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

공주타령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조상들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힘 있는 자들이나 가진 자들에 대한 조롱을 통해 노여움을 표출해 왔다. 언뜻 보기에 자기 위안일 뿐인 것 같은 이러한 행위는, 노여움을 키워 나가는 방식이었고, 그것을 절제하여 한꺼번에 터뜨리는 슬기이기도 하였다. 병신년이 저무는 지금 아직도 우리가 조롱하고 노여워해야 할 권력이 구중궁궐 깊은 곳에 숨어서 나오지 않고 있다. 그 권력과 하수인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향해 꾸짖는 만백성을 능멸하고 우롱하고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제로 돌아갈 것을 은연중 꿈꾸고 있다. 이제 정유년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다시 조롱해야 한다. 분노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모아 모아서 마침내 거짓 권력을 끌어내고, 모든 쓰레기를 쓸어내야만 한다. 이 타령이 저 광장의 백만 촛불과 함께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연재를 시작한다. 연재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된다. (필자 주)

 

  공주가 기가 막혀

기가 막힌다는 말이 있것다
온몸을 돌아야 하는 기가 막힌다는 말로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어처구니없거나 어이없는 일일 때
억울하거나 화가 치솟을 때 쓰지
그런데 이 말이 참 묘한 거라
흥부가 기가 막히다고 하면
흥부가 기가 막힌 거인데
놀부가 기가 막히다고 하면
놀부놈이 사람들을 기막히게 하는 거라
기가 막히도록 억울하고 화난 사람에게나
기가 막히도록 화나게 만드는 년놈에게나
둘 다 쓸 수 있는 말인데
이를 일컬어 중의법이라고 하것다
이제 기가 막힌 야그를 한번 시작해 볼거나
무슨 야그냐 하면 공주가 기가 막히다는 건데
공주가 억울하고 화가 난 걸까
공주가 남들을 화나게 만드는 걸까
한 번 야그들 듣고 생각해 보더라고
공주 자기 나름대로 기가 막히기는 하겄지
왕위를 찬탈한 장수의 맏딸로 태어나
그 밑에서 공주로 궁궐에서 성장한 뒤
그 애비 후광으로 여왕까지 된 몸인데
갑자기 역적처럼 취급되면서
왕권도 정지되고 왕 자리도 빼앗길 판
거기에 자기네 붕당 인간들도 가세했다니
공주가 기가 막히지 않으면 누가 막힐까
허나 세상만사 보기 나름이라
어느 날 왕권을 찬탈한 무장이 있었는디
자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무지막지하게 고문하고
잡아 가두고 불구 만들고 죽여 버리고
그러다가 자기 딸보다 어린 여자 끼고 술 마시다
의금부 대장 칼에 맞아 죽었것다
그 딸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한답시고
왕이 되겠다고 나섰으니 그가 바로 공주라
무엇 때문인지 부왕 시절을 그리워하는 백성들도 있어
예전 임금의 딸이라고 공주 공주 하며
임금 자리에 앉으라고 지지를 하는 거라
물론 여러 가지 부정 선거도 없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아직도 공주를 기대하는 백성들 맘은
전혀 없지는 않았던 거라
그래서 말은 많았지만 왕위에 앉은 공주
시작부터 삐그덕 대면서 문제가 많더니만
결국 순살의 꼭두각시가 되었는지
순살과 짜고 친 것인지
아무튼 나라를 온통 다 들어먹으려 하다
마침내 왕권이 정지 된 것이니
그 꼴을 보는 백성들도 기가 막힌 거라
그런데 이것이 어느날 갑자기 터진 일이 아닌 것이
공주가 기가 막힌 일이 왕이 되고 계속 있었는데
