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시작된 촛불시민혁명에서 분출된 민심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 분노의 근본 원인은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정통성, 평화통일, 공화주의, 민주주의 그리고 절차적 민주주의라는 나라의 큰 틀과 원칙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찬탈당한 데서 연유한다.

지금 모든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바로 세워야 평화통일과 일제식민지 과거사 척결에 대한 필요하고도 충분한 내재적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국민들은 한반도 평화통일과 일제 과거사 척결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공화주의 발전과 직결되고 있음을 과거 군사정권 경험으로부터 체득했다.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당하던 60-80년대 엄중한 상황에서 당시 통일운동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우선 민주화투쟁에 몰입했다. 민주주의가 발전되지 않고서는 통일운동을 하는 내재적, 외연적 공간이 존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통일운동과 민주화운동은 동전의 양면과 같았다. 그래서 60-80년대 민주화운동가들은 모두 통일운동가들이었다. 1987년 6.10 민주항쟁으로 형식적 민주주의 헌법을 쟁취하자 봇물처럼 터져나온 것이 통일운동이었다.

눈을 잠깐 한반도 밖으로 돌려보자. 지금 동아시아는 역사전쟁 및 신냉전 패권주의 그리고 전쟁 모드로 전환한고 있다. 주요 근본원인은 일제 식민통치 가해국인 일본이 아시아의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 및 식민지 청산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데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라는 동아시아 전략적 이해 속에서 일본의 군사대국주의를 강하게 지지하고 일제의 식민지 청산 책임에도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 패권적 이익 고수를 양자주의적 관계로 유지, 고수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유럽에서의 1975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일명 헬싱키 체제, 현재 OSCE 개칭)라는 다자주의적 평화안보접근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유럽안보협력회의는 동서독의 통일과 동서 유럽의 지역협력에 큰 기여를 했다.

주지하다시피 결국 동아시아 평화는 한반도 평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아시아 평화와 지역통합 및 협력은 우선 한반도가 70년 이상 장기분단이 되어있고 둘째, 일본의 식민지 과거사 및 침략전쟁이 올바로 청산되지 않은 연유로 타 대륙에 비해 지지 부진한 상태이다.

일본은 1894년 청일전쟁에서 1975년 월남전까지 80년간 동아시아에 대한 식민지 불법통치 및 침략전쟁에 직간접으로 관여했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주요 가해자인 일본은 미국 주도의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냉전질서에 편승해 면죄부를 받은 후부터 전혀 진정한 사과와 손해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동아시아는 역사전쟁과 일본의 군사대국주의, 그리고 미국‧중국 강대국의 패권주의의적 경쟁에 휘말려 매우 혼란스럽다. 이 혼란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한반도이다. 왜냐하면 한반도는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그 강대국의 패권주의적 군사적 충돌 장소가 다른 곳이 아닌 한반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이렇게 동아시아의 평화가 요동치고 있는 이 엄중한 시점에 한반도의 정권주체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 외교적 자주 역량이 바닥이라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현재 한반도는 전쟁 모드로 바뀌고 있다. 한 예로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 미군속 본국귀환 훈련을 시작했고, 남한도 김정은 체포 사령부가 구성되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문제를 우선 남북한이 의논하고 합의하고 실현해야 하는데, 남북은 서로 등을 돌린 채 주변국과 상의하고 있는 형국이다. 주변국의 ‘디바이드 앤 콘트롤’(분할 통치) 정책에 제대로 걸린 것은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하는 시점이다.

해답은 자명하다. 통일정책을 맡고 있는 남한 정부가 민주주의적으로 충분하고 필요한 내적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주지하다시피 권력 상층부는 국민의 기본권, 민족의 미래, 역사정의보다는 부도덕한 정권의 연명 그리고 친일‧반공 이라는 기득권 세력의 옹호에만 매몰돼 국내외 정치에서 모두 민주주의 원리와 시대정신 그리고 역사정의에 배치되는 정책을 무리하게 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서 남한 정권은 헌법상 보장된 국민주권, 평화통일 그리고 민주주의, 공화주의 기본 틀과 원칙을 파괴하는 역사적 범죄를 저질렸다,

따라서 평화통일에 앞서 남한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역사정의, 국민주권을 우선시 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적 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그래야 이 민주적 정부가 북한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시키고, 전시작전권 환수 그리고 사드 배치 결정 취소,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취소에 대해 남북한이 한목소리를 강하게 낼 수 있는 도덕적‧민주적 내공을 갖출 수가 있다.

그래서 250만 촛불시민혁명이 내린 엄중한 메시지, 진정한 민주주의적 정부를 수립하라는 국민적‧역사적 명령을 실현하는 것이 평화통일의 필요하고도 충분한 내재적 조건이라고 믿는다.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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