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늘의 명령이 인간의 본성이다 天命之謂性 (공자)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머리 위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모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동양에서는 오랫동안 하늘(天)은 우주 만물의 근원이자 원리인 신(神)이었다. 

 따라서 사람들은 ‘하느님(天)’의 뜻에 따라 살려고 했다.

 인간 세상은 ‘하늘의 아들(天子)’이 통치했다.

 그러다 ‘하늘의 뜻(天命)’이 ‘인간의 본성(性)’으로 나타난다는 사상이 등장했다.

 신화시대가 끝나고 인문학의 시대가 열렸다.  

 이제 인간 세상의 주인은 인간이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은 믿음을 전제하고 있다.

 인류의 스승인 4대 성인, 예수,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본성’에 따라 일생을 사신 분들이다.

 ‘본성의 소리’에 따라 죽음도 불사한 분들이다.

 가장 멋있는 인간이 어떤 인간인지 온 몸으로 보여주신 분들이다.

  하지만 우리 보통 사람들은 성인이 아니다.

  보통 사람들이 ‘인간 세상의 주인(민주주의)’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본성을 깨쳐나가야 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성숙시켜 가면 루소가 말하는 ‘자신의 의지(개인의지)’가 ‘우리 모두의 의지(일반의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진정한 민주주의 세상을 열어가고 있다.

 광장에서 각 개인의 마음을 모아 ‘이 시대의 마음’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하늘을 보았다’고 하는 ‘망상’일 것이다.

 자신의 ‘망상’을 남에게도 강요하는 ‘독선’일 것이다.   
  
 우리는 항상 스스로의 마음을 살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먹구름/그걸 하늘로 알고/일생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지붕 덮은/쇠항아리/그걸 하늘로 알고/일생을 살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마음속 구름을 닦고/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을 보는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는 ‘망상’ ‘독선’에 빠진 사람들도 함께 품으며 ‘서럽게/아 엄숙한 세상을/서럽게/눈물 흘리며’ 살아가야 한다.

 광장에 두 개의 마음이 있는 것 같지만 실은 하나의 하늘 아래에 있다.

 우리의 깊은 마음에서는 하나로 만나고 있다.

 우리 모두의 마음에 ‘티 없이 맑은 영원의 하늘’이 자리 잡을 때까지 우리는 서로를 보듬으며 가야 한다.
 
  아직 우리 어느 누구도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하늘을 보았다’고 하지 말자!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