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무관심은 불안과 죄의식에 의한 신경장애를 방어하는 유일한 수단이다(카프카)

   

 유혹당하지 말 것
 - 브레히트

 I
 유혹당하지 말아라!
 삶의 윤회라는 것은 없다.
 낮은 문안에 있다.
 너희들은 벌써 밤바람을 느낄 수 있으리라.
 아침은 다시 오지 않는다.

 II
 기만당하지 말아라!
 삶이란 얼마 되지 않는다.
 재빠른 속도로 훌쩍훌쩍 삶을 들이마셔라!
 너희들이 삶을 내놓아야 할 때가 되면
 너희에게 삶은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III
 현혹당하지 말아라!
 너희들에게 시간이 철철 남아 있지는 않다!
 구원받은 자들에게 곰팡이나 피게 하라!
 삶이 가장 위대한 것이다.
 삶은 이상 더 준비하지 않는다.

 IV
 부역과 착취로
 오도 당하지들 말아라!
 무엇이 너희들을 아직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이냐?
 모든 짐승들과 같이 너희들은 죽을 것이고
 그 후에는 아무 것도 따라 오지 않는다.

 
 ‘촛불 집회’에서 누군가가 말했단다.

 “박근혜는 몰아내도 일상의 독재자는 몰아내기 힘들다.”

 그렇다. 촟불 집회가 만든 ‘사랑 가득한 평등의 세상’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우리는 무수한 독재자들을 다시 만난다. 

 이 세상의 모든 독재자들을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아버지’라고 말한다.

 세 살 이전까지는 어머니와 평화롭게 지내던 아이가 세 살이 넘어서면서 ‘아버지’를 만난다.

 아버지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아버지는 이 세상의 규칙, 질서를 가르친다. 
 
 이때부터 아이는 ‘아버지 세계’와 ‘어머니 세계’사이의 불화를 겪는다.

 그 불화의 삶에서 아이는 불안과 죄의식을 느낀다.

 ‘우리의 아버지들’은 얼마나 무시무시했던가!

 나의 학창 시절은 ‘박정희’와 함께 시작하고 ‘박정희’와 함께 끝이 났다.

 ‘박정희’는 나의 아버지를 통해 내게 명령했다.

 어디가나 그의 사진이 있었다.

 ‘사진속의 그’는 내 마음 속까지 들어왔다.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20대 초반, 그가 죽는 꿈까지 꾸었다.   

 이 강력한 아버지는 우리에게 깊은 불안과 죄의식을 남긴다.

 불안과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하이틴 소설을 읽고 공상 과학  소설을 읽고 탐정 소설을 읽고 무협지를 읽고 끝내는 이상한 종교들을 믿었다.

 삶은 점점 더 황폐해진다.

 임제 선사는 말했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인다면 비로소 해탈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했던 것도 불안과 죄의식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 

 우리는 촛불 집회에서 ‘생생한 삶’을 보았다.

 ‘아버지’없이도 이루어지는 정치와 문화, 일상의 삶을.

 주말마다 우리는 꿈꾼다.

 모든 불안과 죄의식에서 벗어나 삶이 축제가 되는 세상을.

 우리 모두 함께 꾸는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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