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간 합의, 뒤집기 어렵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사드 한국 배치를 전제하거나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맹관계인 한미 간 합의를 쉽게 뒤집기 어렵다는 것이 그 요지다.

사드 한국 배치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미국 국방부나 의회도 인정하고 있다. 북한 미사일은 핑계일 뿐이다. 유럽에서 이란을 핑계로 러시아를 겨냥한 지역 MD(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동북아에서 핵심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MD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사드 한국 배치는 미국과 일본을 지켜주기 위해 ‘전략적 협력동반자’이자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적으로 돌려 한국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부르는 백해무익한 일이다. 한마디로 사드 배치는 국익에 전적으로 반하는 일이다.

이 일을 국헌을 문란케 한 박근혜-최순실 정부가 저지른 것이다. 나라의 장래를 책임지겠다는 사람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익을 수호하는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막겠다고 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본격적인 대선운동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한다면 우리 국민들이 이러려고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면서 탄핵을 이끌었는지 자괴감이 들고 괴롭지 않겠는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대표 사례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주민의 동의 절차나 국민적 공론화 과정조차 전혀 거치지 않았다. 지금도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한 채 사드 배치를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외교안보 사안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실이 밝혀지고 있고 사드 배치 결정에도 최순실이 개입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순실과 사드 미사일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 회장이 만났다는 의혹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 최순실 비선의 군 인사 개입으로 군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들이 요직에 중용됐고, 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국방부 요직에도 알자회 출신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롯데가 성주 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헐값에 제공하는 대신 신동빈 회장의 불구속과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라는 특혜를 얻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렇지 않다면 중국의 경제적 보복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그것을 감수할 기업이 있겠는가. 그것도 자신들이 원했던 토지보상법보다 불리한 국유재산법을 강요한 국방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까지.

더욱이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합의의 법적 지위나 성격, 서명자 등 합의의 실체가 밝혀진 바 없다. 한마디로 정체불명, 오리무중의 합의이다. 한미 간 합의를 뒤집기 어렵다는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그 합의의 구체적 내용이 어떤지 알아보는 노력이라도 하고 그런 말을 하는 건가.

사드 배치 결정은 한미 간 합의의 형식이 어떻든 간에, 중국 러시아 등이 군사적 대응을 경고하는 데서 보듯이 우리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자 주권을 제약하는 문제이고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므로 헌법 60조 1항에 근거하여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국회가 이런 절차를 거치지도 않았는데 야권의 대선 주자들이 한미 간 합의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정부의 불법 부당한 절차 강행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다.

한미 간 재협상 사례 많아

뿐만 아니라 국가 간 합의나 협정도 필요에 따라 재협상을 벌인 사례는 여럿 있다. 2002년 주한미군기지이전협정(LPP)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재협상을 거쳐 2004년 개정협정을 체결했다. 2007년 체결된 한미FTA는 2007년 추가 협의에 이어 2010년 재협상을 거쳐 수정하기도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기간 내내 아직 발효되지 않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물론이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등 미국이 체결한 모든 무역협정을 재협상 또는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처럼 숱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고 변경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는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거나 존중하겠다는 야권 주자들의 발언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촛불 민심 역행과 주민 투쟁 외면

이는 야당의 동요와 새누리당의 반대를 제압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고 있는 거대한 촛불 민심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촛불항쟁을 경과하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국민 여론도 ‘원점 재검토’ 의견이 45.3%, ‘차기 정권에서 재논의’ 응답도 28.1%를 기록하여 정부의 강행 입장에 반대하는 의견이 무려 73.4%에 이르고 있다.(세계일보 2017. 1. 1)

사드 배치 문제는 범국민적 촛불 항쟁을 안내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 퇴진 국민행동’이 심사숙고하여 결정한 6가지 긴급 해결과제 중 하나임을 야권 주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야권 주자들의 이런 물러터진 태도는 무더위와 혹한을 무릅쓰면서 한반도 평화와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70~80 노구를 이끌고 눈물겹게 투쟁하는 성주와 김천 주민, 성지를 수호하기 위해 사무여한(死無餘恨)의 자세로 싸우는 원불교 교도들의 정성을 다한 노력을 짓밟는 폭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자기 필요에 따라 국가 간 협정이나 합의를 뒤집는 상황에서 야권 주자들이 한미동맹을 들먹이면서 사드 배치에 관한 한미 간 합의를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친미사대주의적 태도이자 국내 보수층에 영합하는 기회주의적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야권 주자들은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이나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영향, 절차의 불법성 문제 등에 대해 얼마나 공부하고 고민해서 관련 발언들을 내놓는 것일까. 우리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좌우할 문제에 임하는 태도가 너무 경솔하지 않은가.

주권과 평화 지킬 의지 보여야

한미당국은 올 해 상반기에 사드 배치를 마무리 지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이를 뒤집지 못하게 하려 한다. 미국 앞잡이 김관진 실장이 도발적으로 나온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이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지금부터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대선 뒤에는 사드 배치 철회가 더 어려울 수 있다.

이제 사드 배치 문제는 대선 주자들이 우리의 주권과 평화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었다.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그에 따라 선택할 것이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대전충청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운영위원

 

(수정,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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