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이하 현지시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일본과 싱가포르, 중국 등이 자국에 미칠 정치.경제적 여파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자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조치로 “미국과 일본을 핵심으로 하는 TPP 틀이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노동자들에게는 엄청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 직전 미국 재계 지도자들과 만나 일본 자동차 시장이 “불공평하다”고 비판한 데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TPP의) 전략적, 경제적 의의의 중요성에 근거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부상하는 중국’ 견제와 성장전략의 기둥으로서 TPP를 밀어붙였던 그가 미국의 배신으로 곤혹스런 상황으로 몰린 셈이다. 1월 중으로 추진했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2월로 밀렸다.

<요미우리신문>도 트럼프 대통령이 재개 지도자와의 회동에서 불공정 무역 국가로 중국과 일본을 지목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일본에서 자동차를 판매할 때, 일본은 (미국 차) 판매를 어렵게 하고 있지만, 그들은 전에 본 적도 없는 큰 배에 수십만대의 차를 실어 미국에 판매하고 있다. 이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말했다.

TPP는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아태 재균형’ 정책의 두 축 중 하나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첨예하게 대치했던 그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 중 경제적 비중이 큰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와 전략적 가치가 큰 베트남을 TPP 틀 안으로 끌어들였다.

24일자 싱가포르 <스트레이트 타임스>는 존 매캐인 상원의원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말 매캐인 의원은 “중국은 이미 미국을 배제한 새로운 지역 무역협정을 강행 중”이라며, “우리가 재앙스런 보호주의 정책으로 자신을 세계로부터 고립시키려 한다면, 미국과 세계는 1920~1930년대와 같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TPP의 죽음은 ‘나이키(NIKE)’ 최고경영자 마크 파커에게 특히 쓴약”이라고 지적했다. 신발의 40%를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는 나이키는 TPP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다. 캐나다 신발업체 ‘알도(ALDO)’도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며 TPP 효과를 기대해왔으나, 난감하게 됐다. TPP 시대에 맞춰, 베트남을 거점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채비를 끝냈던 삼성을 비롯한 한국 업체들의 처지도 비슷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이 23일 트윗을 통해 “중국이 주된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TPP 죽이기를 비판했다. 중국은 현재 아세안 10개국,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를 묶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 중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행정명령 서명을 긴급 뉴스로 타전했다.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신화통신>은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가 미국 밖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기업들에게 “특히 위협적”이라고 우려했다. “징벌적 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이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통상 마찰을 증가시킬 것이라는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의 견해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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