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랑 /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

공주타령 연재를 시작하며

우리 조상들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힘 있는 자들이나 가진 자들에 대한 조롱을 통해 노여움을 표출해 왔다. 언뜻 보기에 자기 위안일 뿐인 것 같은 이러한 행위는, 노여움을 키워 나가는 방식이었고, 그것을 절제하여 한꺼번에 터뜨리는 슬기이기도 하였다. 병신년이 저무는 지금 아직도 우리가 조롱하고 노여워해야 할 권력이 구중궁궐 깊은 곳에 숨어서 나오지 않고 있다. 그 권력과 하수인들은 오히려 자신들을 향해 꾸짖는 만백성을 능멸하고 우롱하고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심지어 어제로 돌아갈 것을 은연중 꿈꾸고 있다. 이제 정유년이 시작되면서 우리는 다시 조롱해야 한다. 분노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모아 모아서 마침내 거짓 권력을 끌어내고, 모든 쓰레기를 쓸어내야만 한다. 이 타령이 저 광장의 백만 촛불과 함께 어둠을 몰아내는 빛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하며 연재를 시작한다. 연재는 매주 금요일에 게재된다. (필자 주)

 

  공주와 쌈짓돈

  쌈짓돈이 주머닛돈이라는 말이 있것다.
  공주는 어려서부터 부왕에게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온 말.
  부왕이 나라에서 주는 녹만 받는 줄 알았는데
  항상 돈이 떨어지지 않기에 어떻게 돈을 만드냐고 물으니
  이 말을 하시면서 임금 자리에만 앉으면
  네 돈도 내 돈이고, 내 돈도 내 돈이라고 하셨것다
  부왕이 좀더 디테에에일하게 가르쳐 준 방법이 있었으니
  먼저 거부들을 불러다 조져라 뺑이를 돌려라
  임금 무서운 것을 가르쳐야 한다.
  본보기로 한 두 놈은 완전히 아작을 내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 뒤 채찍만 있으면 안 되니 당근도 주어야 한다.
  가장 먼저 세금을 깎아 준다
  모자라는 세금은 생필품값을 올려서 보충한다
  거부들에게 온갖 특혜를 준다
  나라 곳간의 돈을 써야 할 일이 있으면
  거부들에게 그 사업을 하도록 만든다 
  도로를 깔고 댐을 짓고 터널을 뚫을 때
  그걸 거부들에게 하도록 맡긴다
  그 다음 다시 거기서 얻은 이익에 대해 삥을 뜯어라
  그리고 그럴 듯한 명분으로 돈을 걷어라.
  가난뱅이들 도와준다고 하면서 돈을 걷고
  수재 등이 나면 의연금이라면서 걷어라
  거부들만 상대할 필요가 없다. 믿을 놈들 골라서
  졸부를 만들어 주고 그 중 얼마를 뜯어라
  마지막으로 재단이란 걸 만들어서 돈을 내게 하여라
  그런데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 절대로 직접 나서지 마라.
  주머닛돈이 쌈짓돈인 대리인을 골라라.
  이런 말씀을 틈만 나면 하시다 보니
  닭 같은 공주의 머리에도 박혀 버렸는데
  사실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공주가 닭이라 불리기는 하지만
  돈 문제만큼은 그렇지 않았것다
  공주가 콩나물값도 모르고 어리버리하다 해도
  큰돈 먹는 것은 유전자가 있어서 그런지
  귀신같이 하는 점이 있었는데 하여튼
  부왕이 공주보다 어린 여염집 계집 불러서
  술 마시다 의금부 대장에게 칼 맞아 죽은 뒤
  의금부 대장을 잡아 넣은 포도대장이
  궁궐 금고에서 9억냥을 들고 왔는데
  그 돈이 아흔 아홉칸짜리 저택을 스무 채 사고도 남는 돈이라지
  공주는 3억냥은 포도대장에게 주고 6억냥을 꿀꺽했는데
  그때 공주는 새삼 부왕의 탁월한 능력을 깨달았더란다.
  공주가 여왕이 된 뒤 부왕처럼 하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거라.
  요즘은 시전 거상들이 군기들이 빠져서
  자기들도 어렵다면서 요 핑계 저 핑계를 대는데
  불러다 치도곤을 안기려 해도 쉽지 않은 일
  부왕의 말씀대로 불러다 공갈도 치고 협박도 했것다
  그런데 쥐라고 불리던 직전 임금이 이미 세금은 많이 깎아 준 터
  공주 그 세금 때문에 모자란 예산을 보충하느라 골머리가 지끈한데
  어느 날 주말마다 놀러 오는 순살이 나서서
  폐하 쌈짓돈이 주머닛돈이라고 하온즉
  백성들 돈이 폐하의 돈이라고 생각하시옵소서
  귀에 익은 말이라 솔깃했는데 무엇을 말하려는지 몰라
  공주가 두 눈만 멀뚱히 뜨고 바라보니
  백성들이 연초를 너무 많이 피워 몸에 안 좋사온즉
  연촛값을 두 배로 올리시면 어떠하온지요
  그게 쌈짓돈과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폐하 연촛값 중 나라에 세금으로 내는 돈이 많사온즉
  올린 돈을 그대로 받아서 나라 곳간에 넣으시옵소서.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백성들이 원망하지 않을까.
  공주가 걱정하는 것은 백성들이 불편한 것이라기보다는
  사랑받는 여왕이라는 착각에
  조금이라도 나쁘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인데
  순살은 역시 눈치가 빨라 공주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더라
  언니는 그저 백성들 건강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연초를 끊게 하려고 연촛값을 올리는 것이온즉
  언니를 탓하는 백성들은 없을 거예요.
  순살은 옆에 사람이 없고 흥이 날 때는
  갑자기 폐하를 언니로 바꿔 불렀다지
  공주 그런 말을 들어도 순살이 하면 기분이 괜찮았는데
  아무튼 그럴 듯한 말인 것 같아 공주 흐뭇한 마음으로 윤허했것다
