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대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의 사드 한국 배치 문제에 관한 연속 기고, 마지막 회를 싣는다. 특히 이번 다섯 번째 기고문은 네 번째 기고문에 이어지는 글임을 밝혀 둔다. /편집자 주


<연속기고④> 가장 대미 종속적인 한미 통합 BMD 체계

<연속기고③> 미국의 사드 한국 배치의 군사전략적 배경과 의도

<연속기고②> 사드 배치는 '한국의 미국 MD 참여'다

<연속기고①>사드로 북한 핵미사일 막을 수 없다

 

대통령 탄핵으로까지 이어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극도로 혼미한 가운데서도 박근혜 정권의 미일 잇속 챙겨주기는 계속되고 있다.

탄핵 직후 국방부는 “내년(2017년) 5월 이전에 (사드) 배치를 완료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황교안 권한 대행 체제 하에서 사실상 사드 배치를 끝내겠다는 뜻이자 지난해 11월 초,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이 “8∼10개월 안으로 사드 포대의 한국 전개가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는 입장 표명에 적극 화답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박근혜 정권은 마치 군사작전 하듯이 속전속결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라는 뜻밖의(?) 연말 선물을 아베 정권에게 안겼다.

사드 한국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국내 지지 기반을 상실한 현 정권이 미일의 지지를 확보해 이를 보수수구세력의 재집결과 재집권으로 이어가려는 술책중 하나다. 그러나 사드 한국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로 구축될 한미일 BMD(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와 동북아 지역 동맹은 한국이 자신의 전략적 이해에 반해서 중국과의 군사적 대결을 강요받고, 한국의 대일 군사적 종속을 불러오며, 자위대의 남북한 재침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한반도와 동북아는 만성적인 군비경쟁과 전쟁 위기로 평화가 들어설 여지가 전면 봉쇄되고, 남북통일에는 지금보다 더 높은 철책이 가로놓이게 된다. 박근혜 정권이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2. 한국의 대일 군사적 종속과 자위대의 한반도 재침략을 불러올 한‧미‧일 통합 BMD(탄도미사일방어) 체계 및 군사동맹 구축과 동북아 지역 집단방위

한반도 전구를 뛰어넘는 지역적, 지구적(전략적) 차원의 탄도미사일 공격과 방어의 본성적 성격을 이용해 미‧일이 한국에 한‧미‧일 BMD 체계와 군사동맹 구축, 지역 집단방위 참여를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을 축으로 한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은 한미일 군사동맹과 동북아 지역의 집단방위를 견인하게 됨에 따라 이 과정에서 한국이 일본에 군사적으로 종속되고 일본이 한반도를 재침략할 가능성이 커진다.

1)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에 따른 한국의 대일 군사적 종속 가능성

(1) 한‧미‧일 통합 BMD 체계 및 군사동맹 구축과 동북아 지역 집단방위

나토는 리스본 정상회담(2010)에서 나토 통합 BMD 체계를 “(나토 회원국들의) 집단방위의 핵심 임무로 추진”해 나가기로 결정하였다. 즉 나토 통합 BMD 체계가 나토 집단방위의 한 축을 형성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태 지역은 유럽과 달리 나토와 같은 다자 군사동맹체가 결성되어 있지 않으며, 따라서 다자 집단방위를 행사할 수 없다. 아태 지역의 역사적 경험과 지정학적 조건이 미국이 주도하는 다자 군사동맹체의 결성을 가로막아 왔기 때문이다.

한‧미‧일 3자의 동북아 지역 군사동맹이 결성되기 어려운 것도 일제 식민지 지배를 경험한 한국민이 자위대의 재침략을 가져올 수도 있는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오바마 정권은 “BMD에 초점을 맞춘 (한‧미‧일) 안보협력의 확대 강화는 일본의 군사적 의도(침략)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우려를 둔화시키는 긍정적 효과”(CRS,「BMD in the Asia-Pacific region」, 17쪽, 2013. 6)가 있다는 계산 하에 “통합 BMD 체계를 보다 제도화된 (동북아) 지역 집단방위의 견인차”(CRS,「BMD in the Asia-Pacific」, 20쪽, 2015. 4)로 삼아 왔다.

즉 미국은 대북 탄도미사일 방어를 명분으로 한‧미‧일 통합 BMD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한‧미‧일 간 동북아 지역 군사동맹체를 결성하려는 수순을 밟아 왔으며, 이제 그 성사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은 한‧미‧일을 주축으로 한 동북아 지역 군사동맹의 결성과 지역 집단방위를 미리 상정하고 있다.

집단방위란 “우적 개념에 입각해… 적이 미리 정해진 상태에서… 블록(군사동맹)의 회원을 보호”(국방대학교, 『안보용어해설집』, 2001)하기 위한 집단적 무력행사의 한 형태를 말한다. 이 무력행사에는 선제공격도 포함된다. 나토 등 군사동맹은 바로 이 집단방위에 의거해 적국에 대한 무력을 행사한다.

그런데 동맹은 집단방위를 행사하면서 그 국제법적 근거로 집단자위권(유엔헌장 51조)을 내세운다. 그러나 집단자위권은 유엔 집단안보의 일환으로 “무력공격을 금지”, 곧 “침략행위를 저지”(『안보용어해설집』)하기 위해서만 행사되어야 하므로 타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자국에 명백한 위협으로 되는 경우로 엄격히 한정해 행사되어야 하며, 선제공격을 포함할 수 없다. 이에 집단자위권은 집단방위와 질적으로 구별되며, 집단방위 행사의 법적 근거가 될 수 없다.

만약 집단자위권을 집단방위와 동일시하면 “상호방위조약만 체결하면 집단적 자위권을 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엔헌장에 예정하였던 집단적 안보체제가 근본적으로 전복”되고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침략을 정당화할 수 있는 구실을 제공”(이병조․이종범,『국제법 신강』, 892~893쪽, 2007)함으로써 동맹의 불법적 무력행사에 면죄부를 주게 된다. 미․소가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타국을 침략해 왔던 사례들이 이를 잘 입증해 준다.

그렇다면 아베 정권이 해석 개헌을 통해 행사하려고 하는 일본의 집단자위권도 미‧일동맹이나 한‧미‧일 동맹을 주체로 하는 지역 집단방위를 행사하기 위한 구실과 명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한‧미연합군의 대북 선제공격론이나 미‧일연합군의 대북 선제공격론(일본의 소위 적기지 공격론)이 공공연히 오르내리고, 심지어 한‧미‧일 연합군에 의한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것도 집단방위가 지닌 이러한 불법적‧공세적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한국이 미일 주도의 동북아 BMD 체계와 군사동맹(집단방위)에 참여하는 문제는 역대 정권의 뜨거운 감자였다.