그걸 슬슬 야그해 볼거나
어느 날 우리의 공주님 화가 잔뜩 나셔서
책상을 열 번이나 땅땅 두드리셨다는데
그리고는 어떤 나라에도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이라고
공주가 화가 날 사연이야
밤새 주구장창 11시간 39분보다 더 야그해도
다 못할 만큼 길기는 한데
그거 한 마디로 줄이면 간단해
시상이 공주 맘대로 안 되는 거라
시상의 중심은 공주고
뭐든지 공주 뜻대로 되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 기가 막힐 수밖에
공주가 임금 되기 직전에
공주만이 살 길이라고 댓글을 올린 처자
사실은 의금부 아전이었는데
반대 붕당에 들켜서 문 걸어 잠그고
오돌오돌 떨며 밤을 지샜던 거라
이걸 셀프 감금이라고 하는 거인데
이때 문 앞에 있던 놈들 다 잡아다
주리를 틀어야 하는데 법이 안 된다는 거지
부왕은 했던 일을 왜 난 못하는 거냐
결국 임금이 되기는 했으니 참아 넘겼는데
남쪽 바다에 배가 빠져 수백 명이 죽은 일에
공주 그 시간에 어디 갔냐고
이 놈 저 놈 떠들고
연애니 어쩌니 하는 말까지 하니
이 놈들 잡아다 족치고 싶은데 방법이 별로 없어
이래 가지고야 나라가 되겠느냐
임금인 공주를 일사불란하게 떠받들어도
오랑캐를 물리치는 게 될까 말까 한데
그때 순살이 말하기를
비정상적인 역사 교과서로 애들을 가르친 것이 문제이니
모든 역사 교과서를 없애 버리고
나라에서 역사 교과서를 만들자고 했것다
그 역사 교과서에 부왕을 영웅으로 기록하고
그 딸이 대를 이어 영웅이 된다고 암시하잔다
부왕이나 공주를 반대하는 것은 오랑캐를 추종하는 일
이런 생각을 어릴 때부터 심어 놓잔다
하긴 지금도 부왕을 떠받드는 어르신들
부왕이 만든 역사책으로 배워서 그렇다지
공주 그것 참 좋은 생각이라고 여겨
역사 교과서 나라에서 만들기를 추진했는데
역사를 공부했다는 학자들이 거의 다 반대라
역사를 공부한다는 유생들도 반대고
반대 붕당도 악을 쓰니 공주 또 기가 막힐 수밖에
더욱이 문제는 책을 쓰겠다고 선뜻 나서는 학자가 없으니
책 쓰는 이를 비공개로 하고
시전 상인에게 셈하는 법 가르치는 훈장까지 끼워 넣었것다
그것까지 들통이 나서 꼴사납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되는 일 하나 없는데
공주 아무리 생각해도 자기가 하는 일이
백성들 좋자고 한 일인데 알아주지를 않는지라
요즘 공주네 반대 붕당의 어떤 거물 유생 하나가
공주는 모든 일을 선의로 했는데
법을 안 지킨 것이 문제라고 했다는데
공주 나름대로는 선의로 했지
그 선의가 바로 부왕 시절로 돌아가는 것
모든 백성이 임금 말을 고분고분히 따르게 하는 것
물론 부왕처럼 비밀금고도 가득 채우면서 말이다.
부왕 시절로 돌아가지는 못해도
사실상 그렇게 되는 법을 만들어 보려고
아라비아의 테러쟁이들을 막는다는 구실로
테러 막는 법이라고 만들기로 했것다
이 법이 무슨 법인가 한 번 불러 보자
셀프 감금 때 문 앞에 있던 놈들 테러쟁이 만들기
7시간 동안 뭐했느냐고 묻는 년놈들 통화 엿듣기
나라에서 역사책 만들기 반대하는 댓글 바로바로 삭제하기
공주를 반대하는 년놈들 주고받는 돈 모두 알아내기
이런 년놈들 감시하는 의금부 직원 감추기
포졸들로 안 되면 군졸 불러 혼내 주기
좋구나 이 정도면 시상이 공주 뜻대로 돌아갈 듯도 한데
삼권 분립이라는 요상한 것이 있어서
법을 만드는 데는 따로 있다고 하더라
게다가 그 법을 통과시키려면
반대편 붕당과 합의를 하거나
아니면 비상사태라고 하면서 올려야 하는데
지금이 비상사태인가 묻는 이들이 많을 터인데
공주 마음대로 안 되는 시상이니 비상은 비상인 거라
아 글씨 반대편 붕당 놈들이 이 법 막겠다고
필리버스턴지 바스탄지 한다고 난리더라
밤새고 수다를 이어가서 법을 못 만들게 한다던데
승지에게 보고 받은 공주 너무나 열이 받아서
책상을 열 번이나 내리쳤것다
공주 왈 어떤 나라에도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이라나
그래서 공주가 기가 막혔다는 건데
