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준/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 지난 3일, 방한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민구 국방장관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사진출처-미 국방부]

‘사드 연내 배치’는 사실상 새로운 것이 아니다. 지난 해 7월 8일 사드 배치 사실을 공개하면서 국방부는 “늦어도 2017년 말로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한달 앞선 시기인 6월 3일에는 일본의 한 매체가 미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여 “한미 양국이 2017년에 사드를 한국 남부 대구에 배치하는 방침을 합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새정부 출범 전’(중앙일보) 혹은 ‘7~9월’(조선일보) 배치 보도는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추측성 기사일 뿐이다. 사드를 조속히 배치하고 싶은 한국 정부와 일부 언론의 희망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희망사항’이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마치 한미 국방장관 사이의 ‘합의 사항’으로 둔갑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매티스의 방한은 ‘북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트럼프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고자 하는 대북 정책에 대한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의사를 타진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매티스, “듣기 위해 왔다”
 
매티스는 그가 타고 온 전용 비행기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자신의 한국과 일본 방한의 목적을 분명히 밝혔다. 매티스는 “한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 미국이 직면해 있는 최근의 북핵 국면 때문에 이곳에 왔다”면서 “내가 (이번 방문에서) 기울이려는 노력은 한미일 삼국이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조건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조건’이 무엇인지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모두 발언 말미에서 “듣기 위해 온 것”(to come out to listen)이라고 반복함으로써 최근 북핵 국면에 대한 의견 청취 및 조율에 방한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자는 북한의 ICBM 발사 경고에 대한 견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억제할 전략, 사드 배치 여부, 북한의 ICBM 발사가 임박했는지 여부를 물었다(북한의 ICBM 발사 임박 여부에 대한 매티스의 답변은 펜타곤 홈페이지에는 생략되어 있다).

매티스는 ICBM 발사 경고에 대해서 “북한은 종종 그런 도발적인 행위를 해왔다”면서 “한일 지도자들은 북한의 위협을 그들에게 실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appreciation)를 알고 싶다”고 답변한다.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억제할 전략에 대해서 매티스는 “전략은 주고받는 게임이다. 나는 그들(한일 당국자들)로부터 그런 전략에 대한 견해도 들어야 한다(I have to see their view of it.)"고 답변한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 매티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을 반복한다. “사드는 방어체계이며, 미동맹국의 국민과 미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이었다. “북한의 도발적 행위가 없다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부연설명도 덧붙인다.
 
펜타곤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는, 둠스데이에서 나온 매티스의 답변 내용을 보면, 매티스의 방한이 ‘사드 배치 압박’보다는 ‘북한 전략 수립을 위한 동맹국의 의견 청취’가 이번 한일 방문의 우선적 목표 혹은 임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티스의 아시아 방문의 주된 목적은 동맹국들과 함께 북핵 상황에 대해 협의하는 것”이라는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부시 정부 시절)의 발언을 소개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의 2일자 기사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대북 강경책 주문하는 한국 정부
 
매티스 방한 시기 한국 언론을 지배했던 관련 기사는 ‘사드 조기 배치’와 ‘미국의 전략무기 한반도 투입’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사는 모두 한국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펜타곤 홈페이지의 매티스 방한 동향 브리핑에도, ‘성조지’에도 혹은 미국의 언론에도 그 같은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뉴욕 타임스는 2월 3일 기사에서 “매티스는 사드 배치 시기에 대해서는 특정하지 않았다”고까지 보도했다.
 