노무현 정권은 부시 정권의 압력으로 인해 한국형 BMD(KAMD) 구축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2006. 1)했지만, 주한미군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는 것만큼은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한국이 동북아 BMD와 지역 동맹에 가담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이명박 정권은 ‘한미 공동 비전’(2009. 5)을 채택하여 한‧미동맹이 지역동맹으로 확장할 수 있는 빗장을 열었으나 KAMD의 하층방어 틀을 유지하고 미국의 사드 레이더 백령도 배치 요구를 거절했으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막판에 포기함으로써 한미일 BMD 체계 및 동맹 구축의 선을 넘지는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사드 배치 허용,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한국군과 주한미군의 탄도탄작전통제소(TMO-Cell) 연동 등을 통해 끝내 한‧미‧일 통합 BMD 체계와 동맹 구축의 길로 들어섰다.

이제 박근혜 정권이 한일상호물품용역제공협정(ACSA)을 체결하고 이명박 정권에서도 모색된 바 있는 한‧일 혹은 한‧미‧일 안보선언을 채택하면 그동안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한국 방위로 임무와 역할을 국한해 왔던 한‧미동맹은 한‧미‧일동맹의 한 축이 되어 지역 임무와 역할도 함께 수행하는 지역동맹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한‧미‧일 군사동맹과 집단방위는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사실은 지역의 가장 큰 위협(?)인 중국을 잠재적인 적으로 삼게 되며, 따라서 전․평시 군사활동과 작전의 중심을 대중 견제와 압박에 두게 된다. 나토가 이란의 위협을 명분삼아 러시아를 잠재적인 적으로 삼는 것과 같다.

한‧미‧일 집단방위는 1차적으로 한반도 유사시 미 증원군에 대한 중국군의 개입을 억제하고 북한군의 공격을 무력화하기 위해 발동될 수 있다. 이를 명분으로 자위대가 남한에 들어오거나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

아울러 양안 분쟁이나 동중국해 센카쿠(다오위다오) 열도 분쟁에 주한미군이, 그 뒤를 따라 한국군이 개입할 수도 있다. 동북아 지역에 대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행사가 전면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국은 한‧미‧일 집단방위에 엮여 자신의 국가적 이해에 반해 중국과 군사적으로 적대하고, 미‧중-중‧일 대결의 전초기지로, 첨병으로 전락하며, 자위대의 남북한 침입을 자초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한‧미‧일 통합 BMD 체계의 운용에 적용하면 이 체계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전력과는 비할 바 없이 미일에 위협으로 되는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임무를 중심에 두게 된다. 따라서 한‧미‧일 통합 BMD 체계가 구축되면 한국 BMD 체계도 중국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는, 곧 중국의 탄도미사일이 주로 겨냥할 일본과 미본토를 방어하는 임무를 띠게 된다.

이때 한‧미 통합 BMD 지휘체계는 한국 BMD 체계가 지역/전략 BMD 임무에 보다 충실히 복무하도록 보장해 주는 매개고리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한국이 미‧일을 겨냥한 북‧중 탄도미사일을 탐지, 요격하고 그 대가로 중국의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이다.

(2) 사드 한국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은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을 위한 징검다리

한‧미‧일 통합 BMD 체계의 구축은 사드 한국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한‧일 BMD 지휘체계의 연동 등을 통해 현실화된다.

한국 배치 사드 레이더는 한‧미 통합 BMD 지휘체계에 한반도를 뛰어넘는 지역/전략 탄도미사일의 탐지․추적․식별 정보를 제공해 주며, 일본 배치 사드 레이더와 직접 연동됨으로써 정보 차원에서 동북아 지역 통합 BMD 체계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한국이 확보한 대북․대중 정보를 일본 BMD 체계에 실시간으로 제공해 주도록 국제법적 구속력을 강제함으로써 한‧미‧일 통합 BMD 체계를 제도적으로 완성시켜 준다.

한‧일 BMD 지휘체계의 연동은 정보 제공과 한‧미‧일 간 BMD 작전통제의 통합성, 신속성, 동시성을 담보해 준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에 이어 사드 한국 배치가 2017년 상반기에 완료(?)될 예정이어서 한‧미, 미‧일 BMD 지휘체계의 직접적인 연동은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의 마지막 단계이자 정점을 이룬다고 하겠다.

물론 한‧미 통합 BMD TMO-Cell과 미일 BMD 공동통합운용조정센터(BJOCC)를 미 태평양 사령부 공군 구성군 사령부의 항공우주작전센터(ASOC)를 노드(node)로 하는 간접 연동을 통해서도 한미일 BMD 작전의 통합 지휘체계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사드 한국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만으로 사실상 한‧미‧일 통합 BMD 체계가 구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미, 미‧일 BMD 체계를 직접 연동하면 중간 노드를 한 단계 줄임으로써 초를 다투는 BMD 작전의 속성에 한층 더 부합하는 한‧미‧일 통합 BMD 지휘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한국 TMO-Cell과 일본 TMO-Cell를 직접 연동할 수도 있겠으나 보안 문제나 국민적 저항 등을 고려하고 한국, 일본,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센서 정보를 공동작전상황도(COP)에 동시 구현하는 미국 주도의 BMD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한‧미, 미‧일 통합 BMD 체계를 직접 연동하는 방식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통합 BMD 지휘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것은 한‧미‧일 간 통합 BMD 지휘통제 절차와 교전규칙 등의 수립과 함께 이른바 ‘이음새 없는(seamless)’ 한‧미‧일 통합 BMD 체계를 구축하려는 미국과 한‧일 간 군사협력을 연합작전으로까지 끌어올리려는 아베 정권이 모두 강력한 이해를 갖고 있어 양국이 한국 정부에 압력을 가한다면 굳이 박근혜 정권이 아니더라도 미‧일의 요구에 굴종할 가능성은 있다.

(3) 한‧미‧일 통합 BMD 체계의 성격

한‧미‧일 통합 BMD 체계는 북한과 중국의 단․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상․하층에서 요격하는 전술/전역/지역/전략 BMD 체계로서의 복합적 성격을 띠게 된다.

그러나 한‧미‧일 통합 BMD 체계가 구축되면 이 체계는 미 본토 방어를 주된 임무로 하는 전략 BMD 체계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되며, 아울러 아태 지역 미군과 일본 방어를 부차적 임무로 하는 지역 BMD 체계로서의 성격도 지니게 된다.

그렇지만 동북아 유사시 한‧미‧일 통합 BMD 체계의 남한 방어는 대북 탄도미사일 방어가 불가능하고 북한과 중국의 탄도미사일 전력에 비해 한‧미‧일 BMD 전력이 태부족하다는 점에서 후순위의 주변적 임무에 지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통합 BMD 체계는 미국이 유럽에 구축하고 있는 BMD 체계(EPAA)처럼 이지스 BMD함을 주력으로 한다. 미‧일 이지스 BMD함의 일부는 2017년 이후에는 SM-3 Block ⅡA를 장착해 제한적이나마 미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유럽 전역을 24시간 방어하기 위한 이지스 BMD함의 소요 전력은 약 24척(훈련 8척→배치 8척→정비 8척)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나토 유럽 회원국들 중에서 중․단기적으로 자국 함정에 요격미사일을 장착해 나토가 24척의 BMD함을 보유하도록 관심을 갖는 국가는 거의 없다((Steven j. Whitmore, John R Deni, 「Nato Missile Defense and the EPAA」, 15쪽, 2013. 10).

