, ‘이게 나라냐?’는 질문(question)에 ‘반듯한 대한민국’건설로 대답(answer)되는 정치집단을 원했을 뿐이다.

  그런 만큼 그것 외에는 모두 정치권 스스로에 의해 가공된 허상민심들 뿐이라 할 수 있다. 백번 양보해 대연정과 국민통합, 개헌이 일부정당과 대선주자들의 필요에 의해 희망적 사고로 수용된 촛불민심이라 하더라도, 그리하여 적폐청산을 이뤄내기 위한 수단이자 결과로 대연정과 국민통합, 개헌이 동의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 시기와 정치적 의도가 참으로 잘못됐고 불순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이러한 주장을 하는) 정당과 대선주자들 모두는 자신이 the King이 되기 위한 정치적 술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 첫째는 정당과 대선 주자들의 시각이 정치는 정당에 기반 한 정당인과 국회의원들이 한다는 아주 잘못된 고정관념을 들 수 있다. 주창자들의 논리를 들어보면 다음 정부가 직면하게 될 여소야대는 법 통과가 쉽지 않는 상황을 초래하고, 그래서 야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게 될 텐데 그러려면 자유한국당까지 협조가 필요하니 대연정할 수밖에 없다, 뭐 대략 이런 논리인 것 같다.

  여기서 반론 하나, 정치가 법으로만 하나, 국회에서만 이뤄지나? 아니지 않는가? 정치의 주인이 누구더라? 바로 국민이지 않던가, 그렇다면 정치를 정당인과 국회의원, 법만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 더 정치다운 정치라 할 수 있다.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가? 반론 둘, 백번 양보해서 법, 여소야대 뭐 이런 것들로 인해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노정된다는 것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지금의 20대가 국회의원 비율로만 보자면 여소야대인데, 즉 야대임에도 불구하고 사드 성주배치를 못 막은 이유가 무엇인가? 또 지난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4대 개혁입법이 여대야소임에도 불구하고 통과시키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 물음들에 대해 어떻게 대답을 할 것인가? 반론 셋, 무엇보다 대연정은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정당정치의 기본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대연정의 시선이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 자신들에게로만 향해있는 한 그들은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 자신들만이 정치를 독점할 수 있고, 그래서 그 결정을 자신들만이 할 수 있다는 정치적 오만이 꼭 놀부심술과 같으니 이 버릇은 절대 고쳐지지 않는다. 그러니 광장민주주의가 확인한 정치의 최종적 주인이 국민에게 있음을 의도적으로 모른 체 해야 하고, 시선이 180석 이상의 국회의원으로 바라봐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열망들이 눈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것들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 더 가관인 것은  적폐청산의 대상인 세력과 연정이라니? 촛불민심 그 어디에도 적폐청산하기 위해 대연정 하란 요구가 없는데도 말이다.

  둘째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에 정치권은 다음과 같은 물음에 대답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국민들에 의해 국론이 언제 분열된 적이 있었던가?’결국 이 물음은 실제 국론분열이 있었다면 정치권의 무능과 정쟁이 그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하겠다. 이는 연원적으로 보더라도 지역감정이 정치권의 정략적 이해에 의해 조장되어 왔듯이 이번 박근혜 탄핵국면에서도 ‘촛불민심’과 ‘태극기민심’으로 양분하려는 것도 결국에는 보수언론과 정치권 스스로의 이해관계 때문임이 자명하다. 사실 문제가 통합 그 자체라기보다는 통합의 내용과 방식이라고 한다면 즉, 현대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갈등의 필연성과 다원주의라는 원리에 기초해 있다는 것을 상기해볼 때 그간 통합이 주로 기만적인 정치적 선전 구호로 동원되는 개념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지난 대선에서 이미 帤% 대한민국’이니 ‘국민대통합’이니 하는 아름다운 말을 외쳤던 후보가 대통령(박근혜)이 되었는데, 그 결과는 어떠한가? 더군다나 80%의 촛불민심과 20%의 태극기민심을 동일선상에 놓는 여론적 오류가 가당치나 하단 말인가?

  양보해 (누구 말마따나) 그들의 주장을 선의적으로 해석하여 촛불민심과 태극기민심으로 인한 국론분열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이를 극복해내어야 한다, 그래서 국민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뭐 이런 논리로 차기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는 포용 있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수용하더라도 이 또한 보수언론과 정치권, 일부 대선주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허상프레임들임을 알 수 있다.

  우선, 위에서 확인받듯이 80(촛불민심) 대 20(태극기민심)의 비율을 동격화 하는 오류가 나타나고 있어서 그렇다. 이유는 80의 민심과 20의 민심이라는 여론이 분명하게 형성되어 있는데, (절대다수의 여론이 존재하는데 이를) 어떻게 국론이 양분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양분된 것이 아니라 압도적 다수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적폐청산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으며, 백번 양보 하더라도 소수가 요구하는 그 비율이 광장에 참여하는 단순 숫자비교로 동일시하여 국론이 분열되었다고 치부할 수 있단 말인가? 더 디테일하게는 20% 태극기민심도 ‘신화’, ‘맹목’, ‘종교적 맹신’등과 같이 여론이라기보다는 ‘묻지마’박근혜 추종세력일 뿐임을 감안한다면 20의 민심에는 더더욱 낮은 %의 여론만 남겨질 것인데도 말이다.

