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제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준)에서 올해 북한 신년사를 분석한 두 개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하나는 북한 경제의 전망과 관련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배치한 배경과 북한 경제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2017년 한반도 정세, 3월이면 판가름 날 듯’입니다. 통일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신년사’라는 이름으로 지난 한 해를 평가하고 새해 계획을 제시하는 내용의 연설을 한다. 중앙집중식 계획경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이기에 필요한 절차라 할 수 있다. 지난 해 말부터 진행된 결산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전국민이 공유할 수 있게 계획을 내놓는 새해 이벤트가 바로 신년사 방송이다.

보통 가족 단위로 신년사를 시청한 북한 사람들은 이후 각 단위별로, 신년사에 대해 토론한 후 암송할 정도로 꼼꼼하게 학습한다고 한다. 그만큼 신년사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이다. 그런데 신년사가 연설문 형태라 구조를 파악하기 힘들고 북한 특유의 ‘혁명적 낙관론'에 입각한 정치적 수사들이 자주 등장하여 이를 제대로 분석하기 쉽지 않다. 또한 구체적인 수치를 써가면서 한 해 계획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내용만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전망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또한 꽤 오랫동안 남북관계가 좋지 않아 교류협력 활동이 대폭 줄어들었고 나아가 북한연구도 활기를 잃었다. 그 결과 역사적 안목을 갖고 북한 신년사에 나타난 미세한 정책의 흐름까지 살펴보려는 시도가 많이 사라졌다. 신년사에 대한 객관적 분석에 기초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보고 싶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주관적 경향이 강해졌다.
 
올해 신년사에는 분명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거론하면서 산업 부문별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고 그 속에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분석 글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매번 북한의 핵시험은 실패로 규정되었지만 위력은 강해졌고, 매년 북한의 경제는 정체 혹은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전반적으로 좋아지고 있다. 평가하는 방법이나 시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1. 지난 5년에 걸친 신년사의 형식 변화: 과학기술의 중요성 부각
 
연설문 형태로 된 신년사에서 언급되는 순서는 중요도를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부문별 새해 정책을 이야기할 때 언급되는 순서를 비교해보면, 부문별 중요도의 변화, 즉 어느 부문에 더 신경을 쓰는지, 나아가 어느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하는 지를 파악할 수 있다. 제한된 자원을 어느 부분에 더 우선적으로 투입하려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  영역별 배치 변화 추이와 의미
 
아래 그림은 김정은이 발표한 2013년 신년사부터, 2017년 7차 당대회 결정문, 그리고 올해 신년사까지 부문별로 거론된 순서를 정리한 것이다.

 

개별 부문들에 앞서 비슷한 부문들로 묶인 영역들을 살펴보면 변화의 방향이 명확히 보인다. 전체적으로 3개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기간산업 혹은 기초공업 부문이라 할 수 있는 4대 선행영역(석탄, 전력, 금속, 철도운수), 인민생활과 직접 연결된 영역(농업, 수산, 축산, 과수, 경공업), 문화생활과 관련 영역(교육, 보건, 체육, 문학예술)이 그것이다. 중간에 새롭게 등장한 부문은 별도로 처리했다.

2013년만 하더라도 각 부문별 정책은 영역별로 한꺼번에 거론되었다. 4대선행 영역 / 인민생활 영역 / 문화생활 영역 순서였다. 전통적인 순서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14년, 2015년에는 인민생활 영역 중 일부가 제일 앞에 배치되었다. 농업을 필두로 축산, 수산 부문이 4대선행 영역보다 앞에 배치되었다. 또한 같은 시기에 건설, 건재 부문이 새롭게 거론되었다. 평양을 중심으로 대규모 건축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평양 등 도시의 외관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하였고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가 들리던 시기와 겹친다.
 
❏ 화학공업, 기계공업 부문이 독자적인 부문으로 부각된 것은 ‘연료, 원료, 설비의 국산화'와 연동
 
2014년부터 생긴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가 ‘화학공업' 부문이 새로 등장한 것이다. 화학공업은 각종 생산활동의 연료, 원료 등을 공급하는 기초 공업부문이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금속과 붙여서 ‘단어 수준’에서 언급될 뿐이었다. 하지만 2016년 7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4대 선행부문 뒤, 공업 부문이 확장된 위치에서 언급되기 시작하였다. 올해에는 자세한 정책까지 제시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북한은 최근에 ‘국산화'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데,  화학공업 부분의 새로운 등장은 ‘연료, 원료의 국산화’를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2014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화학공업 부문과 달리 ‘기계공업' 부문은 7차 당대회에서 처음 언급되었다. 올해 신년사에는 ‘문단 수준'으로 정책들이 자세하게  제시되었다. 공업 부문의 변화, 발전에 따른 조치이며 특히  ‘설비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공업 부문의 변화를 살펴보면, 4대 선행부문이라고 불리는 기간 산업을 중점 육성하다가 경공업, 혹은 간단한 수준의 공업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연료, 원료를 공급하는 화학공업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생산활동의 기본, 즉 기계설비 수준 향상으로 중심이 옮겨갔다고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생산활동이 멈추었던 1990년대로부터 거의 20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북한 지도부의 경제살리기 노력은 실질적인 생산단위로까지 구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실제 생산현장에서 ‘혁신’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전개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 과학기술이 제1순위로
 