한편 미국이 EPAA 구축의 일환으로 유럽에 배치한 이지스 BMD함은 모두 4척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나토 통합 BMD 체계 하에서 운영될 나토 유럽 회원국가들의 BMD함 숫자는 24척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에 한‧미‧일 통합 BMD 체계가 보유하게 될 이지스 BMD함은 2018년이 되면 일본 8척, 주일미군 8척, 한국(SM-3 요격미사일을 장착할 경우) 3척으로 모두 19척에 달한다. 나아가 한국은 2020년대에 3척의 이지스 BMD함을 추가로 도입한다. 훈련(8척)→실전 배치(8척)→정비(8척)가 가능한 전력이다.

이와 같이 한‧미‧일 통합 BMD 체계가 방어해야 할 영토 크기와 주민 숫자가 나토 통합 BMD 체계보다 훨씬 좁고, 적은데도 불구하고 나토 통합 BMD 체계보다 월등한 BMD 전력을 보유하게 된다는 것은 한‧미‧일 통합 BMD 체계의 아태 미군과 미 본토 방어라는 궁극적 임무를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다. 한‧미‧일 통합 BMD 체계가 나토 통합 BMD 체계보다 미 본토 방어에서 보다 큰 임무를 맡게 되는 데 따른 필연적인 전력 배치다.

한편 탐지거리가 5,000km에 이르는 해상 X-밴드 레이더의 주 작전 지역도 아태 지역이고, 미국이 알래스카 클리어 공군기지에 건설 중인 장거리 식별 레이더(LRDR)도 미국을 겨냥한 북‧중의 ICBM에 대한 조기 식별 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이미 일본에 2기나 배치되어 있고, 한국에 추가 배치되고 필리핀에도 배치될 예정인 지상 X-밴드 레이더도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탐지, 추적이 주된 임무라는 사실에서 보듯이, 최근 미국의 전략 BMD를 위한 센서 강화가 아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 본토 방어를 위한 전략 BMD로서의 한‧미‧일 통합 BMD 체계의 성격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4) 한‧미‧일 통합 BMD 체계의 방어 임무(방어 지역)

한‧미‧일 통합 BMD 체계의 주된 성격이 전략 BMD라는 사실은 이 체계가 수행할 임무도 전략 BMD로서 미국 방어이며, 그 하부 체계로서의 한‧미, 미‧일 통합 BMD 체계도 미국 방어라는 전략 BMD의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한‧미‧일 통합 BMD 체계의 부차적 성격이 지역 BMD라는 사실은 한‧미, 미‧일 통합 BMD 체계도 각각 일국 방어 임무를 넘어서서 지역 BMD로서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BMD 체계가 지역 및 전략 BMD로서의 임무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미‧일 통합 BMD 및 지휘체계 구축으로 한국 BMD 체계에 전가될 지역/전략 BMD 임무는 미‧일을 겨냥한 북‧중 ICBM과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추적, 탐지 정보와 요격 임무로 간추릴 수 있다.

이를 좀 더 세분해 보면 첫째, 미국을 겨냥한 북‧중의 ICBM에 대한 조기 탐지, 추적 정보와 향후 이지스 BMD함을 통한 제한적인 요격 임무

둘째,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등을 포함한 일본 본토를 겨냥한 북‧중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 추적 정보 제공과 요격 임무

셋째, 오키나와, 괌 등 아태 지역 주둔 미군을 겨냥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 추적 정보 제공과 요격 임무

넷째, 한반도 인근 해역과 동중국해 등에서 작전 수행 중인 미‧일 함정들을 공격하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탐지, 추적 정보와 요격 임무 등이다.

이에 일본 방위연구소의 와타나베 타게시는「한국 미사일 방어와 동맹의 지역적 역할」(2016. 3)라는 글에서 한국『국방백서 2014』가 밝힌 L-SAM의 제원을 근거삼아 한국 BMD 체계가 지역적 역할을 포기했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L-SAM의 사거리(지역 방어 불가)로 볼 때 한국군이 “역내 우방(일본)의 후방 시설이나 미국, 공해상의 맹방(미일)의 해군력을 공격하는 (북중) 탄도미사일 요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집단방위의 자제를 확인”해 준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집단방위 자제는 “지역 위협보다는 자국 안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일본을 비판한 1980년대 초의 한국과 대조적이다”라며 한국 BMD 체계의 지역 임무 수행을 요구하고 있다.

(5) 한‧미‧일 통합 BMD 체계 하에서 한국의 대일 군사적 종속 가능성

① 군사동맹의 속성과 집단방위에 따른 대일 군사적 종속 가능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과 이 체계가 수행할 집단방위에 따라 미‧일이 한국 BMD 체계에 요구하게 될 지역 BMD의 역할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은 일본에도 군사적으로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통합 BMD 체계와 3자 지역 군사동맹 하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과 결코 대등한 관계를 맺기 어렵기 때문이다.

BMD 전력과 작전 능력, 전체 군사력과 지역 작전 능력, 이를 뒷받침하는 국방비와 국가 전쟁 수행 능력에서 미국은 일본에, 일본은 한국에 단연 앞서며, 이들 요소를 총체로 해 당사국들 간 후견인과 피후견인 관계가 수립되는 동맹의 속성상 한국이 일본의 하위 동맹자로 자리매김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한국이 일본의 하위 동맹자로서 위상을 갖고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은 그동안의 한‧미동맹 관계가 여실히 보여주듯 한국이 일본의 국가적․지역적 이해와 군사전략적․작전적 요구를 부분적이라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자마자 일본이 한국군의 ‘작전계획 5027’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소개와 미군 지원을 명분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자국의 군사적 이해를 달성하기 위해 한반도에 들어오게 될 자위대가 한반도에서의 작전 수행을 위해 ‘작전계획 5027’에 따른 한국군 작전 수행을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자위대의 작전 수행과 미‧일, 한‧미‧일 연합작전 수행을 위한 전제로 된다.

또한 아베 정권의 ‘작전계획 5027’ 요구는 한‧미‧일 정상회담(워싱턴, 2016. 3. 31) 직후 아베 총리가 자위대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상정한 한‧미‧일 연합훈련이나 한‧미‧일 공동 군사계획 수립(?)에 관한 협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보도(도쿄신문, 2016. 4. 1)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하겠다.