  다음으로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모토 중에 하나가 帤% 대한민국’이었다. 과연 100% 대한민국이 되었는가? 그런 정치적 구호를 내세운다고 100% 대한민국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해서 100% 대한민국이 된다는 것은 절대다수가 요구하고 있는 그 적폐청산이 제대로 될 때 그러한 가능성-100% 대한민국이 더 향상되는 것이고, 정치인과 대선주자들은 그러한 능력을 실질적으로 발휘해내는 리더십이 더 중요한 것이고, 그리고 20% 태극기민심에서도 ‘묻지마’박근혜 추종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의 국민들이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대의와 국론통합에 동참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자신들의 정치적 몫일 것일 텐데, 이를 어찌 얼렁뚱땅 국민통합이라는 미명하게 면죄부를 받으려고 한단 말인가? 즉, 100% 대한민국을 외치는가, 안 외치는가가 본질적이지는 않다는 말이다.

  셋째는 개헌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의 허구성인데, 이유는 이렇다. 더민주당과 정의당을 제외한 정당들은 19대 대선이 치러지는 5월 9일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기로 합의했다는데, 이는 현실성도 없을 뿐더러 한심하다 못해 오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행위와 다름없다. 아무리 ‘대통령 문재인’이 싫어도 그렇지 차기 대통령을 뽑는 중차대한 기간에 헌법 개정 문제를 함께 논의해서 동시에 결정하자는 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그것도 다른 정치 사안이 아닌, 국가체제의 기본골격을 바꾸는 그 중대차한-보기에 따라서는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보다 더 중요할 수 있는 문제를 대통령 선거일에 ‘끼워 넣어’후다닥 해치우겠다?는 그 발상 자체가 가능하다는 정치인들의 뇌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개헌을 마치 𔃱+1’상품이라도 되듯 취급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발상이라서 그렇다. 나아가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정략적 이해에 따라 개헌을 입에 담는 정당과 정치인(국회의원)들의 밀실논의를 국민투표에 부쳐 개헌하자는 건 ‘주권재민’의 정신을 근본부터 짓밟는 폭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이 분명하다. 해서 묻는다. 국민들 중 누가 그들에게 그렇게 권력구조를 입맛대로 바꾸라고 위임했단 말인가?

  그렇게 위 3가지-대연정·국민통합·개헌에 대한 결론은 명확해졌다. 19대 대통령과 민주정부가 수렴해야 할 적폐청산은 촛불민심을 정치적으로 덧칠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고, 직역하자면 ‘이게 국가다’라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의 역사가 평균적으로 500년사를 지속시켜 왔다는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면, 대한민국 건국이후 ‘새로운’대한민국을 설계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과 똑같다.

  대한민국사에 있어 2017년 3월 10일 이전국가와 3월 10일 이후국가는 확연히 달려져야 하는 것이다. 조선건국 이후 조선이 태·정·태·세·문·단·세 ~로 이어지면서 세종 시기에 들어와 완전히 새로운 조선이 만들어졌듯이, 2017년 3월 10일 이후 대한민국은 이전과는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이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놓고 봤을 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의 대선국면을 ‘문재인 대 비문’, ‘호헌 대 개헌’, ‘소연정 대 대연정’, ‘통합 대 촛불’로 규정하는 정치권의 정략적 국면 이해는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적폐청산에 누가 더 적임자인가? 혹은, 반듯한 대한민국 건설에는 내가 더 적임자라는 포지티브(positive) 선거가 될 수 있게끔 해서로 경쟁해야 한다.
 
  그 이유가 무엇보다 본질적으로는 이번 19대 대선이 위에서 확인받듯이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민주정부가 구성되어야 하는 것이라면, 각 정당과 대선주자들은 대한민국 호를 침몰케 한 그 적폐가 무엇이고(원인진단), 그 진단에 따라 청산되어야 할 적폐들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방 등 사회전반에 걸쳐 이러이러한 것들이 있다(정책별 적폐내용 제시)고 분석해 내고, 그 토대 위에서 이러이러하게 그 적폐내용들을 해결해가겠다는 방법론(solution)이 제시되어 국민들로부터 동의 받는 선거가 되게 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촛불민의를 제대로 이해했다면 ‘내가 적폐청산의 적임자’론을 내세워 그 적폐들을 청산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 그리고 그려한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민주정부를 반드시 구성하겠다는 울림으로부터 국민들에게 지지와 성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어쨌든 이제 국가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리고 역사가 기록되는 것이라면 2017년 3월 10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 광장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로 기록될 것임은 분명하고, 동시에 5월 9일 이후 기록될 역사는 후불제 민주주의를 극복하고 민주공화국 국민으로서의 품격을 보여준 주권재민의 승리가 대한민국사의 한 페이지로 장식하게 될 운명의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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