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처럼 들어온 사드 장비

한‧미 당국이 6일 밤, 사드 배치에 관한 여러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도둑처럼 사드 발사대를 포함한 일부 장비를 한국에 들여놓았다. 1∼2개월 안으로 모든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전개되어 이르면 올해 4월부터 사드가 작전운용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왜 지금 사드가 기습적으로 배치되는가? 한‧미 당국은 최근 북핵 미사일 위협의 강화를 내세우지만 설득력이 없다.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할 수 없다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2월 북한이 발사한 ‘북극성-2’ 미사일이 합참 추정대로 괌 등을 겨냥한 무수단 미사일이 맞다면 그것은 남한 공격용 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백보 양보하더라도 지금 들여온 사드 장비 일부로는 작전 운용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사드 장비 일부를 갑자기 들여놓은 것은 군사적 목적이라고 볼 수 없다.

지금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임박한 시기이다. 사드 배치 강행에 앞장섰던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당하기 직전이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사드 장비 일부를 막무가내 식으로 반입하는 것은 사드 배치를 굳히려는 ‘알박기’이고, 조기 대선 전에 작전운용에 들어가겠다는 것은 차기 정권에서도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 없게 하려는 ‘대못박기’라 할 수 있다. 매우 불순한 정략적 저의에 따라 사드 배치가 강행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으로서 진작 퇴진하거나 탄핵되었어야 할 황교안 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이 사드 배치 강행에 앞장서는 것은 사드 배치를 최악의 적폐 중 하나로 지목하고 철회를 요구한 1500만 촛불시민의 요구를 완전히 묵살한 것이자 다수 야당과 국회의 반대를 무시한 반민주적 폭거다.

미국이 혼란에 빠진 한국의 정세에서 친미사대주의세력이 앞장서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것은 불난 집에서 물건 훔쳐가는 것과도 같은 무도하고 치졸한 패권주의적 작태다. ‘동맹’의 어려움을 악용하여 자기 잇속을 챙기는 미국의 교활한 행태를 우리 국민은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강행되는 사드 배치는 원천무효

한미당국의 사드 배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분야에서 ‘막가파’ 식으로 강행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드 배치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강행되고 있다.

사드 배치는 한반도를 넘어서 동북아 안보지형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이다. 또한 우리 영토 일부를 미군에게 치외법권 지대로 내어줌으로써 영토주권 일부를 제약한다. 국방부가 국회의 동의를 피하기 위해 교환방식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1천억원 안팎에 이르는 롯데 성주 골프장을 미국에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것이므로 우리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기도 한다.

이처럼 중차대한 문제이므로 주한미군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면 한미 간에는 국가 간 법적 권리와 의무를 창설하는 ‘조약’이 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조약은 헌법 60조 1항이 규정하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한‧미 간에 합의된 문서라고는 소장급이 서명했다는 ‘한미 공동실무단 운용 결과보고서’와 이에 근거한 한‧미 공동의 보도자료뿐이다. 이것은 적법한 정부 대표(대통령, 외무장관, 또는 적법한 위임을 받은 자)의 서명과 국내법적 절차(법제처 심의-차관회의 의결-국무회의 의결-대통령 재가-국회 동의)를 갖춘 서면 형식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약이 아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이행행위로서 별도의 조약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루마니아나 폴란드의 경우 미국의 BMD체계를 배치하면서 나토조약과 나토소파, 개별 보충협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장관 또는 대사가 서명한 별도의 조약 또는 의정서를 체결하고 국회의 동의를 받았다.

한‧미 간에도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을 하면서 별도의 협정(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을 맺고 국회의 동의를 받은 바 있다. 따라서 모법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조약을 체결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처럼 주한미군 사드 배치사업은 우리의 안보와 주권과 재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법으로서 원천무효다.

미국에 백지수표 쥐어주는 사드 배치

국방부는 주한미군에게 제공할 사드 부지 면적이 얼마인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롯데 골프장에 철조망을 치고 사드 장비를 기습적으로 들여오며 4월에 사드를 작전 운용하겠다면서 이제까지 부지 면적조차 확정하지 못하여 미측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다. 국방부가 미측이 요구하는 만큼 부지를 제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 간의 부동산 계약도 이렇게 허투루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는 사드 배치가 얼마나 주먹구구로 강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사드 배치에 따른 운영유지비도 우리 국민 혈세인 방위비분담금으로 지급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미측이 방위비분담금을 사드부대 운영유지비로 쓸 경우 이를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우리가 부지와 기반시설만 제공할 것이라는 당초의 입장과 달라진 것이다. 국방부의 이런 사대적이고 굴욕적 태도는 주한미군이 부담할 것이라던 시설비마저 방위비분담금 군사건설비 이월액이나 불용액, 미집행액으로 충당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강행되는 사드 배치로 인해 우리가 미측에 백지수표를 쥐어주고 있는 꼴이다.

부지 교환,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도 꼼수와 불법

국방부가 롯데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것도 문제다. 사드 배치는 우리가 주한미군에게 군사기지를 제공하고 그 곳에 미국의 전략무기를 배치하는 것으로서 당연히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해당한다. 따라서 「국방·군사시설 사업에 관한 법률」과 「토지보상법」에 따라 토지를 수용하고 현금으로 보상해야 한다.

롯데 역시 「토지보상법」에 따른 현금 보상을 요구했으나 국방부는 롯데의 요구를 묵살하고 「국유재산법」에 근거한 교환 방식을 고집하여 이를 관철시켰다. 사유지를 이런 방식으로 미군에게 제공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현금 매입의 경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국회의 동의를 피하려는 편법이자 주민의 의견 개진 기회도 박탈한 꼼수다.

국방부는 부지 교환 계약 체결 직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에 따른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롯데 골프장에는 군사시설(위 법 제2조, “‘군사시설’이란 전투진지, 군사목적을 위한 장애물, 폭발물 관련 시설, 사격장, 훈련장, 군용전기통신설비, 그 밖에 군사목적에 직접 공용(供用)되는 시설”)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 지정 자체가 불법이다.

뿐만 아니라 국방부가 롯데 골프장을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국방군사시설법이 아니라 국유재산법에 따라 부지 계약을 추진했던 것과 내용적으로 모순된다. 국방부가 자기 필요에 따라 제멋대로 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도 요식행위로

한민구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당국자들은 사드 배치 일방 결정에 분노한 성주 주민 등에게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받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역시 국방부가 기만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드 배치 부지를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할 경우에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사업계획 자체의 적정성, 입지 타당성을 따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 국방부는 수행기간이 짧고 주민의견을 수렴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강행하고 있다. 부지 면적이 결정되지도 않았다면서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15만㎡로 발주한 것도 33만㎡ 이상의 경우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높다.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경우 거쳐야 하는 환경부와의 협의도 무시했다. 국방부는 법 절차를 무시하면서 주민의견 수렴을 회피하여 사드 배치를 신속히 강행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요식행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적폐 사드 막는 평화행동 절실

이처럼 한미당국의 사드 배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과 편법, 거짓과 꼼수로 점철되어 있다. 박근혜-최순실 정권의 최악의 적폐인 사드 배치가 박근혜 탄핵이 임박한 시점에 기정사실화되는 통탄할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지켜주기 위해 우리를 희생시키는 사드 배치에 분노하는 이들이 성주와 김천 주민들, 원불교와 손을 굳게 잡고 현장에서 온 몸으로 평화를 지키는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야권의 대선주자들과 야당들도 친미사대주의세력이 사드 배치 강행을 통해 보수세력 결집을 꾀하여 대선 대응을 포함하여 자기 살 길을 찾으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지금,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대전충청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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