② 한‧미‧일 통합 BMD 체계의 집단방위에 따른 대일 군사적 종속 가능성

한‧미 통합 BMD 및 지휘체계 구축에 따른 한국의 대일 종속 가능성의 한 단면을 한‧미‧일이 2010년부터 실시해 오고 있는 ‘Pacific Dragon’ BMD 훈련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Pacific Dragon’ 훈련은 3국 이지스함들이 제주 동쪽, 규슈 서쪽 해상에서 실시했다. 2016년 11월 초에도 유사 해역에서 유사한 훈련을 실시하였다. 이 해역은 북한이 일본 본토(사세보나 이와쿠니 등)나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를 겨냥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상공으로 탄도미사일이 지나는 해역으로 이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이 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이 해역에서 남한을 겨냥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고도(이지스 요격미사일은 100km 이상에서 요격해야 함), 사거리, 요격 소요 시간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한국 이지스함이 이 해역의 미‧일 연합 BMD 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남한 방어를 포기하고 미‧일 이지스함들을 방호해 주거나 주일미군과 일본 본토, 그리고 오키나와를 방어해 주기 위해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하거나 향후 한국 이지스함이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출 경우 요격작전까지 전개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성격의 한‧미‧일 연합 BMD 작전은 한국 BMD 체계의 지역 BMD 체계로의 임무와 역할 확장이자 그 자체로 대일 종속이다.

이와 유사한 성격의 한‧미‧일 연합 BMD 훈련은 앞으로 한국 서해나 동해, 동서해로 한‧미‧일 전력을 분산해 수행되는 방식으로도 전개될 수 있다. 서해 한‧미‧일 연합 BMD 훈련은 일본과 오키나와를 겨냥한 북한 탄도미사일 정보를 조기에 탐지하여 일본에 제공하거나 한국군이 이를 직접 요격하는 훈련이 될 것이며, 동해 연합 BMD 훈련은 괌 등을 겨냥한 북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탐지 정보를 미국에 제공하거나 일본 본토를 공격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한국군이 직접 요격하는 훈련이 될 것이다.

동서해 연합 BMD 훈련은 서해의 한국 이지스 BMD함이나 성주 배치 미군 사드 레이더가 일본이나 괌, 하와이를 겨냥한 중국 중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 탐지․추적 정보를 동해에 배치된 미국과 일본 이지스 BMD함에 제공하고 이들 함정이 원거리 발사(LOR)로 요격하는 훈련 등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2004년에 동해에 이지스 BMD함을 배치한 바 있으며, 일본도 2012년에 서해에 이지스 BMD함을 배치(연합뉴스, 2012. 6. 15)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③ 한미일 BMD의 통합지휘체계 구축에 따른 대일 군사적 종속 가능성

유사시 제주 동쪽, 규슈 서쪽 해역에서의 한‧미‧일 BMD 작전에 대한 지휘통제는 요코다 공군기지 내 미‧일 ‘공동통합운용조정센터(BJOCC)’에서 미‧일 간 조정을 통해 수행될 것이며, 한국 이지스함은 미 7함대의 전술통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국 이지스함이 일본의 전술통제를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미일방위협력지침 2015’에 따르면 일본의 탄도미사일 방어에서 자위대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미군이 지원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아태 지역 미군과 미 본토 BMD 작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태평양 사령부로서는 미군과 미 본토 BMD를 위한 작전통제에 집중하기 위해서 자위대를 지원하는 한국군 이지스함에 대해서 자위대의 전술통제를 받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사시 한‧미‧일 통합 BMD 작전은 앞으로 수립될 한‧미‧일 간 BMD 지휘통제 절차, 교전규칙 등에 따라 수행하게 된다. 이에 미 의회 보고서(CRS,「BMD in the Asia-Pacific region」, 2015. 4)도 한‧미‧일 통합 BMD 체계 구축에 결여된 것은 “교전규칙 및 다양한 지휘통제 사안에 대한 투명성과 함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보다 통합된 접근을 할 수 있는 길을 전향적으로 열어 줄 공식 협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바로 이 BMD 지휘통제 절차와 교전규칙 수립 과정에서 일본 방어를 위한 특정 지역의 BMD 임무에 대해 자위대의 한국군에 대한 전술통제를 비밀리에 보장해 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굳이 이런 제도적 장치가 없어도 유사시 한국군 BMD 전력을 전술통제할 주한 미 7공군 사령관이 한국 이지스함에 일본 방어와 관련한 특정 BMD 임무에 대해 일시적으로 자위대의 통제를 받도록 명령을 내리고, 미‧일 간에 자위대가 한국 이지스함을 전술통제하도록 조정이 이루어지면 한국군 이지스함에 대한 일본군의 전술통제가 행사될 수도 있다.

또한 유사시 한국 해군의 BMD 임무를 전술통제하게 될 미 7함대 BMD 사령관인 챈슬러 구축함 함장이 한국 이지스함에 일본군의 전술통제를 받도록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챈슬러 구축함 함장은 태평양 사령부의 C2BMC를 경유하지 않고도, 즉 태평양 사령부의 작전통제를 받지 않고도 현장에서 미 이지스 BMD함에 요격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노세 노부유키,「공포의 노동미사일이 서울을 공습한다」,『군사세계』, 2015년 3월호).

그렇지만 미국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조건에서, 또한 일본군에 비해 BMD 전력과 작전 능력이 크게 뒤지는 한국군이 한국군을 지원할 일본군 BMD 작전에 대한 전술통제권을 행사하는 것을 상정하기는 어렵다.

한‧일 양국군이 BMD 작전에 대한 상호 부분적인 전술통제권을 행사하든 아니든 한국군의 BMD 전력이 일본의 BMD 체계에 정보를 제공해 주고 요격작전 등을 지원한다면 이는 곧 한국 BMD 체계의 대일 종속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편 한국이 미‧일 통합 BMD 정보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사드 레이더를 추가 도입하거나 한국군이 사드 체계를 도입할 수도 있고, 요격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SM-3 Block ⅠA/B나 나아가 SM-3 Block ⅡA까지 도입할 수도 있다.

특히 한국 이지스함이 SM-3 Block ⅡA를 장착하는 것은 미국을 겨냥한 북중 ICBM을 상승단계에서 요격하기 위한 것 외에도 일본을 겨냥해 고각으로 발사된 노동미사일이나 일본을 겨냥한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이 SM-3 BlockⅠA/B의 요격 고도를 넘어설 경우 이를 요격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또한 괌 등을 겨냥한 무수단 탄도미사일 등을 중간단계에서 요격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SM-3 Block ⅡA는 일본, 그것도 바로 전범 기업 미쓰비시에서 도입해야 하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이 SM-3 Block ⅡA 관련 정보의 3국(중국, 북한 등)으로의 유출을 막으려는 데 있다.