북한은 현대 시대를 과학기술의 시대, 지식경제의 시대로 규정해왔다. 2013년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은 뒤쪽에 배치되었지만, 그래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점차 그 순위가 앞으로 이동하였고, 2015년부터 ‘제일 앞’쪽에 배치되었다. 7차 당대회에서는 순위 차원을 넘어 과학기술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자 기관차’라고 규정하면서 과학기술강국 건설을 경제강국 건설보다 앞세워 강조하였다.
 
7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이 시행된 후 첫 해인 올해 신년사에서 과학기술을 명시적으로 제1순위에 배치하였다. 군수 부문에서 이룩된 성과를 민수 부문으로 이전(스핀 오프, Spin-off)하기 위해서도 과학기술 부문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2015년과 달리 올해 과학기술 부문의 정책은 그래서 훨씬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밖에 없었다. 경제성장의 걸림돌을 치우고 추진력(원동력)을 제공하는 것이 과학기술 부문이기 때문이다.
 
❏ 2017년 핵심 구호도 과학기술을 강조
 
북한 신년사는 새해 정책 노선을 한 문장 수준의 구호로 정리하는 관습이 있다. 올해 핵심 구호는 “자력자강의 위대한 동력으로 사회주의의 승리적 전진을 다그치자!”이다. 이 구호를 설명하면서 ‘과학기술 중시'가 강조되었다.
 
“자력자강의 위력은 곧 과학기술의 위력이며 과학기술을 중시하고 앞세우는데 5개년전략수행의 지름길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을 통해 자력자강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5개년전략을 수행하면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한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을 제1순위에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2. 2016년의 성과와 그 의미
 
❏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 ‘핵무력 개발’에서 ‘핵무력 운용’으로의 전환
 
올해 신년사는 2016년을 평가하면서 이전과 명확하게 다른 용어를 사용하였다. 바로 ‘전환'이 “이룩되었다”는 ‘완료형' 표현이 등장하는 점이다.
 
“2016년은 우리 당과 조국력사에 특기할 혁명적경사의 해, 위대한 전환의 해였습니다.”
 
“지난 해에 주체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여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5년 간의 평가와 비교하면 그 확연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5년은 뜻깊은 사변들과 경이적인 성과들로 수놓아진 장엄한 투쟁의 해, 사회주의조선의   존엄과 위용을 높이 떨친 승리와 영광의 해였습니다.(2016년 신년사)
 
지난해는 당의 영도밑에 강성국가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최후의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 조선의 불패의 위력을 떨친 빛나는 승리의 해였습니다.(2015년 신년사)
 
지난해는 전당, 전군, 전민이 당이 제시한 새로운 병진노선을 받들고 총공격전을 벌여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사회주의 수호전에서 빛나는 승리를 이룩한 자랑찬 해였습니다.(2014년   신년사)
 
지난해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을 우리 혁명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당의 령도밑에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계승완성해나갈수 있는 확고한 담보를 마련한 력사적인 해였습니다.(2013년 신년사)

2017년 신년사에서 밝힌 국방 부문의 성과는 대략 5가지이다.
 
1) 첫 수소탄시험, 2)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3) 핵탄두폭발시험, 4) 첨단무장장비연구개발사업이 활발해지고, 5)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것
 
만일 단순히 위력적인 무기를 개발한 수준이라면 ‘전환을 이룩'했다고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2015년 신년사에 등장하는 표현, 즉 “우리식의 다양한 군사적 타격수단들을 개발 완성하여 혁명무력의 질적 강화에 크게 이바지 하였습니다” 정도의 평가만 내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획기적 전환'을 ‘이룩하였다'라는 ‘완료형' 표현이 등장했다. 이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이전에도 ‘전환’이라는 표현은 사용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표현은 모두 ‘전환하여야' 한다는 요구와 의지의 의미를 갖는 것이었다. 이번에 등장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었다는 표현은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을 나타내기 위함인 듯하다. 마치 ‘Stage 1’을 끝내고 새로운 ‘Stage 2’로 넘어가려는 의미로 표현한 듯하다.
 