  그래도 곳간이 차지 않아서 술 마시는 세금도 올리고
  수레 타는 세금, 인두세도 올리기로 했더란다
  문고리를 잡고 있는 승지가 나서면서 한마디 보태기를
  전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사랑의 열매라는 모금이 있사온데
  어차피 그 돈이 그 돈이니 가난한 사람을 위해 전하가 쓰심이 어떠하온지
  오호라 그 방법도 있었구나 그것 참 괜찮도다
  그러자 이번에는 호조 판서가 저도 질세라 안을 만들어 왔는데
  전하 세금 걷는 방법을 바꾸면 좀더 많은 세금을 걷을 수 있사옵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단 말이더냐 진작 말하지 않고
  그리하여 세금 걷는 방법을 바꾸어서 어지럽게 만들었는데
  말인즉 가난한 사람은 덜 내고 부자들이 많이 내는 방법이라고 했지만
  이리 저리 뜯긴다고 생각한 백성들이 여기저기서 원망이 터졌던 모양
  연촛값 때문에 가뜩이나 불만이 많던 백성들이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세금 때문에 못 살겠다고 했다지
  공주네 붕당의 영수조차 이건 문제 있다고 떠들었다니
  공주 속이 부글부글 끓지만 당장은 참아야 할 판
  문고리 잡고 있는 승지가 공주에게 아뢰기를
  전하 이번에는 일단 후퇴하는 것이 어떠하온지
  문고리 승지의 말이 곧 순살의 말이라 믿는 공주
  공주의 사전에는 없는 일단 후퇴를 했것다
  이리저리 짜 맞추어서 당장에는 세금을 덜 걷기로 하고는
  백성들을 불편하게 해서 유감이라고 한 마디 했는데
  그 말도 별 효과가 없었던 듯 조삼모사라 하면서
  반대편 붕당이 떠들고 유생들이 아우성치고
  시전 거상들이나 고관대작들 세금 깎아 준 것부터
  원상회복하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는 모양이더라
  그것만이 아니라 쥐라고 불리던 전 임금이
  나라의 강들을 파헤치느라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자원 외교니 하면서 나랏돈을 허투루 썼다면서
  관련되는 놈들 모두 잡아다가 죄를 묻고
  그 돈 떼먹은 놈들도 많을 터인즉 잡아다가
  그걸 다 돌려받아야 한다는 유생들 말도 있다고 하는데
  공주도 사실 그 돈이 아깝기도 했것다
  마치 공주네 곳간을 쥐새끼가 헐어버린 느낌이었으니
  화도 나는지라 그러자고 승지들한테 한 마디 했더니만
  늙은 도승지와 문고리 승지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하 천부당 만부당하옵니다 고정하시옵소서
  아직은 붕당 내 친쥐파와 싸우시면 아니 되올 듯합니다
  공주가 이해하기 어렵지만 순살의 뜻인 듯하여 듣기로 했것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친쥐파들을 소탕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도 백성이 자기를 거부하리라는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는 터
  그 자들이 공주를 흔들어서 왕권을 정지시켰다고 믿고 있것다 
  아무튼 그때부터 공주는 본격적으로 돈을 모았는데
  공갈을 몇 번 치고 온갖 이권도 갖다 앵기니
  거부들도 뒤질세라 돈을 가져오기 시작했는데
  부왕의 말대로 이 모든 것을 대리인을 시켜 했것다
  그렇지 않아도 아주 오래 전 포도대장에게서 받은 6억을
  종잣돈으로 관리해온 순살을 대리인 시킨 공주
  주머닛돈이 쌈짓돈이고 쌈짓돈이 주머닛돈이듯이
  공주 돈이 순살 돈이고 순살 돈이 공주 돈이었것다 
  바야흐로 순살의 활약이 시작되었는데
  동으로 서로 산너머 바다 건너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잡아 먹었것다
  나라의 큰 행사가 있는 데마다 순살이 끼었고
  순살 마음에 드는 소상인, 의원 들을 졸부 만들어 주고
  거기서 삥을 뜯어 돈을 모으는 기막힌 재주를 보여주었것다
  때로는 순살이 공주 몰래 슥삭 하는 낌새도 보였고
  공주가 안 보는 사이에 뇌물도 받기도 했지만
  공주는 알고도 모른 척했는데
  앞서도 말했지만 공주가 콩나물값은 몰라도
  큰 돈에는 이력이 난 터
  커다란 덩치의 돈과 바다 밖으로 나가는 돈은
  하나 하나 체크해 왔는데
  아 그만 재단이라는 걸 만들어 하다가
  꼬리가 밟혀서 지금 이 지경이 되고 말았구나
  일이 터진 것도 터진 것이지만
  요즘 공주 자존심이 무척 상하는 거라
  자기를 순살의 꼭두각시라고 하는데
  백성들한테 공주가 어떻게 돈 벌었는가 확 불어 버릴까
  이런 마음까지 들었다가도 참고 있는 판
  이래 저래 속이 상하고 할 일도 없는 공주 내시를 불러
  연초 생각이 간절하니 한 대만 달라고 하였더란다
  공주는 연초를 입에 대지 않았지만
  속 상할 때는 부왕이 연초를 물고 있던 모습이 떠올라
  요즘 같은 날이면 정말 간절히 원했던 것인데
  아 글쎄 내시 왈 전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연촛값이 너무 올라서 끊었사옵니다
  혹시 개비 연초라도 사다 드리오리까 하니
  공주 처음 듣는 말이라 어리둥절하여
  개비 연초가 무엇이더란 말이냐
  백성들이 궁핍하여져서 연초를 한꺼번에 못 사고 개비로 사서 피운답니다
  그까짓 연초도 갑으로 못 살 정도더란 말이냐
  공주가 정말 이해가 안 돼서 붉으락 푸르락 해지고 있는데
  다가가는 공주를 보고 내시가 컴퓨터 화면을 확 바꾸더란다
  의심이 간 공주 무엇을 보다가 그러는 것이냐 한즉
  내시 바들바들 떨다가 황송하옵니다만 연발했는데
  더욱 의심이 가서 다시 돌려보라고 한즉
  내시가 돌려놓은 화면에 백성들의 말이 가득하더라
  이것이 무엇이냐 신신문고라고 아뢰오
  거기 써 있는 글들을 보니 요즘 백성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란다.
 