일본의 탄도미사일 방어를 지원해 주기 위해 일본으로부터 SM-3 Block ⅡA를 도입하는 대가로 대일 정보 제공 의무와 일본의 정보 감시의 멍에도 함께 짊어져야 하는 대일 종속적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또한 ‘4D 작전’의 하나인 대북 (선제)공격작전 수행에서 총아(?)가 될 F-35A도 도입 후 창정비와 부품 도입을 일본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 또한 대일 군사적 종속의 굴레를 뒤집어쓰는 것이다.

이렇듯 한‧미‧일 통합 BMD 및 지휘체계 구축으로 대일 군사적 종속이 예상되기 때문에 한‧미‧일 통합 BMD 체계에 참여하지 않는 것 외에 대일 종속을 막을 수 있는 길은 달리 없다. 한국이 한‧미‧일 통합 BMD에 참여하고 지역 집단방위에 가담하는 한 한국이 작전통제권을 환수하거나, 설령 한미 통합 BMD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게 되더라도 한‧미‧일 통합 BMD 체계로부터 한국군에게 강제되는 지역 BMD 임무와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2) 동북아 지역 군사동맹 구축에 따른 일본의 한반도 재침략 예상 경로

(1) 침략의 정의

침략과 전쟁을 불법화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1, 2차 대전을 거치면서 유엔 창립과 함께 “영토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행사(use of force)”를 금지한 유엔헌장(2조 4항)의 채택으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었다.

나아가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총회 결의(3314, 1974. 12. 14)는 “불법적인 무력행사의 가장 심각하고 위험한 형태”로서의 침략을 “…타국의 주권, 영토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행사”(1조)로 정의하고, “선제 무력행사는…침략행위(acts of aggression)의 일차적 증거”(2조)라고 규정하였다.

또한 이 결의는 침략을 ① 타국 영토의 침입, 공격과 그 결과로 발생한 점령, 병합 ② 타국 영토에 대한 포․폭격 또는 무기 사용 ③ 타국 항구 또는 연안 봉쇄 ④ 타국 육․해․공군 또는 민간 선단(상선)과 민간 항공기대 공격 ⑤ 합의에 근거해 타국에 주둔한 군대를 합의가 제공한 조건들을 위반해 사용하거나 합의가 종료된 후에도 계속 주둔시키는 행위 ⑥ 타국이 사용하도록 허용한 영토를 타국이 제3국에 대한 침략행위를 위해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행위 ⑦ 상기의 침략행위에 상당하는 중대성을 갖는 무력행사를 타국에 대해 수행하는 무장단체, 집단, 비정규병, 용병을 국가 또는 국가를 대신해 파견하거나 실질적으로 관여하는 행위”(3조)로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침략행위들이 “침략행위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며 안보리가 다른 행위도 침략을 구성한다고 결정할 수 있다”(4조)고 밝히고 있다. 또한 “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또는 그 어떤 성격의 사안도 침략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② 침략전쟁은 국제평화에 대한 적”이고, “침략은 국제적 책임을 야기시키”며, “③ 침략의 결과로 획득한 영토와 특수 이득은 합법적인 것이 아니며, 합법적인 것으로 승인받아서도 안 된다”(5조)고 명시하고 있다. 침략전쟁을 침략과 구분하고 있으나 침략전쟁에 대한 정의는 내리지 않고 있으며, 또한 침략을 정당화하고 침략 결과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기도를 전면 차단하고 있다.

이 유엔 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유엔 안보리가 유엔헌장 39조에 따라 침략행위의 유무를 판단하는 데 하나의 정치적 지침서(guidance)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총회 결의’는 침략행위를 “가장 심각하고 위험한 형태의 불법적인 무력행사”(전문)에서 간접적 침략(3조 7항)까지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또한 비록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총회 결의’에는 반영되지 못했으나 ‘침략정의특별위원회’(1967년 설립)의 수년에 걸친 논의 과정에서 소련, 중국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와 제3세계 비동맹국가 등 다수 국가들은 국가 전복, 사상적, 경제적 침략 등의 비군사적, 비무력적 침략까지 실로 다양한 형태의 침략행위를 제시하고 이를 결의에 반영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는 2차 세계대전 후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태동하고 구 식민지 국가들이 정치적 독립을 달성한 국제정세 하에서도 이 국가들이 끊임없이 사상적, 경제적 침략에 노출되고 그 결과 다시 정치적 독립을 위협 받게 되는 현실을 반영하고자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는 결의 도출을 위해 최소한의 무력적 침략행위만을 범주화하는 데 그쳤다. “현실적으로 경제적 침략 내지 정치적 침략이라고 보아야 할 행위가 예외적으로라기보다는 오히려 일반적이라고까지 생각되는 오늘날의 국제사회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김득주,「침략의 정의에 관한 연구」, 1974).

따라서 이제 ‘침략의 정의’는 시대의 변화 발전에 따라 강성 무력 방식에서 연성 무력 방식(재난구호, 사이버, 심리전 등)으로, 군사적 방식에서 비군사적 방식(정치, 경제, 가치 침략)으로, 직접적 방식에서 간접적 방식(내전 유도, 개입, 제3국에 의한 침략 추동 등) 등으로 한층 다양해지는 변화를 반영하도록 진화해야 하며, 단지 정치도덕적 규범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도록 발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침략의 범주를 폭넓게 규정하고 이를 국제법적으로 불법적인 행위로 규정함으로써 침략을 방지하려는 인류의 바람을 실현하는 데 기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과제는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 ‘침략의 정의’로 본 주한미군 및 향후 한반도에 들어올 자위대의 성격

미군의 한국 주둔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국제법적 정당성을 부여받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미 아이젠하워 정권이 이승만 정권에 가한 정치, 군사, 경제적 강압을 사상(捨象)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당시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 발효 조건으로 ‘(군사 및 경제원조에 관한) 한미합의의사록’의 체결을 요구했으며, 이승만 정권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자 군사적(쿠데타 위협), 경제적(석유 공급 중단) 강압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켰다. 강압에 의한 조약 체결은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52조(힘의 위협 또는 사용에 의한 국가의 강제)에 의거해 불법으로, 원천무효로 볼 수 있다.

당시 미국은 ‘한미합의의사록’과 ‘부록 B’의 체결로 한국의 군사주권의 핵심(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전력 규모를 통제하고자 했으며, ‘한미합의의사록’과 ‘부록 A’의 체결로 한국의 경제체제를 강제하고 경제운영을 통제하고자 했다.

미국은 ‘한미합의의사록’과 ‘부록 A’의 체결로 남한 경제를 자유시장경제로 개편시키고 헌법(한국) 개정을 통해 이를 제도화하려고 했으며, 냉전 하에서 일본을 아시아의 보루로 삼기 위해 아시아 경제를 일본 중심으로 재편시키고자 원조 자금을 이용한 한국의 대일 구매를 강제함으로써 한국 경제를 노골적으로 일본 경제에 종속시키려고 하였다.

