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김정남 피살사건' 배후로 북한을 거듭 지목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캡처-e브리핑]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씨 피살사건 배후로 정부가 북한 정권을 지목하고 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이유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밝힐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여러 가지 정황과 정보가 있지만 제가 말씀을 드릴 수 없고,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구체적으로 말씀을 나중에 드릴 것"이라며 "어쨌든 나중에 사건이 전모가 밝혀질 것"이라고만 밝혔다.

말레이시아 경찰 측이 지난 19일 중간발표 형식의 브리핑에서 피살사건 남성 용의자 4명이 북한 국적자이고, 체포된 리정철 씨가 북한 여권 소지자라고만 발표하고, 구체적으로 북한을 지목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그럼에도 정 대변인은 "말레이시아 정부와의 협조관계가 있기 때문에 저희가 말씀드릴 수 없다"면서 말레이시아 정부도 이번 사건 배후를 북한 정권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

정작 용의자가 북한 국적자라는 것 외에 북한 정권이 사건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정부는 이번 사건을 '북한 배후'로 몰아가는 분위기인 것. 이는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퇴출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피살사건' 용의자로 북한 국적자 4명을 찾고 있다. [사진출처-말레이시아 경찰 공식 페이스북]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하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 정권이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북한 정권의 무모함과 잔학성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응분의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모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19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남 피살 사건과 피살 방식 이런 것은 말레이시아와 북한과의 관계 차원을 넘어서 인권적인 측면, 주권침해 요소, 국제사회에서의 범죄 자행자들에 대한 책임성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공론화하는 자연스러운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번 사건을 북한의 민간인에 대한 테러로 규정하고, 유엔 등을 동원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게 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를 반영하듯 정 대변인은 2001년 유엔 안보리결의 1373호를 거론했다. 1373호는 "민간인을 상대로 하여 사망 혹은 중상을 입히거나 인질로 잡는 등의 위해를 가하여 대중 혹은 어떤 집단의 사람 혹은 어떤 특정한 사람의 공포를 야기함으로써 어떤 사람, 대중, 정부, 국제 조직 등으로 하여금 특정 행위를 강요하거나 혹은 하지 못하도록 막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범죄행위"라고 테러를 규정하고 있다.

정 대변인은 "기본적으로는 정치적 반대자들을 경찰이나 비밀요원, 또는 군대를 동원해서 납치한다든지 암살한다든지 하는 이런 행위들, 그리고 재판 없이 수감을 한다든지 또는 집단 학살한다든지 이런 것들이 다 테러행위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여전히 수사 중임에도, 정부는 이번 사건을 다음달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등으로 끌고가 북한을 비난하는데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북한 인권침해와 관련한 북한 정권의 책임성 문제 측면에서 새로운 조명이 이뤄질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더 관심을 갖고 (북한 문제를) 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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