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들이 1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신속 보도했다. 자질 논란으로 번진 반 전 총장의 ‘잦은 실수’, 그와 친인척의 ‘뇌물 스캔들’ 등을 패착으로 지목했다.

영국 <BBC방송>은 반 전 총장이 이날 국회에서 회견을 통해 차기 한국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며, 그러한 결정의 배경으로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반 전 총장의 퇴진은 ‘리버럴’ 후보이자 선두 주자인 문재인을 더 밀어올리고 있다”고 평했다.    

<BBC>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기세 등등하게 입국한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자제력을 잃고 “나쁜 놈들”이라고 기자들을 비난했다. 입국 첫날인 지난달 12일, 그는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에 만원 지폐 두 장을 한꺼번에 집어넣고, ‘서민 코스프레’에 맞지 않게 ‘에비앙’ 생수를 구입하는 등 해프닝으로 언론의 도마에 올랐다. ‘양로원 턱받이’, ‘퇴주잔’, 일본군‘위안부’ 합의에 대한 모호한 입장 등 구설수가 잇따랐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반 전 총장 자신이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과 동생 반기상씨와 조카 주현씨가 관여된 ‘50만 달러 뇌물 스캔들’도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하면서 지지율이 10%대 중반 아래로 추락했다.

미국 ‘보수’ 성향 <월스트리트저널>은 “반 전 총장의 물러남이 북한과 더 가까운 관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국 배치 재협상, 삼성과 현대 같은 재벌에 더 강경한 입장을 촉구하는 문재인에게 상승 가도를 깔아줬다”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반 전 총장이 지난달 12일 입국 직후 전국 투어를 감행하는 동안 국민들의 요구를 읽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고, 동생과 조카의 뇌물 스캔들이 겹치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보수층의 대안으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도’ 성향 <워싱턴포스트>는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이 꾸준하게 떨어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조사는 13%로 진보층 선두주자인 문재인보다 20%나 뒤졌다.”

이 신문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북한과의 관여에 호의적이며 미국의 사드 배치에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문 전 대표는 “좋은 경쟁을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면서 “외교문제에서 반 전 총장의 자문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관련해 한국 정세를 주시하고 있는 중국 <신화통신>도 반 전 총장 낙마 소식을 신속 보도했다. 지난달 31일자 <세계일보> 보도를 인용해, 반 전 총장 지지율이 13.1%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같은 조사에서 경쟁자인 문재인 전 대표는 32.8%였다. 

<신화통신>은 기자들에 대한 반 전 총장의 감정적 대응이 상당수 보수층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별도 초점 기사를 통해, 반 전 총장이 주저앉으면서 생겨난 보수층 공백을 메울 대안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보수’ 성향 <요미우리신문>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조기 대선을 조망하면서 “좌파 계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진보’ 성향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중순 ‘영웅’ 대접을 받으며 입국한 반기문 전 총장이 3주 만에 충격적으로 주저앉았다고 보도했다. 귀국 직후 잇따른 실수와 뇌물 스캔들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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