물론 매티스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은 확고했다. 방한 이틀 동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및 국무총리,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윤병세 외교부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연이어 만나면서 매티스는 “미국이나 우리의 동맹국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라도 격퇴될 것”이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의 사용은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떠한 공격에도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은 곧 ‘굳건한 한미동맹’을 의미한다. 매티스는 ‘ironclad’라는 단어까지 사용해가면서 ‘강철 같은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다. ‘ironclad'는 매티스 방한 며칠 전에 있었던 트럼프-황교안 전화 통화에서 트럼프가 강조했던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매티스의 언급이 곧 ‘사드 조기 배치’ 그것도 대선 전 사드 배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북한에 대한 ‘효과적이고 압도적인 대응’이 곧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투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드 조기 배치와 전략무기의 한반도 투입은 한국 정부가 강력하게 희망하는 것이었다. 한국 정부가 지난 해 1월 북한의 핵시험 이후 적극적인 사드 배치를 추진해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국방부가 아니라 청와대가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던 것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전략 무기의 한국 배치 역시 한국 정부가 갈망해왔다. 매티스 방한 직전 이순진 합참의장은 미 합참의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전략무기의 한국 전개를 요쳥한 바 있다. 이번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한국 측이 미국에 전략무기 배치를 요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펜타곤과 미국 언론에서 전략무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반해 한국 언론은 “한미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이어 미국 전략무기의 한반도 상시 배치 문제를 협의하는 것도 김정은의 목을 더욱 죄자는 취지”(연합뉴스, 2월 5일)라며 마치 전략무기 배치 문제를 한미 간에 협의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다. 한국의 ‘요청’과 한미 ‘협의’는 엄연히 다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티스 방한에 대한 펜타곤의 브리핑과 미국 언론 기사에는 ‘전략무기 배치 협의’에 대한 보도는 없다. ‘한국의 요청’은 있었을지언정 ‘한미 협의’는 없었다.

한국 정부가 ‘사드 조기 배치’, ‘전략무기 배치’를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적대 정책을 강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이며, 대북 강경 정책을 채택할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은 한국 정부의 이 같은 요청에 화답하지 않은 것일까? 매티스 국방장관이 한국 정부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방한했다는 데서 그 질문의 답은 발견된다. 현재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을 재검토 중에 있다. 강경한 대북 정책을 주문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트럼프는 현재 대북정책 수립 중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과는 다르게 트럼프 정부는 대북 정책 재검토에 속도감을 내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티스의 한국과 일본 방문의 목적은 대북 정책 재검토 수립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한국과 일본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우선 트럼프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매티스 방한을 다룬 ‘성조지’의 2월 1일자 기사를 보자. ‘성조지’는 해외주둔 미군의 소식을 취급하는, 미 국방부 소속의 매체이다. 이 기사에서 성조지는 별도의 인용 없이 “평양은 지난 해 두 차례의 핵 시험과 잠수함 발사 미사일의 성공을 포함하여 24차례의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을 통해 명확한 기술적 진보(clear progress last)를 보였다”고 평가한다. ‘실패’로만 단정해왔던 한국 측의 평가와는 사뭇 다르다. 별도의 인용 없이 ‘명확한 기술적 진보’를 언급했다는 것은 ‘성조지’, 더 나아가 펜타곤이 의문의 여지없이 이 같은 평가를 수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의도적 축소도 아닌, 의도적 과장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북핵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미국 정부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이 같은 평가가 수용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미 의회에서 나오는 ‘격앙된 분위기’는 충분히 예상되는 것이었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이 발사대에 있는 북한의 ICBM을 선제공격할 준비를 해야 하는가”라며 선제공격을 주분했다. 청문회에서는 선제공격 발언 외에도 ‘북한 미사일 격추’, ‘정권 교체’, ‘김정은 암살’ 등 다양한 군사적 옵션이 거론되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평가는 트럼프의 속도감 있는 대북 정책 재검토로 이어졌다. 매티스가 방한했던 2월 2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주목할 만한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안보 도전으로 평양으로부터 발생하는 점증하는 핵위협에 대처해야 한다는 오바마 정부의 조언을 반영하여, 트럼프 정부가 대북정책 재검토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또한 이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에 대한 상세한 정보 보고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소개했다. 1월 1일 로이터 통신이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직후 오바마 정부로부터 북핵 프로그램에 대한 ‘특별 기밀 브리핑’을 받았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번에 받은 ‘정보 보고’는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의 북한 관련 정보 보고, 대북 정책 재검토의 착수 그리고 매티스의 한일 방문은 하나의 패키지라 할 수 있다. 이로써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정책 재검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미 의회에서 등장한 강경한 대북 정책 제안 역시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재검토 과정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그 방향성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취임 전부터 오마바 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트럼프의 대북 정책 방향은 오바마의 대북정책에서 탈피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한마디로 말해 ‘시간 끌기 전략’ 즉 ‘북핵 회피 전략’이었다.