그렇다면 2016년 국방 부문의 변화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단순한 무기 차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할만한 단서로 2016년 3월에 나온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의 도입 지시를 들 수 있다. 도입 지시가 나온 이후 실제 도입되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핵무기 개발을 일단락 짓고, 핵무기에 대한 영도, 관리 체계를 확립하려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하는 단일한 체계로 모든 사회를 구성하려는 ‘유일지도체계'를 추구한다. 일반 사회는 물론, 당, 군 모든 부문에서 유일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북한 사회의 발전이자 지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작년에 등장한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령군체계' 도입 지시는 핵관련 시스템을 완전히 독립적인 체계로 ‘새롭게' 구성하자는 선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즉 2013년 3월, 경제-핵 병진노선이 채택되면서 핵관련 시스템이 일반 경제와 별도로 구성되기 시작한 상태에서 2016년에 그 결실을 맺자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북핵의 ‘stage 1’이 마무리되고 ‘stage 2’가 시작되었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3월 이후 장거리 미사일 발사시험과 핵탄두 폭발시험은 단순히 핵무기를 구성하는 ‘기술 개발'시험이기보다 독자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핵무력 운용’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단계에서는 개발을 멈추게 하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게 할 수도 있다. 개발이 완료되지 못하면 무기로 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무기가 이미 개발되어 운용단계로 넘어가면 핵무기를 없앨 수 없다. 오직 핵무기의 동결이나 축소가 가능할 뿐이다. 설령 핵폐기에 대해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폐기되었음을 검증할 방법이 ‘전무’하므로 실질적인 폐기는 ‘불가능’하다!
 
이제 북한 핵무기 폐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폐기 및 검증 방법을 명확하게 제시하거나 아니면 ‘핵을 가진 북한’과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 핵무기 개발 동결 가능성 제시
 
이번 신년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핵 ‘stage 2’의 첫 번째 조치를 예고하였다. 2016년에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조만간 ICBM을 만들기 위한 기술 시험이 아니라 위력적인 무기 그 자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예고이다. 과거 북한의 핵시험이나 인공위성 발사시험 때 공개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재서류를 보면, ‘준비가 끝났다’는 서류 위에 언제 어느 때 시험하라는 명령을 수기로 내렸다. 즉 북한 ICBM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 시험발사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조건이면 ICBM을 시험발사할까? 이에 대한 추측 근거가 2017년 신년사에 짧게 나와 있다.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앞에서 년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조건문으로 되어 있는 이 문장을 재해석해보면, 1) 핵위협, 공갈 하지 말고 2) 문전앞에서 년례적이라는 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소동 하지 않으면,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능력 강화를 중단할 것이라는 뜻이 된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할 표현은 두 번째 조건에서 “문전앞에서”라는 단어이다. 이전 신년사와 달라진 이례적 표현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문전앞이 아니라 멀리 가서하면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2~3월에 연례적으로 시행되는 한미합동군사 훈련을 축소, 폐기 하거나 훈련장소를 바꾸어 한반도 근해가 아닌 먼 바다에서 진행한다면 ICBM시험발사를 안 하겠지만, 그렇지 않고 그래도 진행한다면 시험발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북한이 먼저 움직이지 않고 공을 한국과 미국에게 넘긴 것이다.
 
❏ 과학기술적 성과: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의 확립
 
지난 2016년을 평가하면서 국방 부문의 성과 다음으로 강조한 것은 과학기술 부문의 성과였다.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를 성과적으로 발사한데 이어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발동기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함으로써 우주정복에로 가는 넓은 길을 닦아놓았습니다.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들을 확립하고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을 비롯하여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자랑찬 과학기술적 성과들을 련이어 내놓았습니다.”
 
모두 4가지 성과를 거론하였는데, 1)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 성과적으로 발사, 2) 새형의 정지위성운반로케트용 대출력발동기지상분출시험에서 성공, 3)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 4) 농업생산에서 통장훈을 부를수 있는 다수확품종들을 육종해낸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새형의 정지위성 운반 로케트용  대출력 발동기지상 분출시험에서의 성공’을 국방 부문의 ICBM시험발사 준비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는 내용과 연결시키면 외교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포석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아마도 협상이 안 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순간에, 북한은 정지위성을 쏘아 올릴 것이다. ICBM이 한국과 미국의 ‘행동’에 따른 반응이라면, 정지위성은 ‘무대응’으로 나올 때를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정지위성을 쏘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먼저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을 기점으로 보면 정지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은 ‘국가우주개발 5개년 계획’이 2017년에 마무리되어야 하므로 정지위성를 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분란이 생기더라도 말이다.
 
과학기술과 생산력 발전의 관계를 알 수 있는 대목은 세 번째 성과로 제시한 ‘우리 식의 무인화된 본보기생산체계들을 확립’했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경제가 새로운 기술로 변화,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대변한다. 이를 해석하기 위해 두 가지 정보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무인화’이고 두 번째는 ‘본보기 생산체계'이다.
 