이승만 정권이 ‘한미합의의사록’ 체결에 반발했던 것은 작전통제권을 다시 미국에 넘겨줌으로써 무력 북진통일이 좌절되게 된 것 이상으로 한국 경제가 일본 경제의 주변부로 전락하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한편 주한미군은 군사주권의 핵심인 작전통제권을 틀어쥐고 국내법이 미치지 않는 3,000만 평이 넘는 영토를 차지하며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주한미군의 지위와 성격은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를 광의로 해석할 경우 이 결의 제1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미국이 공언하고 있는 대로 대북 선제공격을 하게 되면 유엔헌장 2조 4항과 51조 등을 위반하고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 2조와 3조 1, 2, 3, 4, 5항―“합의(한미상호방위조약)가 제공한 조건(방어 임무)”에 반하는 (주한미군의) 무력행사―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로 된다.

또한 주한미군이 소위 전략적 유연성을 행사하여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다오위다오), 양안분쟁, 남중국해의 미중, 일중 분쟁, 중동 분쟁 등에 무력 개입하면, 이 개입이 선제공격에 해당하는 경우 미국은 유엔헌장 2조 4항과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 2조, 3조 1, 2, 3, 4, 5항, 한국은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 3조 6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를 하는 것으로 된다.

선제공격에 해당하지 않는, 자위적 성격의 무력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개입일 경우에도 이 개입이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 무력공격을 받은 3국과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이때 3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명백한 위협으로 되지 않는 한 불법적인 무력행사, 침략행위로 되어 미국은 유엔헌장 2조 4항과 51조, 53조 등을 위반하고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 2조, 3조 1, 2, 3, 4, 5항, 한국은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 3조 6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를 하는 것으로 된다.

동맹을 맺은 국가가, 곧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국가가 선제 무력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이 무력공격이 자국 안보에 명백한 위협이 되지 않는데도 무조건적으로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면 무력행사를 금지한 유엔헌장 2조 4항과 51조, 53조 등 유엔의 집단안보체제의 근간이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므로 상호방위조약과 집단자위권을 명분으로 한 동맹의 무력행사는 자국 안보에 명백한 위협이 되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되지 않는 한 불법으로 간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주한미군의 지위와 성격은 그 운용에 따라 유엔헌장을 위배한 불법적인 것으로, 또한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에 반하는 침략행위로 될 수도 있어 무력행사를 불법화하여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집단안보를 실현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과 침략의 개념을 폭넓게 정의함으로써 침략행위를 저지하려는 시대적 추세에 비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한 주둔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으로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앞으로 자위대가 전․평시 미군 지원을 명분으로 또는 자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되고 있다. 그런데 이때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절차와 방식에 따라서 일본의 재침략으로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한반도 재침략 가능성 주장이 과도하다며 ‘진출’이라는 용어를 곧잘 사용하고 있다. 자위대가 현실적으로 한국을 재침략할 수 없고 일본이 한국을 과거처럼 식민 지배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침략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침략전쟁과 구별되며 구 식민지 지배 방식과 달리 간접 지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만약 침략전쟁을 침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구한말 일제 침략도 군사적 강압에 의한 침략이었으되 침략전쟁을 통한 침략은 아니었으므로 침략이 아닌 것이 되어 버린다. 또한 정치․군사․외교․경제․문화 모든 것을 틀어쥐고 직접 지배하는 침략 방식은 현 시대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 기준을 적용하는 한, 현 국제사회는 침략이 없는 사회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강대국의 약소국에 대한 침략은 엄연히 상존하고 넘쳐나며, 따라서 그 어느 방식도 국가주권을 침해하는 한 침략이라고 규정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진출이라는 용어는 정치적 의미와 역사적 성격, 국제법적 책임 등을 사상한 개념으로 침략과는 질적으로 구별된다. ‘침입’, ‘침탈’, ‘공격’ 등 다른 국제법적 용어에 비해서도 가장 탈정치적이고, 몰역사적이며, 불법성에 대한 책임회피적 용어다.

그래서 일제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책임을 부정하는 일본 보수수구정권이 ‘침략’이라는 용어를 대신해 즐겨 사용해 온 용어가 바로 ‘진출’이다. 그들은 일제 한반도 침략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서도 불법성을 부정하며 줄곧 한반도 진출로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을 ‘진출’로 규정하게 된다면 향후 ‘진출’ 과정에서 자행될 수도 있는 일본의 침략성과 불법성에 미리 면죄부를 주어 버리는 것과 같다.

(3) 예상되는 자위대의 남한 재침략 경로와 ‘침략의 정의’ 위배

잘 알려진 대로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일제 식민 지배를 자행한 일본군 출신들로 구성된 소해부대와 병참, 척후, 취사 등 지원 병력이 한국전쟁에 참여하였다. 군대 보유와 교전권을 포기한 평화헌법 하에서 이승만 정권의 동의도 없이 오로지 미국의 요청으로 일본군이 비밀리에 한반도에 다시 발을 내디딘 것이다.

아무런 국제법적 근거도 없이 무력 개입하여 한국 주권에 반해 영토를 무단 사용하고 무력행사를 했다는 점에서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반하고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와 3조 2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를 한 것으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1965년 박정희 정권은 계엄령을 선포해 국민의 반대를 억누르며 ‘한일기본조약’과 ‘한일 청구권 협정’ 등을 체결함으로써 일본이 경제적으로 한국을 재침략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한‧일 청구권 협정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한미합의의사록 부록 A’에 의해 한국 경제를 일본 경제의 주변부로 만들려는 미‧일 의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일제 침략으로 식민지 지배를 당한 아시아 국가들 중 한국이 가장 늦게 일본과 청구권 협정을 체결(북한 제외)함으로써 미‧일은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경제질서를 재편시키려는 의도를 마무리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당시 국민들은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 체결을 매국외교로 규탄하였으며, 2012년 대법원은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 및 배상 회피를 헌법에 위배되는 불법적이고 반인도적인 것으로 판결함으로써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 협정’ 체결이 주권을 침해하는 매국외교이었음을 뒷받침해 주었다.

