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진행동과 민변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삼거리에서 '삼성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규탄 및 특검 영장 재청구 촉구'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재용의 지시로 수백억 원을 최순실에게 주었고 대통령이 나서서 계열사 합병 찬성을 지시했다. 그래도 그것이 뇌물공여가 아니라고 하면 그건 법 상식을 넘어선 궤변이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법률팀장인 권영국 변호사는 1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한데 대해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만행”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범죄의 최대 수혜자인 이 부회장이 피해자 흉내를 내는데, 판사는 말장난으로 법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경구를 시궁창에 처박았다고 개탄했다.

또 특권세력에 대한 탈법적 비호로 사법부가 공권력의 하부구조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고 힐난했다.

특검은 법원의 반민중적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고 불의한 결정에 맞서 단호히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정수 퇴진행동 대변인은 지금까지 법원이 노동자의 구속을 강행하기 위해 영장을 세 차례씩이나 반복 청구했던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퇴진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특검의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었다”며, “특검은 주저하지 말고 다시 영장을 청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앞으로 김기춘과 조윤선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경제권력에 무릎꿇은 사법부가 다시 정치권력에 무릎을 꿇을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백승헌 민변 박근혜정권퇴진특위 위원장은 이날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조의연 서울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기각 사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조 판사는 앞서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관련자 조사를 포함하여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 왼쪽부터 권영국 퇴진행동 법률팀장, 백승헌 민변 박근혜정권퇴진특위 위원장, 황상기 삼성반도체 백혈병 희생자 황유미 씨 아버지 황상기 씨, 라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기자]

백 위원장은 “삼성이 다른 재벌들과도 차별화될 만큼 장기적이고 특별하게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지원해 왔다는 것은 넘치고도 충분하게 확인됐으며, 법원 스스로도 인정했다”며, 조 판사가 제시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비판했다.

또 이 부회장이 특검 조사 전 국회 청문특위에서 위증을 한 사실에 대해서는 결코 우연이나 기억의 잘못이 아니라 거짓말이 한계에 도달했을 때 드러나는 현상이라며, 증거인멸에 대한 우려가 있을 때 구속 수사하는 일반적인 경우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부회장의 범죄행위가 우연히 일회적으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 분명하고 임기 1년을 앞두고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진 상황에서 법원이 영장청구를 기각한 것은 제 역할을 못했다고 볼 수 있다며, 법원의 맹성을 촉구했다.

이밖에 퇴진행동은 뇌물죄에서의 대가성은 ‘판단’의 대상이며, 이는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고려할 일이 아니라 정식 형사재판에서 이루어질 사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법원이 기각 사유로 내세운 대로 법리적 공방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구속이 부정된다는 논리라면 무죄를 다투는 모든 사건에서 구속 이유는 성립될 수 없다는 것이다.

라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430억원이 넘는 뇌물을 주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킨 후 청문회에서 아무 것도 모른다고 위증을 해도 이재용의 구속은 요원한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라며, “사법부는 삼성전자의 일개 사업부냐”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 기자회견은 격앙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유전무죄, 재벌앞에 무릎꿇은 사법부를 국민이 용서할 수 있겠는가'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기자회견문](전문)

사법부는 돈 앞에 무릎을 꿇었고, 법치주의는 땅에 떨어졌다

2017. 1. 19. 새벽 법원은 사실을 외면하고, 법과 정의를 저버렸다. 국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염원했던 정의와 법치주의는 거대한 경제권력 앞에 무력했다.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사유와 필요성을 부정한 이유로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정도, 각종 지원 경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및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를 들었다.

첫째,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은 차고도 넘친다. 이건희 회장 투병 이후 삼성그룹의 경영권 세습은 현실화되었고,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일가에게 시급하고도 절실한 숙원사업이었다. 그런데 박대통령은 2014. 09. 이재용에게 승마유망주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고, 2015. 03. 삼성전자 박상진 사장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총 228억 원을 정유라에게 지원하기로 한 ‘한국승마 중장기 로드맵’을 대한승마협회가 작성하고, 같은 해 06. 24. 삼성 박상진 사장은 문체부 김종 차관에게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 준비가 끝났음을 보고하기까지 했다.

정유라 지원이 논의된 것과 같은 시기인 2015. 06.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지켜보라’는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은 문형표 전 장관은 자신의 지위를 남용하여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는 여러 전문기관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합병을 찬성하자 이재용 일가의 숙원인 경영권 세습은 성공적으로 일단락되었는데, 바로 그 시점인 2015. 07.박대통령과 이재용과의 단독면담이 행해졌다. 연이어 2015. 08. 삼성과 코레스포츠와의 220억 원의 지원계약이 체결되고, 미르, K스포츠재단에 대한 출연행위가 뒤따랐으며, 최순실이 기획한 동계스포츠연재센터에 대한 지원도 이어졌다.

박대통령이 삼성 이재용의 숙원사업을 해결하려했던 의지와 지시행위, 삼성그룹으로부터 지원된 자금의 성격과 지원된 시기 및 뇌물죄 성립과 관련한 대통령의 직무행위 범위를 넓게 보고, 제3자 뇌물수수와 관련해서는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도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례까지 종합하면, 이재용이 박대통령, 최순실측에게 제공한 430억 원의 지원의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에 관한 특검의 소명은 충분하다. 이재용이 뇌물공여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이 보다 더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둘째, 뇌물죄에서의 대가성은 ‘판단’의 대상이다. 영장실질심사단계에서 고려할 것이 아니다. 각종 지원 경위에 대한 구체적 사실관계는 이미 드러나 있다. 무엇을 어떻게 더 소명하라는 것인가?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은 정식 형사재판에서 이루어질 사항이다. 법리적 공방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구속이 부정된다는 논리라면, 무죄를 다투는 모든 사건에서 구속할 이유가 없다.

셋째, 재판은 오로지 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구속사유로 ‘증거인멸의 우려’를 명시하고 있다. 거짓말을 하는 피의자, 그것도 온 국민이 보는 청문회에서 위증을 한 피의자는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2016. 09. 최순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마자 삼성 박상진 사장은 황급하게 독일로 넘어가지 않았던가! 게다가 삼성은 총수 일가를 위해서라면 증거인멸을 밥 먹듯 해왔다. 2007. 삼성 비자금 사건이나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하도급 사건 등에서도 이미 삼성은 각종 계좌내역과 자료를 대량 폐기하면서 증거를 인멸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를 판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의자 이재용 구속에 따른 국민경제의 영향을 고려했다고 한다. 법과 정의를 지켜야 할 사법부가 경제권력에 기생하는 추악한 모습이 왜 지금까지도 되풀이되어야 하는가? 430억 원 뇌물수수혐의 피의자가 불구속재판을 받는데, 불과 7,800원을 훔쳤다고 구속된 피의자의 하소연을 법원은 무엇이라 설명하고 변명할 것인가?

특검의 이재용에 대한 구속영장청구는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이었다. 특검은 주저치 말고 다시 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또한 앞으로 김기춘과 조윤선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경제권력에 무릎 꿇은 사법부가 다시금 정치권력에 무릎을 꿇을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2017. 1. 19.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