우선 ‘본보기 생산체계'의 의미부터 살펴보자. 연구 개발한 결과를 한꺼번에 생산에 적용할 수는 없다. 이론과 실제가 달라 좀 더 현실적인 조건에서 시험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은 다음에 적용해야 안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기에는 ‘모범', ‘시범', ‘본보기'을 만들어 운용한 다음, 예상한 결과가 충분히 나오고 위험요소를 충분히 통제할 수 있을 때 실전에 도입한다.
 
북한도 새로운 정책이나 기술을 도입할 때, ‘본보기'를 만들어 한동안 운영한 다음 실제 생산에 도입한다. 따라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했다는 것은 북한 경제 전체에서 도입된 것은 아니지만, 검증이 끝났고 세밀한 부분까지 정책이 다듬어졌기 때문에 실제 생산현장의 도입 속도가 급격히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앞으로 모든 실제 생산현장의 변화가 ‘무인화' 방향으로 급격히 전개될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여기서 ‘무인화'는 사람이 없더라도 생산활동이 전개될 수 있게 ‘자동화된 기계설비들'로 생산현장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뜻한다. 즉 ‘CNC(자동숫자조동장치, 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 머시닝센터라고도 부른다)’ 기술을 도입하여 생산현장을 바꾸는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CNC화’ 정책을 도입하면서 생산현장의 개조, 발전 단계를 4단계로 나누어 제시한 바 있다.
 
1) “공장, 기업소들의 개별적인 기계설비들을 CNC설비로 바꾸는 단계”
2) “공장의 한개 구역을 CNC설비들로 장비하고 콤퓨터에 의하여 생산이 통일적으로 조종되는 유연생산체계의 확립단계”
3) “콤퓨터통합생산체계와 통합경영정보체계를 확립하는 단계”
4) “생산공정들을 무인화하는 단계”
 
1) 우선, 중요한 생산 공정을 담당하는 ‘설비’부터 CNC기술을 활용하여 개조하고, 2) 점차 그 규모를 늘려, 한 개의 ‘생산 라인’ 전체를 CNC기술을 활용하여 자동으로 조정, 통제하는 유연생산체계를 확립한 다음, 3) ‘공장 전체’를 CNC기술을 바탕으로 자동화, 로보트화시키면서 동시에 사람이 담당하던 경영, 판단 등도 컴퓨터가 대신처리하는 ‘통합생산체계'를 갖추어, 4) 궁극적으로 생산에서 사람의 개입이 없어도 될 정도의 ‘무인화'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렇게 보면, 2016년에 무인화 단계의 본보기 생산체계가 확립되었으므로 기술적인 문제나 실제 적용의 문제와 관련한 대책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하게 세웠다고 볼 수 있다.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생산 현장들을 일거에 ‘무인화’라는 최고 수준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실무적 준비가 되었다, 혹은 그러한 전망이 생겼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같은 평가가 어느 만큼 실제 현실을 반영한 것인지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정책적 차원에서는 그런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 군수 부문에서의 무인화 성과가 민수 부문으로 전환, 확대
 
이전 시기 신년사에서는 대부분 생산현장의 무인화보다 ‘현대화, 정보화’ 정도만 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2016년 5월에 개최된 ‘7차 당대회'에서 ‘무인화' 목표가 제시되었다. 두 번째 단계인 ‘유연생산체계'와 세 번째, 네 번째 단계인 ‘통합생산체계'와 ‘무인조종체계' 확립을 목표로 동시에 지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2017년 신년사에 ‘무인화된 본보기 생산체계'를 확립하였다는 완료형 표현이 나온 것이다. 생산현장의 CNC화 단계를 한꺼번에 빠르게 끌어올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사실 본보기 생산 공장의 무인화 달성 주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활동하던 당시부터 간헐적으로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1년 10월 무인화된 기계가공직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현지지도하면서 만족을 표시했다는 장자강공작기계공장이다. 당시 이 공장의 무인화 직장은 “기계제품의 가공, 검사, 출하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콤퓨터로 조종 관리 운영”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보다도 먼저 무인화 체계를 만든 곳은 군수(국방공업) 부문이었다. 7차 당대회에서는 “국방공업부문에서는 정밀화, 경량화, 무인화, 지능화된 우리 식의 첨단무장장비들을 마음먹은대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인화를 매개로 보면 앞서 있는 국방 부문이 뒤떨어진 민수 부문을 이끌어간다는 표현이 가능하다.
 