이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 이제 일본군의 후예인 자위대가 한반도를 군사적으로 재침략할 태세를 갖춰 나가고 있다.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정식 군대로서의 위용(?)을 갖춘 채 남북한 주권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오로지 미국의 요구에 적극 편승해 공공연하게 한반도 재침략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사드 배치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의 체결로 한‧미‧일 통합 BMD 체계와 군사동맹 및 동북아 지역 집단방위에 참가함으로써 일본이 군사적으로 다시 한반도를 재침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자위대의 한반도 재침략은 ‘미일방위협력지침 2015’와 이를 뒷받침해 주기 위한 일본의 안보법(전쟁법)에 따라 주로 자위대가 미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자위대의 미군 지원은 단지 후방 지원에 머무르지 않고 전방 지원과 전투행위까지 포함하며, 이 과정에서 남북한의 주권을 침해하는 국제법적 불법성과 침략성이 드러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일방위협력지침 2015’와 전쟁법은 자위대 함정이 평시 미군이나 한국군 함정에 대한 방호 임무 수행 중에 북한군과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났을 때 전투작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평시지만 한반도의 무력충돌 위험이 매우 높은 키 리졸브 훈련과 같은 한미연합연습 때 자위대 함정이 이 연습에 참가해 미군과 한국군 함정을 방호하다가 북한과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발생했을 때 자위대는 이를 명분삼아 남한 영해에 들어와 대북 전투행위 등의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때 자위대 함정이 긴급 상황을 빙자해 남한 정부의 사전 동의 없이 남한 영해에 들어와 대북 무력행사를 하게 되면 이는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와 3조 2항, 4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에 해당한다. 만약 이때 자위대가 미군 또는 한국군과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남한 영해에 들어와 대북 무력행사를 하게 되면 이는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반하는 불법적인 침략행위로 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북한과 한국 또는 미국과의 우발적인 충돌이 일본 안보에 명백한 위협으로 되지 않는 한 자위대의 미군이나 한국군과의 집단자위권 행사는 불법적인 침략행위로 간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야당과 언론이 자위대의 미군과 한국군에 대한 평시 방호 작전을 자위대가 “집단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한 뒷문”(마이니치신문, 2016. 9. 10)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호섭 전 해군 참모총장은 국정감사(2015. 9. 22)에서 “대북 억제 차원에서 ‘키 리졸브’ 훈련에 일본도 참여해 연합훈련을 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평시 자위대 함정의 미군과 한국군 함정 방호 훈련이 자위대의 대북 무력행사로 이어지고 한국 주권 침해로 비화될 가능성을 외면한 망언이자 그만큼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위험한 발상이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이를 자국 전쟁법상 ‘중요영향사태’로 규정하면 자위대는 남한 거주 일본인을 소개한다는 명분으로 남한에 들어올 수 있다. 그런데 개정된 안보법(전쟁법)은 자위대가 자국민 소개작전 시 종전과 달리 단지 후송작전만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바리케이드 제거 등 소개작전의 장애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전투작전도 전개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한국이 자위대의 장애 요소 제거를 위한 전투작전을 허용한다면 그 자체로 한국 군사주권에 대한 침해다. 이는 남한이 자국 영토에서 누려야 할 배타적인 무력 독점권을 포기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이며,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와 3조 2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로 될 수도 있다.

자위대가 자국민 보호 등을 빌미로 일단 남한에 발을 들여놓게 되면, 이후에도 다른 사안을 계기로 남한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짐으로써 자위대의 남한 침입이 상시적이고 전면적인 것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이 부대가 철수하지 않고 계속 남한에 주둔하면서 대북 군사작전을 벌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일본은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3조 5항에, 한국은 3조 6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를 하는 것으로 된다.

그런데도 황교안 총리는 국회 답변(2015. 10. 14)을 통해 “일본이 우리와 협의해 필요성이 인정되면 (자위대의)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는 반주권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양국 간 협의를 통해 포괄적인 논의를 했고…”, “…협의 과정을 통해 충분히 보장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한‧미‧일 간에 자위대의 한반도 내 작전을 둘러싸고 이미 많은 논의와 합의가 있었음을 시사하였다.

실제로 한미일은 일본의 전쟁법이 일본 국회를 통과(2015. 9. 21)하자마자 곧바로 한‧미‧일 ‘3자 안보토의(DTT)’에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의 활동 범위에 대해 논의하기로 하는 등 관련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야흐로 자위대가 미국이 견인하고 한국 보수수구정권의 뒷받침을 받아 평시, 유사시를 막론하고 한반도를 재침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 나가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이를 자국 전쟁법상 ‘중요영향사태’로 규정하게 되면 자위대는 탄약과 유류 등의 병참 지원 작전과 미군 병력과 장비 수송 지원 작전을 위해 한반도 내륙 깊숙이 형성된 전선까지 들어올 수 있다.

이때 일본의 전쟁법은 자위대가 한국 영토에 들어올 때 한국의 동의를 받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이것이 사전동의를 의미하는지는 불투명하며, 더구나 ‘미일방위협력지침 2015’에는 관련 규정조차 없다.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이를 자국 전쟁법상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하면 자위대는 미군 또는 한국군과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남한에 들어올 수 있다. 이때 ‘미일방위협력지침 2015’는 “관련국(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존중’이란 국제법상 아무런 법적 구속력이 없는 립서비스에 불과한 용어다. 더욱이 일본의 전쟁법은 관련 규정조차 없다. 한반도 유사시 미‧일은 자신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한반도에서 얼마든지 군사작전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이 전쟁법 상 한반도 유사를 자국의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하면 자위대가 남한에 들어올 때 남한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한 이른바 중요영향사태 시의 규정을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다. 중요영향사태와 존립위기사태의 계선은 모호하며, 그 결정은 총리를 비롯한 NSC(국가안보위원회)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다.

그런데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이를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하고 미군과 한국군과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 삼아 자위대가 한국의 동의 또는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 남한에 들어와 군사작전을 전개하고, 경우에 따라서 대북 공격을 감행한다면 이는 유엔헌장 2조 4항과 51조 등을 위반한 침략행위로 된다. 자위대가 한국군과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은 한반도 유사가 북한의 선제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고 동시에 일본에게 명백한 위협으로 되지 않는 한 불법으로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위대가 국제법적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오로지 자국법에 따라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 삼아 남한에 들어오는 것은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와 3조 1, 2, 3, 4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로 된다.

한‧미‧일 BMD 체계와 지역 군사동맹 구축에 따른 지역 집단방위 참가는 자위대의 북한 재침략의 길을 열어주는 배족의 길이기도 하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를 중요영향사태나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하게 되면 자위대가 미군을 따라 북한 지역에 들어가 지원 작전을 전개하거나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한 전투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이때 북한이 남한을 선제공격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일본의 안보에 명백한 위협으로 되지 않고 한국의 동의도 없이 단순히 미국의 요구에 따라 미군과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으로 자위대가 북한에 들어가서 군사작전을 전개하는 것은 유엔헌장 2조 4항과 51조 등을 위반하고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 3조 1, 2, 3, 4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로 된다.

이렇게 북한이 대일 선제 무력공격을 감행하거나, 북한의 대남 선제공격이 일본에 명백한 위협으로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들어가 미군과 한국군을 지원하거나 미군과 한국군과 함께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것은 ‘미일방위협력지침 2015’와 전쟁법이 지닌 침략적 속성에서 비롯된다.

‘미일방위협력지침 2015’는 미일연합군이 일본 역외에서 무력행사를 하는 경우 국제법에 따라 3국(남한)의 주권을 존중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을 뿐이며, 전쟁법은 아예 관련 규정조차 없기 때문이다. 곧 3국(남한)의 주권을 준수하도록 강제할 법규가 사실상 없는 것이다.

