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청년정책’을 비판하는 피켓시위. 반기문 전 총장이 카이스트를 방문하기 전, 한 대학생이 강연회가 예정된 인문사회과학부동 앞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대전을 방문해 대권행보를 이어갔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19일 오전 10시 경 카이스트(KAIST, 대전 유성구 소재)를 방문해 ‘국제기구와 과학기술정책’이란 주제로 강연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인문사회과학부동(N4) 4층 국제세미나실(1431호)에서 진행된 강연회는 반 총장 일행이 조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애초 10시보다 15분 늦게 시작되었다.

▲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19일 오전, 카이스트에서 ‘국제기구와 과학기술정책’이란 주제로 강연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카이스트에서 ‘국제기구와 과학기술정책’이란 주제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반기문 전 사무총장.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5분간 진행된 강연회에서 반기문 총장은 “정치인들을 만날 때는 편하게 만났었는데, 이렇게 이공계 과학기술자들 앞에서니 떨리고, 두렵다”고 말한 뒤, “카이스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긍지며, 우리나라의 발전을 이룩한 주춧돌이다”며 카이스트를 추켜세웠다.

이어 반 총장은 “과학만이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런 면에서 파격적인 대우를 해가면서 과학자들을 유치하여, 우수한 학자들을 경제 개발, 과학발전에 투입한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고성장 동력이 많이 둔화해 있다”며, “정부가 앞으로 과학기술 발전에 더욱 더 중점을 두고 4차 산업혁명에 힘을 써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고 말하기도 했다.

▲ 반기문 총장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하고 있는 김성은 학생(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반 총장의 강연 후 발언에 나선 김성은 학생(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은 “오늘 사실 ‘국제기구와 과학기술정책’에 대해 좀 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들을 줄 알았는데, 그건 순진했던 것 같다”고 말한 뒤 “과학에 중요성에 대해서 많이 말씀하셨는데, 진짜 과학을 하는 과학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어 김성은 학생은 “대학원총학생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이 65만원~80만원정도의 임금을 받고 학업과 연구를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사실상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고 말한 뒤 “과학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씨는 “(강연장) 밖의 피켓에도 써 있지만, 유엔에서도 10%정도 인력이 무급인턴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에 대해 날카로운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반 총장은 “제가 구체적인 과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정책적인 비전이 중요하다”며, “정책적인 비전에 따라서 비전을 받칠 수 있는 제도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다. 또한 반 총장은 “앞으로 미래 추세나 대응을 본다면 (과학기술 관련 부처가) 격상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도 답변했다.

반 총장이 강연회장을 떠난 뒤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난 김성은 학생은 “동문서답으로, (내가) 바라는 답변이 아니었다”며 “과학자의 연구환경과 처우에 대해 물었는데 다시 (과학자가 빠진) 과학기술 얘기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 최근 반기문 전 총장의 실수를 풍자한 퍼모먼스. 윤영도 학생이 양복을 입고 턱받이(수건)를 한 채 소주잔을 들이키고 있다. 윤군의 한 손에는 1만원권 2장이 들려 있었고, 다른 한손에는 수첩이 들려 있었다. 생수병도 옆에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행사장에 들어서는 반기문 전 총장을 향해 카이스트 학생들은 “위안부 합의 그래서 잘했다고요?”, “친척비리 뇌물수수. 이것이 진보적 보수?”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간담회 시작 전, 후 행사장 밖에서는 최근 반 총장의 행동과 발언을 규탄하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윤영도(물리학과 2학년) 학생은 최근 반 총장의 실수를 풍자하며, 양복을 입고 턱받이(수건)를 한 채 소주잔을 들이키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윤 군의 한 손에는 1만원권 2장이 들려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수첩이 들려 있었다. 생수병도 옆에 있었다. 윤 군은 “에비앙 생수를 사고자 아침에 주변 편의점 6곳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사지 못해 국산으로 대체하고 테이프로 붙였다”고 덧붙였다.

다른 학생들도 “위안부 합의 그래서 잘했다고?”, “친척 비리 뇌물수수. 이것이 진보적 보수?” 등의 내용을 적은 피켓을 들고 반 총장을 비난했다.

주변의 학생들도 “청년실업 해법이 무상인턴입니까?”, “그렇게 말하고, 어떻게 대학에 와요?”, “떳떳하면 왜 몰래 왔냐?”, “대통령 좋게 할거라 생각하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반기문 총장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물어본 기자에게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한 게 맞냐?”,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말씀을 해달라”는 기자의 기습적이고 끈질긴 질문에  “내가 어제 그렇게 답변했으니까, 그거 들으면 된다”고 일축하며 차량에 탑승해버렸다.

▲ 강연회장을 빠져나와 차량으로 로봇시연장으로 이동하는 반기문 전 총장을 향해 학생들의 항의는 계속되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카이스트 학부총학생회도 반 총장이 카이스트를 찾기 하루 전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에서는 이미 ‘반 전 총장은 오는 19일 대전 현충원을 참배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찾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힌 상황에서 교내 포탈에는 알려지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이는 “대권주자가 학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상황을 교내 구성원들에게 알리지 않는 학교 당국에게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반기문 총장은 오전 9시 대전현충원을 방문해 참배했고, 카이스트에서는 강연 및 간담회를 끝낸 후에 KI빌딩 로보틱스연구센터로 이동해 로봇시연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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