2002년 정식화된 선군시대 경제발전 전략인 ‘국방공업 우선, 경공업, 농업 동시발전 전략'의 핵심이 군수 부문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여기서 획득한 기술 등을 민수 부문으로 전환하여 전체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2017년 신년사의 무인화 관련 발언은 군수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발전시킨 ‘무인화’ 기술을 민수부문으로 전환시키는 시범 사업을 끝내고 전면적으로 확대할 단계에 왔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이런 분석이 맞다면, 2014년부터 도시 외형이 바뀌고 일반생활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2017년에는 생산현장의 기술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을 볼 수도 있을 듯하다. 물론 이런 정책의 시행을 위해, 기술적, 정책적 준비와 별개로 자본이나 자원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대형 공사들이 마무리되고 별도 자본, 자원 확보가 가능해진다면 변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들에서 최고 생산년도 수준 돌파
 
경제 부문에서 거둔 성과 중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표현이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것이다. “수많은 공장,기업소들과 협동농장들이 최고생산년도수준을 돌파하는 자랑찬 성과를 거두”었다고 했는데 이는 7차 당대회 때에도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사실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표현은 단위별로는 로동신문 등의 보도에서는 이미 등장했던 것이다. 2014년에 삼지연군과 대흥단군 감자 생산이, 2015년에 자강도 누에고치 생산이 최고생산년도를 돌파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2015년과 2016년 2년에 걸쳐 최고생산년도보다 수만 톤 더 생산했다는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의 사례일 것 같다.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대표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6년 7차 당대회 토론자로 나설 수 있었다. 앞에서 부문별 순서를 분석할 때에도 언급하였듯이 아마도 2014년, 2015년부터 건설, 건재 부문이 중요하게 언급되면서 대형 건설 사업이 진행되던 것과 연결된 일이라 할 수 있다. 건설 사업의 핵심 원료인 시멘트를 최대한 공급할 수 있는 계획이 세워져야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의 자회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2007년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는 프랑스 라파스(라파르쥬) 건재회사와 합작하여 ‘평양상원시멘트합영회사'를 만들었다. 이 합영회사는 2015년 ‘개건계획 1’을 마무리하고 ‘개건계획 2’를 결정하였다고 한다.
 
2016년에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했다는 단위는 상원시멘트련합기업소 말고도 안변군 천삼협동농장, 통천군 읍협동농장(알곡생산), 121호림업련합기업소(통나무), 신의주마이싱공장, 2.8직동청년탄광, 고산과수종합농장 등 꽤 많았다.
 
‘최고 생산년도'는, 명확한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대략 1980년대 후반, 즉 1987~1989년 즈음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부터는 사회주의권 전체가 붕괴되기 시작하였고 북한 경제도 극심한 침체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문별, 생산 단위별로 조금씩 최고생산년도가 다를 테지만 대략 이 시기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이를 돌파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은 듯하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통계를 숨기지만 성적이 좋으면 통계를 공개했기 때문에 조만간 자신들의 실적 등 수치화된 성과를 공개할 수도 있을 듯하다.
 
3. 2017년 주목해야 할 부문과 정책
 
❏ 과학기술 부문
 
과학기술을 제일 앞세운다는 북한의 구상은 과학기술 부문의 정책이 새해 구호 바로 다음에, 제시된 데서도 확인된다.
 
“과학기술부문에서는 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 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푸는데 주력하여야 합니다. 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며 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력량을 튼튼히 꾸리고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벌려 생산확대와 경영관리 개선에 이바지하는 가치있는 과학기술성과들로 경제발전을 추동하여야 합니다.”
 
이를 정리하면 대략 5가지 정책이 된다. 
1)  원료와 연료, 설비의 국산화에 중심을 두고
2)  공장, 기업소들의 현대화와 생산정상화에서 나서는 과학기술적 문제들을 푸는데 주력
3)  생산단위와 과학연구기관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며
4)  기업체들에서 자체의 기술개발 력량을 튼튼히 꾸리고
5)  대중적 기술혁신운동을 활발히 벌려
 
과학기술 관련 정책은 ‘과학기술을 통해 경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미래전략을 밝힌 7차 당대회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부분 제시되었다. 하지만 그 이전 신년사에서는 2)와 같은 원론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올린 2015년 신년사에서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하였는데 전반적인 내용은 2)와 같은 원론적 수준에서 현대화, 정보화를 강조하는 데 그쳤다. 과학기술의 순위가 뒤로 밀린 2016년 신년사에서도 역시 2)와 같은 원론적 수준의 이야기와 함께, 생산현장에 ‘과학기술보급실’을 새로 꾸려 노동자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향상시킬 것을 조금 더 요구하였다.
 