사실 공주가 다른 나라를 많이 돌아다녔지
하지만 그때마다 무슨 옷 입을까 걱정했지
필리버스터인지 바스타인지야 알게 무언가
공주 말을 들은 유생 하나이 하는 말인즉
지가 그런다고 우리가 쫄 줄 알았냐 하면서
다른 나라에는 아주 많이 하는 필리버스터를
어떤 나라에도 없다는
기가 막힌 말씀을 하신다고 했는데
또 다른 유생 하나는
공주가 임금 되기 전 붕당 대표일 때
바로 이것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제 와서 기가 막힌다고 하면 되냐 하니
그 유생 말도 기가 막힌 말이라
공주가 괜히 닭이라 불리것는가
이래저래 공주의 재위 기간이 기가 막힌 시간이었는데
그래도 공주 그때만 해도
남쪽 바다에 배 빠진 일도
조금만 참으면 지 풀에 조용해지겄지 했는데
아 이것이 3년이나 끌더니
드디어 공주를 왕위에서 쫓겨나게 할 죄목이 되었구나
백성의 목숨을 지키지 못한 죄라나
백성이 임금 목숨을 지키지 못한 죄는 들었어도
임금이 백성 목숨 못 지킨 죄가 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니
공주 기가 턱턱 막힐 수밖에
나라에서 만든 역사 교과서도
결국 공주의 왕권이 정지되니
우물우물 휴지가 되어 버릴 판
예조 판서 꾀를 내어서
지금 책과 같이 쓰자고 했는데
그러겠다는 학교가 안 나오는 거라
공짜로 주니까 연구해 보라고 해도
그 많은 학교 중 단 한 곳만 하겠다고 했다나
그것마저 학생, 학부모가 목소리 높여 반대하고 있다지
드디어 마지막 기가 막힌 순간이 다가오고 있것다
공주의 퇴위를 결정짓는 재판에
공주가 나가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겠다고 했는데
신문을 하지 못한다는 조건을 공주 쪽에서 내세운 거라
재판관들이 말도 안 된다면서
신문은 법에 따라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그러자 나라 체면도 있지 임금이 신문을 받냐고
공주가 기가 막혀 했다는데
재판정에 나가서 신문도 안 받겠다니
만백성이 기가 막혀 할 밖에
언젠가 순살이 공주를 두고 한 말이 있다지
지가 지금도 공준지 아는 모양이지
그것도 사실 기가 막힌 소리였지
그런데 갑자기 퇴임이 되기 전에 먼저 물러나라는 말이 나왔다지
그것도 공주네 붕당 소속 유생들이 한 말이라는데
공주 그 말 듣고 기가 막혀 하는데
새끼 마법사가 은밀히 연락을 해와서
물러나는 게 아니고 그런 척 하는 거라나
물러난다고 발표를 하시고는
그래서 재판을 중단하고 끝내 버리면
그냥 뭉개고 앉아 계시다가
지금 당장 하겠다는 말은 아니었다고
발뺌하셔도 된다고 한두 번도 아니니까
아하 그거야말로 기가 막힌 소리이구나
공주 박수를 치며 오랜만에 껄껄 웃었구나
그런데 한 율사가 그 속내를 꿰뚫어 보고는
만백성들에게 절대 속지 말라고 했것다
그 소리 들은 백성들 기가 막혀 하고
공주와 그 일당들 역시 기가 막혀 하는데
이렇게 서로가 기가 막히고
기가 막히고 막히고 막히고 막히고 막히고
얼마나 막히던지 또 막히고 막히고 막히고 막히고
이 날부터 기가 막힌 사람들이 병원에 줄을 섰다는데
김서방도 막히고 갑순이도 막히고 개똥이도 막히고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은 다 기가 막혔다는 야근데
이렇게 되면 공주의 기가 막힌 거인가
공주가 백성들 기가 막히게 한 거인가
아무튼 둘 다 공주가 기가 막혀 라고 말하는 거인데
기가 막히면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 거인지
아주 먼 나라의 아주 오래 된 이야기
믿거나 말거나.

필자 소개

정해랑은 여의도 고등학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노동정책연구소 정책실장, 경희총민주동문회 회장, 이수병선생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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