  쌈짓돈이 주머닛돈이면
  주머닛돈도 쌈짓돈이다
  공주 돈이 나랏돈이요
  나랏돈은 백성 돈이다
  나랏돈 6억냥 먹은 것
  이자 붙여 토해 내고
  나라 밖으로 빼돌린 돈
  남김 없이 토해내라
  쌈짓돈이 주머닛돈이면
  주머닛돈도 쌈짓돈이다
  공주 돈이 나랏돈이요
  나랏돈은 백성 돈이다
  빨리 빨리 토해 내라
  어서 어서 토해 내라
 
  이런 발칙한 것들이 있나
  전하 죽여주시옵소서 하며 내시가 바들바들 떨었지만
  저잣거리에 울려 퍼지는 백성의 소리이니 내시인들 어찌하리
  연초가 비싸서 못 피우면 소주라도 한 잔 하려고
  소줏값도 올렸냐 물으니 연초처럼 올리지는 못했다고 한즉
  어서 소주 한 잔 대령하라고 하니
  그 뒤로 궐 밖으로 나와 의금부에 갈 때까지
  술이 깬 공주를 보기 힘들었다지
  옛날에 옛날에 있었던 이야기란다.
  믿거나 말거나 ……
 

필자 소개

정해랑은 여의도 고등학교,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노동정책연구소 정책실장, 경희총민주동문회 회장, 이수병선생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21세기 민족주의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