1) ‘국산화' 관련 정책은 최근 북한 정책의 핵심 화두인데, 7차 당대회에서 각 부문별 과제로 언급되었던 것들이 이번 신년사에서 과학기술 부문의 중심 과제로 제시되었다. 이와 관련한 연구 주제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정책적 방향성과 함께, 생산현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와 관련한 활동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라는 뜻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기술혁신은 일차적으로 생산현장에서 자체적으로 전개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가면 관련 연구기관에서 지원해주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국산화를 위한 생산현장의 기술혁신 수준이 어느 정도 단계까지 올라온 것으로 추정된다. 3)과 같은 정책이 강조된 이유라 할 수 있다.
 
북한의 과학기술은 목적이 명확하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 차원이 아니라 실제 생산, 즉 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과학기술 정책은 생산에 도입되어 도움이 되는 정도, 즉 기술혁신에 기여한 정도로 평가된다. 그래서 2)와 같은 정책은 항상 강조되는 것이다. 2016년에 강조한 과학기술보급실을 만드는 것도 결국 5)와 같이 생산을 직접 담당하는 대중(노동자)을 중심으로 ‘기술혁신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교육 부문에서 올해를 ‘과학교육의 해'라고 강조하면서 과학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시설과 환경을 새롭게 바꾸라는 요구가 나온 것도 이런 흐름에서 파악할 수 있다.
 
4)와 같이 기업체가 자체의 ‘기술개발역량'을 튼튼히 꾸리라는 요구는 이번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다. 이는 최근 북한이 중점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와 관련이 있다.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계획경제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는데, 기업의 자율성에는 기업의 인재육성권도 포함된다. 단순한 기술지원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정도로 수준을 높이려는 듯하다. 중앙과 지방, 전문연구기관과 생산현장의 역할 분담을 강조하면서 생산현장 자체적인 연구역량을 좀 더 강화하자는 구상이 4)와 같은 정책으로 이어진 듯하다.
 
❏ 전력 부문
 
7차 당대회에서 “전력문제를 푸는 것은 5개년전략수행의 선결조건이며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의 중심고리”라고 규정될 정도로, 전력은 북한 경제에서 아주 중요한 부문이다. 당대회에서  “5개년전략수행기간 당에서 제시한 전력생산목표를 반드시 점령”해야 한다고 못박은 이유이다. 그래서 이번 신년사에서도 중요하게 전력 부문 정책이 중요하게 취급되었는데, 대략 4가지 정책이 제시되었다.
 
1)  발전설비와 구조물보수를 질적으로 하고 기술개조를 다그쳐 전력생산계획을 어김없이 수행하여야 합니다.
2)  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실속있게 운영하고
3)  교차생산조직을 짜고들어 전력생산과 소비사이의 균형을 맞추며
4)  다양한 동력자원을 개발하여 새로운 발전능력을 대대적으로 조성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1)과 4)는 이전 신년사에서도 계속 언급되던 내용이고 2)와 3)이 이번 새롭게 들어간 내용이다. 이들 내용은 모두 7차 당대회에서 제시되었던 정책이다. 북한의 전력 시스템은 전쟁의 피해를 대비하여 따로따로 조직되어 왔다. 지역별 발전소와 생산공장을 지접 연결시키는 체계였다. 그러다가 이제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생산과 소비를 실시간으로 장악하는 ‘국가통합전력관리체계'를 꾸리고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언론을 보면, 지난 해 이를 위한 각종 기술적 문제를 많이 해결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6년 11월에 개최된 ‘제 27차 전국정보기술성과전시회'에 참가한 전력공업성은 ‘국가적 통합전력관리체계'에 대한 성과들을 전시하였다고 한다. 이 전시물에 의하면, “이미 마련된 지역단위전력관리체계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자료통신망 구성에 선진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을 실시간적으로 감시조종할수 있게 되였다. 이와 함께 1차, 2차 변전소들을 통하여 전국의 모든 소비단위들에서의 전력소비량도 실시간적으로 감시조종할수 있게 되였다”고 한다. 이는 “국가적인 전력의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하는 것이고, 향후 “유연송전기술” 도입을 위한 토대로 작용한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김책공업종합대학 재료공학부에서 개발한 ‘우리식 이종금속단자의 국산화’ 성공은 서로 다른 재질의 전선을 통해 전력을 송전할 때 전력 누수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소개한다. 이를 만들기 위한 필수 기술인 “세계적인 첨단기술의 하나인 마찰교반용접기술”도 동시에 개발되었다고 한다. 또한 발전소에 들어가는 터빈 등 각종 설비를 개보수, 혁신 하기 위한 성과도  작년 말에 발간된 로동신문에서 여러 건 소개되었다. 이들 기술에 대한 북한의 평가는 좀 더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필요한 기술을 조금씩이나마 확보해나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전력은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생산량이 많이 높아진 것 또한  사실인 듯하다. 위성에서 찍은 북한 지역의 밤풍경을 보면 여전히 남한보다 어둡기는 하지만 예전보다 밝은 점들이 더 많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교차생산’의 의미가 턱없이 부족한 전기를 나눠 쓰는 수준을 넘어, 생산과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여 균형을 맞추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것에서 전력 사정이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차생산’이 전력 부족 사회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의 에너지가 전력에 기반하고 있는 현대 산업 체계에서 ‘교차 생산’은 자본주의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래에 보이는 2010년 기사는 현대자동차에서 교차생산을 도입한다는 소식이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연구 도입하려고 시도하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와 같은 개념으로 북한에서는 ‘교차생산 조직’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정보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 운반, 소비를 효율적으로 조절하는 체계를 갖추려는 것이 북한의 ‘교차생산 조직'을 꾸리는 목적이다.

