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전 통일연구원 원장)

 

동북아 안보지형은 2017년 정유년에 들어오면서 더욱더 어두워지고 있고 안보·경제 불안과 불확실성으로 점철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여 한반도 미래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몹시 불안하다.

국제정치 현실주의(realism) 시각에서 현재의 동북아 안보체제에 새로운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한반도 주변 4대 강국(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의 국가이익 충돌로 그들의 국익을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한 패권(霸權)주의적 권력투쟁(struggle for power)이 전개되고 있으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으로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지형을 현실적으로 직시할 필요가 있다.

2017년 동북아 안보체제의 새로운 구조적 변화에 따라 현실적으로 한반도가 강대국간 힘의 정치(power politics) 속에서 한국정부가 희생물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어 한국정부가 보다 현명한 외교안보정책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미.중 간 새로운 갈등 구조

한반도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변수는 미.중 관계의 변화이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미 대통령은 경험이 많은 최고의 협상가이다. ‘미국의 국익이 먼저(America First)’란 구호를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된 그의 행동은 예측 불가능(unpredictable)이란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지난 8년 동안 미국의 외교정책을 추진해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기조와는 다른, 그와 차별화한 “힘을 통한 평화” 기치를 내걸고 보다 강력한 새로운 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확실하게 보인다.

미.중 안보관계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협상카드로 미국 정부의 '하나의 중국 정책(One China Policy)' 원칙 변화를 예고하기도 하고, 대만은 중국의 ‘핵심이익’이기 때문에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잘 이해하고 있는 미국이 대만을 협상카드로 “구상”하는 것은 미.중 관계를 심각한 갈등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음을 예고한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새 행정부에서 불거진 중국과의 ‘무역전쟁’ 선언, 사드 배치문제, 북핵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으로 인하여 미.중 간 갈등의 폭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과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그들의 최첨단 전략무기자산을 선 보이면서 무력시위도 벌이고 있다. 금년도 국방비 예산을 보면 미.중 간 군비경쟁이 현실화되고 있어 몹시 불안하다. 이러한 미.중 간 군비경쟁으로 미.중 대결구조는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북핵 문제 해결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에서 평화적 해결의 핵심변수는 미.중 간 협력과 공조이다. 미.중 협력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필요충분조건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만약 이들 간 대결구조가 심화되면 문제 해결은 어려워지고 더욱이 북핵 해법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 해법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믿고 중국의 강력한 대북압박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중국에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향후 미.중 간 대결이 심화되면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보다는 북.중 관계 복원에 노력할 것이다. 더욱이 중국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처음부터 반대해 왔는데 사드 배치가 현실화되자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조치가 노골적으로 전개되고 있어 한중관계는 루비콘강을 넘고 있어 동북아에서 변화하는 구조적 안보환경이 전쟁의 먹구름으로 덮어지고 있다.

안보 딜레마에 빠지게 된 한국 정부는 미.중 대결구조 속에서 국익을 도모하기 위해 합리적 외교 노선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로 미국일변도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어 안타깝다.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금년에도 예정대로 3월1일부터 역사상 최대 규모로 최첨단 전략자산을 총동원하여 실시 중에 있다. 이에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핵전쟁 연습”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불만을 품고 사드 배치가 무용지물임을 과시하기 위해 3월 6일 아침 탄도미사일 4발을 동시에 시험 발사해 성공하였다. 북한은 “한미간 핵전쟁 연습”에 대비하여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날 한.미 정부가 사드 조기배치를 위한 사드 체계의 일부 발사대 2기를 전격적으로 한국에 반입하여 더욱더 한반도에서 전쟁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미-중 사이 한국의 선택은?

현 동북아 안보체제는 미국과 중국이 지배하는 ‘G2 시대’라고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시카고 대학 존 미어샤이머 교수와 같은 현실주의 학자들은 중국의 부상에 따라 미.중이 경쟁시대에 돌입했고, 결국 대결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이러한 외교적 접근에 의하면 미.중 대결에서 결과적으로 대한민국은 동북아에서 세력균형정치의 지정학적 희생물이 될 우려가 있다.

반면 호주국립대 교수 휴 화이트와 같은 학자들은 미.중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보지 않으며 ‘힘의 공유(power sharing)’를 제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워 보인다. 두 학파의 논리는 모두 일리가 있다. 21세기 미.중은 경제적으로 상호의존관계를 모색하고 안보적 측면에서 현실주의 입장을 견지하지만, 공동안보와 경제협력이라는 조화를 이루는 미.중 간 평화공존체제가 대한민국의 국익 신장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통일비전을 포함하는 한반도 문제의 해결은 필요충분 조건인 미.중 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동북아체제의 구조적 특징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현재 동북아 안보체제의 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 어떤 외교전략을 추진해야 하는지 객관적 분석이 필요하다. 필자는 국방안보와 경제안보의 조화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대한민국의 국익을 최대한 증진하기 위해 대미, 대중 ‘균형 외교’를 추진함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왔다.

군사적으로는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단기적으로 한미동맹 관계를 공고히 하되 미.일의 대중 봉쇄전략에 참가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과는 경제적 상호의존 관계에서 경제안보와 이득을 창출해야 하는 입장이 우리의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래서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새로운 "균형외교(balanced diplomacy)"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한반도 사드 배치를 유보(moratorium)하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편 남과 북이 주축이 되어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복원을 위해 대북제재와 건설적인 남북대화를 병행 추진하는 지혜를 가지길 기대한다.

한반도는 동북아 중심에 위치하고 해양세력인 미국과 대륙세력인 중국 사이에 끼어 있다. 그러나 더는 강대국에 끌려 다니는 약소국가가 아니라 이제는 세계 11위 중견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역량을 발휘할 때이다. 한국은 미.중 G2 시대에 미국과 중국의 이익을 조화하면서 동북아 안보와 평화를 구축하는데 중견국가로서 가교(bridge)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국제적 고립에서 끌어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국제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능동적인 균형외교를 추진하길 기대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학사, 미국 클라크(Clark) 대학교 석사, 미국 클레어먼트(Clarement) 대학원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이스턴켄터키(Eastern Kentucky)대 국제정치학 교수;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통일연구원 원장 역임.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글로벌평화재단(Global Peace Foundation)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통일전략연구협의회(Los Angeles) 회장.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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