실제로 아베 정권은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들어갈 경우 남한의 주권을 지킬 뜻이 없다며 줄곧 한국의 주권을 부정하는 침략적 발언을 반복해 왔다. 심지어 나가타니 전 방위상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다른 나라 영토 안에서 (적의) 기지도 공격할 수 있다”(2015. 5. 24)며 자위대가 남한 영토에 들어와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하며 남북 양국의 주권을 전면 부정하는 침략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북‧일 유사시 일본은 이른바 ‘적기지 공격론’에 따라 자체 전력으로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두말할 나위 없이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반하고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 2조, 3조 1, 2, 3, 4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로 된다.

한편 ‘미일방위협력지침 2015’는 북‧일 유사시 미‧일연합군이 (북한의) 무력공격을 격퇴하거나 추가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육․해․공 등 복수 영역에서 영역횡단작전을 전개할 수 있으며, 이런 미‧일 협력 사례의 하나로 미군이 대북 타격(Strike Power)을 전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때 주한미군이 주일미군과 함께, 또는 독자적으로 대북 공격을 감행하면 사실상 한‧미가 대북 선제공격을 하는 것으로 되어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반하고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 2조, 3조 1, 2, 3, 4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를 하는 것으로 되며, 미국은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3조 5항에, 한국은 3조 6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가 추가된다.

한편 자위대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주도하거나 유엔이 주도하는 다국적군 일원으로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 자위대가 유엔의 승인이 없는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한반도에 들어온다면 이는 유엔헌장 2조 4항과 53조 등을 위반하고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 2조, 3조 1, 2, 3, 4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를 한 것으로 된다.

일본 평화헌법이 개정된다면 미국 또는 유엔 주도 다국적군에 참가하게 될 가능성과 그 전력 규모가 한층 커질 수 있다.

한국이 대북 군사적 대결과 북한 체제 붕괴를 위해 지난날 민족을 침략하고 식민 지배를 자행했던 일본군을 불법으로 끌어들이고 남한 영토를 자위대의 침략 기지로 제공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이 한‧미‧일 통합 BMD 체계와 군사동맹 구축과 동북아 지역 집단방위에 참가하는 것은 중국과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결을 추구함으로써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걸고 도박을 하는 모험주의적 길을 가는 것이다.

한국이 한‧미‧일 통합 BMD 체계와 군사동맹, 지역 집단방위에 참가하는 것은 미‧일 쪽에 가담해 중국과 적대함으로써 미-중, 중-일 간 동북아 분쟁에 말려들 가능성이 크며, 심지어 중국과 직접적인 무력 대결을 벌일 수도 있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가 파괴되고 동북아 지역 전쟁과 세계전쟁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성주 사드 기지가 중국의 핵미사일로 공격당하는 상황이 현실로 될 수 있는 것이다.

주한미군이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행사로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다오위다오), 양안 분쟁,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하게 되면, 앞서 설명한 대로, 이 개입은 선제공격일 경우 유엔헌장 2조 4항을 위반하고 ‘침략의 정의에 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 2조, 3조 1, 2, 3, 4, 5항에, 한국은 3조 6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로 된다.

선제공격에 해당하지 않는, 곧 선제 무력공격에 대한 자위적 성격의 무력행사를 지원하기 위한 개입일 경우에도 이 개입이 유엔 안보리의 승인 없이 무력공격을 받은 3국과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명분 삼아 이뤄지게 되면 이때 3국에 대한 무력공격이 미국과 한국에 대한 명백한 위협으로 되지 않는 한 이 개입도 불법적인 무력행사, 곧 침략행위로 되어 미국은 유엔헌장 2조 4항과 51조 등을 위반하고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 1조, 2조, 3조 1, 2, 3, 4, 5항, 한국은 ‘침략의 정의에 관한 유엔 총회 결의’ 3조 6항에 해당하는 침략행위를 하는 것으로 된다.

나아가 한국, 일본, 호주 등이 나토 개별 파트너십에 가입해 있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역외 분쟁에까지 무력 개입한 나토가 동북아 지역 분쟁에도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 경우 러시아까지 개입하는 세계전쟁으로 비화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한반도가 강대국들의 전장으로 전락하고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그야말로 풍전등화가 되는 최악의 상황조차 예상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평시에도 전쟁에 대비한 군비경쟁의 가속화로 국방비가 대폭 증가됨으로써 이미 침체상태에 빠진 한국 경제와 일본과 중국 등의 동북아 경제도 함께 어려움에 빠지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글을 마치며

트럼프는 선거 유세 과정에서 나토 등 군사동맹과 BMD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취임과 동시에 동맹 강화와 북핵미사일에 대비한 최첨단 BMD망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트럼프 행정부 6대 현안, 백악관 홈페이지).

특히 중국 때리기를 대외정책의 중심에 놓고, 북한을 테러집단, 중국,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4대 위협으로 규정하며 대북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 이러한 트럼프 정권에게 오바마 정권이 8년 동안 공(?)들여 구축해 온 한‧미‧일 통합 BMD 체계와 군사동맹 및 동북아 지역 집단방위는 중국 견제와 북한 압박을 위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이에 트럼프 정권도 사드 배치 등을 통한 한미일 통합 BMD 체계와 지역 군사동맹 구축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권 하에서 한반도는 한국전쟁 이래 평화와 통일에 최대의 난관을 맞을 수도 있다.

레이건과 부시 정권의 군사적 일방주의에 경제적 일방주의까지 결합시킨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한반도와 동북아를 그 첫 번째 표적으로 삼음으로써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대결 구도의 도래라는 표현이 오히려 무색할 정도로 고강도의 대결이 한반도와 동북아를 중심으로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한반도와 동북아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라는 시험대에 오르지 않으려면 반드시 한‧미‧일 BMD 체계 및 군사동맹 구축과 동북아 지역 집단방위 행사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사드 배치 철회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가 최우선적 과제임은 이제 새삼스러운 지적이 될 것이다.

동시에 남북관계를 시급히 복원해 트럼프 행정부의 국방장관 매티스가 의회 인준 청문회에서 언급한 북‧미 대화 가능성이 현실 정책으로 되도록 미국을 견인해 낼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북‧미대화 재개는 키 리졸브 등 한미연합연습과 북핵 동결을 맞교환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로 나아가는 단초를 제공해 줄 것이다.

여기에 동북아시아 공동안보협력체를 구축해 군사동맹을 대체하는 것은 북‧미, 남북 간 대결과 한‧미‧일 대 북‧중‧러 간 대결 구도를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길이다. 이어 동북아 평화군축과 비핵지대로 나아가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동북아 안정과 공동 번영의 길을 열어 나가기 위한 마지막 다지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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