 

❏ 기계공업 부문
 
신년사만을 토대로 북한의 공업을 해석한다면, 북한의 공업 부문이 정상화, 분화되고 있는 근거는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이 독자적인 영역으로 다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화학공업 부문은 자연 상태의 연료, 원료를 확보하는 석탄공업이나 채취공업과 달리 새로운 원료, 원료를 직접 만들어내는, 자원 공급과 관련된 부문이다. 화학공업 부문에서 만든 연료, 원료를 사용하여 다양한 생산현장에서 다양한 제품들을 생산한다.
 
자연 상태의 원료를 가지고 만든 각종 금속을 만들어 내면, 이를 다시 다양한 기계를 만들어 생산현장에 공급하면 새로운 제품을 생산된다.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두 부문은 생산현장에서 필요한 직접적인 재료인 원료, 원료, 설비를 공급하는 영역이다. 산업 인프라를 만드는 4대 선행 부문을 넘어 이제는 화학공업과 기계공업 부문의 발달이 필요한 경제상황이 된 것이다. 나름 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계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는 많지 않다. 
 
“기계공장들에서 현대화를 다그치고 새형의 뜨락또르와 륜전기재, 다용도화된 농기계들의 계렬생산공정을 완비하며 여러가지 성능높은 기계설비들을 질적으로 생산보장하여야 합니다.”
 
7차 당대회에서 뒤떨어진 부문이라고 거론된 농기계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에 집중하고 있는 흐름이다. 아마도 ‘새 형의 뜨락또르'는 7차당대회 끝나고 바로 개최된 기계장비전시장에서 소개된 금성뜨락또르공장의 80마력 짜리 뜨락또르 '천리마-804’일 것이다. 2016년 12월 계열생산을 위한 담보를 마련하였다고 한다.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100% 국산화된 트랙터라고 한다.

본보기 공장이 마지막 단계인 무인화까지 완성되었으니 공장들의 상황에 맞추어 본보기 기술들을 받아들여 혁신을 할 것이다. 그러면서 올해 새로운 과제로 작년에 개발한 트랙터, 윤전기재, 농기계 등을 대량생산할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제시된 것이다.
 
❏ 화학공업 부문
 
화학공업은 특별히 “공업의 기초이며 경제의 자립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위상을 새롭게 정립되면서 정책이 제시되었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의 생산을 활성화하며 중요화학공장들의 능력을 확장하고 기술공정을 우리 식으로 개조하여 여러가지 화학제품생산을 늘여나가야 합니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기 위한 사업에 힘을 넣어 단계별과업을 제때에 원만히 수행하여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는 석유에서 추출, 분리한 물질을 바탕으로 각종 화학물질을 만드는 석유화학공업체계가 발달했지만 북한은 자체 생산할 수 없는 석유보다 매장량이 풍부한 석탄을 기반으로 하는 화학공업체계를 발전시켰다. 이를 상징하는 기업소가 바로 동쪽에는 함흥시의 2.8비날론련합기업소, 서쪽에는 안주시에 있는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이다.
 
사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는 1990년대 중반 가동이 중단되었다. 그런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에 다시 정상화시키고 2011년에는 관련자들을 평양으로 불러 환대해주는 일명 ‘평양정치'의 대상이 되었던 곳이다. 화학공업 부문의 정책 과제를 제시한 위의 인용문은 석탄화학공업 체계를 더욱 강화하자는 의미이다. 그런데 비날론 생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생산 과정에서 전력소비가 많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인 전력 소비가 크다는 것은 화학공업체계를 갖추려다가 다른 공업체계들이 생산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탄소하나(C₁)’ 화학공업을 창설한다는 방침은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인다. 이는 7차 당대회에서 “석탄가스화에 의한 탄소하나화학공업을 창설”하자는 말로 제시되기도 했다. 석유나 석탄을 원료로 하여 다른 물질을 만드는 화학공업의 출발은 탄소 2개짜리인 에틸렌(C₂H₂)과 탄소 3개짜리인 프로필렌(C₃H₃) 등이다. 탄소하나화학공업이란 이들 출발 물질을 석유나 석탄을 가공, 정제하여 만들 것이 아니라 탄소를 하나 포함한 물질 즉 일산화탄소(CO), 메탄, 메탄올, 포름알데히드(CH₂O) 등을 이용하여 합성해 내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에서 출발물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전력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매력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특수 촉매’를 써서 반응시켜 탄화수소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서 합성 휘발유, 합성 경유 등을 만드는 것이 바로 탄소하나화학공업이다. 이는 북한에서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성균관대 배종욱 교수 연구팀이 2016년에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합성하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한 바 있다. 제철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가스 속에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기술만 완비되면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폐기되는 가스를 활용하여 적은 비용으로 원료, 연료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 맺음말
 
