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통일부가 2016년 김정은 북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동향을 발표하였다. 현지지도는 간략하게 말해, 북의 최고지도자의 ‘영도방법’의 하나로서 직접 현장을 점검하고, 현지에서 그에 맞는 지도를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익히 알려진 ‘청산리 정신, 청산리 방법’이나 ‘대안의 사업체계’ 등은 과거 1960년대 김일성 전 주석의 현지지도의 과정에서 확립된 것들이고, ‘선군 혁명 영도’ 또한 1990년대 위기의 시기에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현지지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김정은의 집권 이후에도 이러한 현지지도는 지속되고 있고, 북의 지도자는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것을 하나의 전통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현지지도는 북의 최고지도자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북한 사회를 이끌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현지지도에 대한 내용은 북한의 공식 매체를 통해서 접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는 현지지도와 그 세세한 내용까지를 모두 알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공개된 것만을 대상으로 해서도 많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 2012년 5월 10일 김정은 위원장이 만경대유희장에서 잡출을 뽑으며 간부들을 질타했다.[캡쳐사진 = 연합뉴스TV]

위의 사진은 2012년 4월 15일의 김일성 탄생 100주년 기념식을 마친 이후, 김정은이 보여준 첫 현지지도 사진이다. 밀짚모자, 풀어 젖힌 윗도리, 그리고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직접 바닥의 풀을 뽑는 모습 등 김정일의 현지지도의 모습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후, 김정은의 현지지도의 모습 역시 소위 말하는 스스럼없는 ‘스킨십’을 보여주거나 부인 리설주를 대동하는 등 어찌 보면 ‘자유주의적 모습’이었다. 이를 우리는 그의 ‘유학 경험’으로 일원화하여 그의 개방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이는 일면 맞는 분석이지만, 동시에 그의 현지지도를 개인적 특성으로만 치부하는 오류라고 할 수 있다. 김정은 개인적인 특성이 드러남과 동시에 현재 북에서 요구되는 새로운 리더십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의 계승은 과거로부터의 지속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며, 그에 맞는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는 김정은의 2012년 4월 15일의 연설에서도 말한 ‘새로운 시대’에 대한 강조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 집권기의 현지지도에서 우리는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세세한 논의는 일단 뒤로 미루고, 그의 현지지도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이번의 통일부 발표를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언론에서 2016년 그토록 강조하던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경제부문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구분

1순위

2순위

3순위

4순위

’12년

군사 32.5%

경제 24.5%

사회 21.9%

정치 19.2%

’13년

경제 34.9%

군사 29.2%

사회 21.7%

정치 12.3%

’14년

경제 36.0%

군사 32.6%

사회 16.9%

정치 14.0%

’15년

경제 45.8%

군사 30.1%

정치 12.4%

사회 6.5%

’16년

경제 37.1%

군사 35.6%

정치 20.5%

사회 5.3%

* ‘2016년 김정은 공개활동’ 참고자료.(통일부, 2016.1.10)

위의 표는 2012년을 제외하고 김정은의 현지지도가 경제 분야를 우선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2년의 경우, 김정일 사후 첫 집권기이자 동시에 군사 분야에 대한 김정은의 권력 강화가 가장 강도 높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선군정치의 계승을 표방한 상황에서 군에 대한 권력장악이 중요했다는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의 김정은의 행보는 경제를 중심으로 하여, 군사와 정치, 사회분야에 대한 현지지도를 이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2009년 이후의 김정일 말기 시기부터의 일관된 흐름이었다. 또한, 이러한 현지지도와 더불어 국가 예산 역시 경제 분야로의 자원 분배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도

‘04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15

‘16

국방비(%)

15.6

15.9

16

15.7

-

15.8

15.8

15.8

15.8

16

15.9

15.8

15.8
(계획)

연도

‘04

‘05

‘06

‘07

‘08

‘09

‘10

‘11

‘12

‘13

‘14

‘15

2016

경제분야(%)

41.3

41.3

40.3

-

-

-

-

-

44.8

45.2

-

44.5
(추정)

전년대비 증감률만 발표

* 북한의 예산 중 국방비와 경제분야 비중.(통일부, 2017.1.10)

위의 표는 2004년부터의 북한의 예산 분배 현황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위의 표에 의하면 국방비는 대략 15-16%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경제분야에 지출되는 예산이 점차 증가하여 현재는 약 45%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물론, 위의 수치가 북한의 자원 분배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하기는 어렵다. 소위 ‘숨어있는 예산’이 있으며, 내각이 아닌 당과 군 등의 별도의 자원이 분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고인민회의에서 토의-결정된 국가 예산의 방향과 흐름은 국방비의 현상유지와 경제 분야로의 자원 분배가 증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현지지도와 자원 분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2013년도에 결정된 병진노선이 ‘국방’에 대한 과도한 지출과 군사국가로의 지향을 담고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기존에 강조되었던 ‘선군’에서 경제 건설을 중심으로 한 정상적인 국가 관리의 방향을 지향하고 있음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북의 ‘병진노선’을 마치 핵과 미사일에 모든 힘을 쏟는 ‘미친(crazy), 그리고 비합리적(irrational)’인 것으로 묘사했지만, 실제 북에서 운영되는 ‘병진노선’은 그와는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북은 ‘병진노선’의 이면에 ‘강성국가’의 건설의 핵심이 되는 경제건설에 오히려 더 많은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이다. 우리는 현재 북한의 ‘핵’에 모든 것을 걸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선언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올인(all-in) 전략이 가지는 위험성과 그 실패는 이미 지난 8년간 충분히 드러났다.

오히려 우리는 북의 병진노선의 이면에 숨어있는 지향점을 정확히 꿰뚫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억지력에 기초한 경제건설’이며, 북의 입장에서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지점에서도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함의이다. 즉, 현상적으로는 핵문제로 인해 남북의 갈등과 접점이 좁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접점과 협력의 지점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건설에 중점을 두고 있는 북의 입장에서 남과의 경제협력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은 자신들의 노선과 방향에도 부합하는 것이고, 대외적으로 평화적인 환경을 마련하는 데서도 중요하다.

우리 역시 ‘핵’문제를 장기적인 문제로 놓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튼실한 토대를 갖추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을 제대로 읽고, 그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는가이다. 어떻게 보면 한반도 정세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열쇠의 하나가 우리에게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김정은의 현지지도 동향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다. 단순히 그의 관심사나 동선이 아니라 그것이 의미하는 북 체제의 움직임, 그것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까지 5년 동안 김정은의 현지지도가 말해주는 것은 바로 이것이지 않을까?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문학박사, 2001)
캐나다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 방문연구원(2002-2003)
서울대 국제대학원 연구위원(2004-2006)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원(2007)
현재 서강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로 재직중
 
주요저서로 북한의 개혁·개방: 이중전략과 실리사회주의(2004), 김정일 리더십 연구(2005), 서울과 도쿄에서 평양을 말하다(2008), 북한과 미국: 대결의 역사(번역서, 2010) 등이 있다.


(수정, 22일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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