다시 한번 매티스의 전용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보자. 매티스는 기자들에게 “나는 한일 양국의 지도자들과 함께 개입하기(to engage with their political leaders)를 희망하며, 북한 상황에 대한 그들의 견해를 알수 있기(to get an understanding of their view of the situation)를 바란다”고 밝혔다. ‘북한 개입’(engagement)은 ‘북한 회피’의 반대어이다. 이미 매티스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이 ‘북한 개입’이라는 큰 틀에서 모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개입’에는 두 개의 경로가 존재한다. 보다 강경한 대북 정책, 즉 군사적 옵션을 우선시하는 경로이다. 다른 하나는 대북 협상 경로이다.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기로에 선 한반도의 3월: 대충돌인가 대전환인가
 
문제는 두 개의 경로 모두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은 북한의 보복공격을 촉발한다. 북핵을 제거하기 위한 군사행동이 아시아에서의 대규모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과의 협상은 과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인가, ‘동결 대 동결’ 협상은 미국 여론과 한일 양 정부의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가 하는 외교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1월 12일 매티스는 미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대북 선제타격 옵션을 배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1월 18일 미 국방부는 F-35B 스텔스 전투기 10대를 일본에 배치했다.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나오는 다양한 군사적 옵션 주장도 그 연장선에 있음을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다.

한편, 북한은 이미 1월 1일 신년사에서 ‘ICBM 시험발사’가 임박했음을 시사한 바 있고, 최근엔 인공위성 발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3월에 전개될 예정인 한미연합군사연습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2월 1일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우리의 코앞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핵전쟁 연습이 그 어떤 상상할 수 없는 파국적 결과로 이어지겠는가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경로를 선택한다면 한반도는 강 대 강 충돌이 불가피하다. 매티스 방한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태도는 바로 이 군사적 경로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바람과는 다르게, 트럼프의 대북 개입 전략은 대북 협상 경로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다시 한번, 전용기에서 나온 매티스의 발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북핵 협상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매티스는 ‘주고 받는 게임’을 언급하면서 ‘대북 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발언을 했다. ‘주고 받는 게임’은 대북 협상을 의미한다. ‘주고 받는 게임’에 대한 한일 양국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본인의 임무(‘have to see’에 주목하자)라는 대목은, 대북 협상에 대한 한일 정부의 의견 청취 역시 자신의 임무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성조지 역시 2월 3일 기사에서 “매티스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제거하거나 삭감하기 위한 미국의 최근 전략이 적절한지를 한미 관리들과 협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거’(eliminate)는 군사적 옵션을 시사하고, ‘삭감’(curtail)은 ‘동결을 위한 협상’을 시사한다.

해외 언론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하다. 영국의 BBC 방송은 매티스 방한을 다룬 2월 2일자 기사에서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획득하고 그 다음에 동결이라는 거래가 추진된다면, 트럼프는 그 제안을 살 것인가”라며 ‘동결에 기초한 북미 협상’의 가능성을 물었다. 여기서 ‘동결’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발사의 동결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옵션만이 아니라 외교적 옵션도 동시에 고려하고 있다는 단서는 이렇듯 곳곳에서 발견된다. 특히 그 외교적 옵션은 과거의 비핵화 협상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동결 대 동결’이라는 새로운 협상일 것이라는 조짐도 보인다.

이 같은 협상이 추진되고 성공한다면 한반도 문제 해결은 새로운 대전환을 맞게 된다. 북미 적대관계의 청산과 한반도 평화협정이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결국 매티스의 방문은 군사적 충돌이라는 대충돌을 선택할 것인가, 대북 협상이라는 대전환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서 동북아시아의 두 동맹국의 의사를 타진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확인된다. 그리고 그 갈림길은 2017년 3월의 한미연합군사연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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