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22일, ‘김정남(여권명 김철) 피살사건’ 관련 말레이시아 경찰의 “표적 수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조선법률가위원회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말레이시아경찰이 진행한 수사정형을 범죄수사학적 견지와 법률적 견지에서 보면 모든 것이 허점과 모순투성이들뿐”이라고 힐난했다. 지난 19일과 22일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정면으로 치받은 것이다. 

‘담화’는 “우선 초기 심장쇼크에 의한 사망이라고 결론했던 것을 아무런 단서도 없이 무작정 ‘독살’이라고 고집한 것”을 문제 삼았다. 

“심장쇼크라고 결론한 것이 말레이시아병원측이고 ‘독살’이라는 여론을 퍼뜨린 것이 남조선언론”이고, “말레이시아경찰측이 기자회견에서 사망원인에 대해 확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독성검사결과를 기다린다고 모순되는 소리를 한 것” 등을 거론하면서 “그들이 처음부터 사망원인을 ‘독살’로 고착시켜 놓고 있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담화’는 시신인도문제를 둘러싼 “말레이시아 측의 비우호적 태도”도 지적했다. 

“심장쇼크에 의한 사망으로 결론된 것만큼 부검을 할 필요가 없으며 더우기 사망자가 외교여권소지자로서 비엔나협약에 따라 치외법권대상이므로 절대로 부검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밝히었”으나 “말레이시아측은 우리의 정당한 요구와 국제법을 무시하고 우리와의 그 어떤 합의나 입회도 없이 시신부검을 강행하였을 뿐아니라 부검결과도 발표하지 않고 2차 부검까지 진행하겠다고 떠들어댔다”는 것이다. 

이어 “비법적이고 비도덕적인 방법으로 시신부검과 법의학감정을 하였으면 응당 우리에게 시신을 돌려주어야 하겠으나 말레이시아법에 따라 사망자의 가족측에서 DNA견본을 제출하기 전에는 시신을 넘겨줄수 없다는 터무니없는 구실을 붙이면서 아직까지 시신을 넘겨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말레이시아측이 국제법과 인륜도덕은 안중에도 없이 시신이관문제를 정치화하여 그 어떤 불순한 목적을 이루어보려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담화’는 “사건초기 살인용의자를 체포하였다고 요란스럽게 떠들어댔지만 그 이후 그에 대해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과 “더욱 어이없는 것은 살인용의자들이 진술했다고 하는 ‘손바닥에 짜주는 기름같은 액체를 머리에 발라주었기’때문에 사망자가 독살당했다는 것인데 손에 바른 여성은 살고 그것을 발리운 사람은 죽는 그런 독약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했다.

‘담화’는 “가장 엄중한 것은 말레이시아경찰이 이번 사건을 ‘공화국공민들의 배후조종’설에 의한 것으로 오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17일 말레이시아경찰은 현지 우리 대사관에 알리지도 않고 말레이시아에서 일하고있는 우리 공민 (주-리정철)의 살림집에 불의에 들이닥쳐 무작정 그를 체포하면서 그의 가족들까지 구타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19일 말레이시아경찰청 부총감이 수사결과라는 것을 발표하면서 사건당일인 13일 북조선사람들이 말레이시아를 떠나 주변나라들에 갔기 때문에 모두 범죄혐의자들이라고 하였는데 사건당일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한 다른 나라 사람들은 혐의를 받지 않고 왜 우리 공민들만 혐의대상으로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점들”을 들어, ‘담화’는 “말레이시아경찰이 객관성과 공정성이 없이 그 누구의 조종에 따라 수사방향을 정하면서 의도적으로 사건혐의를 우리에게 넘겨씌우려 한다”면서 “표적수사”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말레이시아보건상이 발표한다고 하는 시신부검결과를 과연 믿을 수 있겠는가”면서 “우리는 이미 이번 사건의 정확한 해명을 위한 공동수사를 제기하고 우리 법률가대표단을 파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담화’는 한국 정부를 향해서도 화살을 날렸다. 지난 17일 밤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가 주장한 ‘말레이시아-한국 결탁설’을 다시금 꺼내든 것이다.

지난 15일과 20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김정남 피살사건’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19일에는 통일부가 ‘북한 소행설’을 발표하는 등 “명백히 남조선당국이 이번 사건을 이미 전부터 예견하고 있었으며 그 대본까지 미리 짜놓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이러한 음모책동의 목적이 우리 공화국의 영상에 먹칠을 하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는 박근혜 역도의 숨통을 열어주며 국제사회의 이목을 딴 데로 돌려보려는데 있다는 것은 불을 보듯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벌써부터 미국은 사건수사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우리 나라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재지정해야 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남조선당국과 맞장구를 치고 있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편, ‘김정남 피살사건’ 관련해 말레이시아 경찰은 22일 베트남 여성과 인도네시아 여성, 인도네시아 여성의 남자친구, 북한국적자 리정철 등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고 확인했다. 추가 용의자로 지목한 북한 국적자 5명 중 4명은 북한으로 돌아갔고 1명(리지우)은 말레이시아에 있다고 발표했다. 또, 북한대사관 2등서기관 현광성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고 밝혔다. ‘북한 배후설’을 강하게 뒷받침하는 정황들이나, 아직 북한이 배후라고 명시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또한 사망자를 여권명인 ‘김철’로 호칭했으며, 사인도 여전히 특정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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