북한의 공식 문헌 분석은 항상 조심스럽다. 현실이 정확하게 반영되어 있지 않을 수 있고,  정치적 수사도 많이 들어가 있을 수 있다. 더욱이 긴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봐야만 그나마 조금씩 변화를 찾을 수 있다. 글은 현실의 일부만 반영되어 있다는 전제 아래, 글은 글로서 그 자체의 변화를 찾고 그 의미, 배경 등을 확인하고자 한다면 나름 의미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면 왜곡하고 있는 이유나 방법이라도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 왕래가 거의 끊어졌기 때문에 북한에 직접 가보고 실상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유일한 합리적 추론 방법은 문헌을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신년사를 이렇게 꼼꼼하게 분석해본 이유는 북한이라는 거대한 코끼리는 가보지도 만져보지도 못한 상태에서 최대한 정보를 캐보기 위한 노력이었다.
 
최근 5년 동안 발표된 신년사만 놓고 보더라도 북한의 변화는 더디지만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그것도 후퇴보다는 전진, 나빠지는 것보다는 좋아지고 있는 방향이었다. 게다가 정책의 정밀함이나 세밀함이 조금씩 강화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로동신문에 나오는 기사들과 연결해 분석하면 신년사 본연의 목적, 즉 지난 1년을 평가하고 다가올 1년을 계획하는 것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음도 알 수 있다.
 
올해에도 북한 핵 혹은 미사일(로켓)로 인한 소동은 계속될 듯하다. 북한은 핵을 폐기할 수도, 아니 폐기한다고 해도 믿어줄 수 없는 상황(stage 2)으로 들어서버렸기 때문이다. 돌아올 다리가 없다. 다만, 우리 정부와 미국이 전격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여 최소한 한미합동군사훈련의 개최 장소만이라도 조정하거나 평화공존을 위한 모색을 시작한다면 소동이 잦아들 수 있겠다는 변화의 여지가 약간은 엿보였다. 새로운 상황에 맞는 전략과 적극적인 실천 의지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점이다.
 
지식경제 시대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북한은 과학기술을 앞세워 경제발전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이번 신년사에서 명확히 밝혔다. 명시적으로 과학기술을 제1순위로 내세운 것부터가 그렇다. 또한 이전과 달리 자세한 과학기술 정책을 바탕으로 각 부문별 경제정책을 마련한 것도 과학기술 중시 정책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생산현장을 CNC기술로 자동화하여 궁극적으로 무인화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선언도 인상 깊게 보았다. 이제 북한의 변화, 좁게는 북한 경제의 변화를 읽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의 내용과 흐름을 반영해야하는 것이 필수가 되어버렸다. 과학기술 관련 내용을 완전히 배제하고 북한 문제를 분석하던 기존의 북한연구 관행이 변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에 제시된 계획을 제대로 실천한다면 북한 경제의 변화는 눈에 띄게 빨라질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현실 상황이 얼마나 뒷받침하느냐 이다. 또한 이런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과 자원을 어떻게 확충할 것이며, 궁극적으로 북한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인 군사적 긴장감을 어떻게  완화할 것이냐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상이 제시되지 않아 이번 신년사의 계획을 꼼꼼히 분석해보아도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게 남는다. 모쪼록 이러한 불확실성이 불안정보다는 안정 쪽으로, 전쟁이나 분쟁보다는 평화 쪽으로 점차 변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강호제 약력

서울대물리학과학사,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석사, 박사)

<주요저서 및 연구>
"북한과학원과 현지연구사업 : 북한식 과학기술의 형성(석사학위논문 2001)
('현대북한논문‘ 제1회논문상 수상)
"북한의 기술혁신운동과 현장 중심의 과학기술정책 : 천리마작업반운동과 북한과학원의 현지연구사업을 중심으로(박사학위논문 2007)
('북한연구학회‘ 제1회신진연구자상 수상)
[북한과학기술형성사 1] (2007, 선인)
[과학기술로북한읽기 1] (2016, 알피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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